<시사칼럼> 의협회장 탄핵만은 안 됩니다
<시사칼럼> 의협회장 탄핵만은 안 됩니다
  • 승인 2006.07.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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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칼럼>

 

한광수<전 의협회장 직무대행> 

 

의협회장 탄핵만은 안 됩니다

 

역지사지 한발씩 양보 대화로 문제해결

 

불신임 악순환 고리 반드시 끊도록해야

 

 

 존경하는 회원 여러분.
 여러분의 열화 같은 성원에 힘입어 아직 의사자격을 유지하고 있음을 먼저 감사드립니다(현재 행정법원에 계류되어 있습니다).
 신임 장동익 회장 집행부가 출범한 지 아직 석 달도 채 안 되었는데, 마침내 탄핵(불신임) 절차에 들어가는 작금의 사태에 더 이상 침묵할 수 없어 감히 몇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벌써 만 5년이 지났는데도 저는 제가 의협회장 직무를 대행하던 의료계의 격동기를 생생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2001년 6월 김재정 회장이 사퇴한 직후 후임 회장선출을 위한 임시대의원총회가 성원 미달되도록 실력으로 저지하고, 회장 직선제 정관 개정안을 발휘해 대의원총회에서 두 번이나 부결됐습니다만 끝내 관철될 때까지 총회 개최를 강요하여 직선제로 정관이 개정되고 말았습니다. 동일 안건으로 동일회기(1년) 내에 임시총회를 계속 소집할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아직도 저를 비롯한 많은 분들이 불가하다는 이론을 갖고 있습니다.
 어쨌거나 많은 회원들의 지지와 기대 속에 신상진 회장이 직선으로 선출됐습니다.
 돌이켜보면 의약분업은 고 유성희 회장의 합의 서명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서명 당일 아침 7시부터 장장 3시간 넘게 숙의를 거듭하던 의협 상임이사회에서 `완전한 의약분업만이 약사의 임의조제를 근절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강경히 주장했던, 공보이사 한광수는 끝내 임기를 3개월도 안 남기고 유성희 회장이 불신임되게 한 원죄를 짓게 되었습니다(이듬해 여름 평양에서 급서하였을 때 저는 회장직무대행으로 의협회장장을 주례하고 그 분을 영결했습니다).
 김두원 직무대행체제를 거쳐 의쟁투(이 용어는 김재정 회장이 처음 쓴 말입니다) 위원장이던 김재정 회장이 압도적 지지로 차기 회장에 당선된 것은 반 의약분업 정서가 하늘을 찔렀던 당시 분위기로서는 당연한 결과였습니다.
 `파업하면 전국의 국공립병원, 군병원, 한의원, 보건소들을 완전히 개방하겠다'는 엄포와 당국의 방관 속에 마침내 파업사태가 벌어졌고 단식투쟁 중이던 김재정 회장은 대통령과 독대를 했습니다. `파업을 중단하면 의료계 요구조건을 전부 수용하겠다'는 대통령의 공약을 믿고 그 길로 파업철회를 지시했던 김재정 회장은 끝내 그 일을 빌미로 1년 뒤에 회장직을 사퇴하고 말았습니다. 그 후 가결될 때까지 계속 소집되는 임시대의원총회에 질린 대의원들은 직선제 정관개정안을 통과시켰고 신상진 집행부가 들어섰습니다.
 이제 와서 지난 일을 새삼 거론하는 것은 어느 집행부를 폄훼하려는 뜻은 전혀 없습니다. 그러나 의권쟁취투쟁의 선봉장이었던 신상진 집행부는 어떤 업적을 남겼습니까? 결국 `의협은 인턴수련과정이 아니다'는 주장으로 2년 만에 다시 롤백한 김재정 회장이 3년의 임기를 마치고 퇴임한 게 불과 두 달 남짓합니다. 장동익 회장은 역대 가장 많은 후보자가 난립하여 경선 끝에 5%의 지지율(의사회원이 8만여 명인데 4000여 표를 득표했으므로)이라는 안팎의 비아냥거림 속에 가장 화려한 출범을 했습니다. 그러나 아무런 업적을 이루기도 전에 탄핵과 불신임, 윤리위 회부 등 혼란의 늪에서 헤어날 길이 보이지 않습니다.
 존경하는 회원 여러분. 저는 유성희, 김재정, 신상진, 또 두 번째의 김재정 집행부와 함께 고락을 함께했습니다. 그리고 역사는 되풀이된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중남미나 아프리카의 근대사에서 보듯, 쿠데타는 쿠데타를 낳고 정체성 없는 정권은 국력만 낭비하고 국론만 분열시키고 말 뿐입니다.
 장동익 회장 집행부에 대한 불만이나 장동익 회장에 대한 분노는 저와 같이 말없는 다수의 회원들도 충분히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또다시 수억 원의 예산과 두 달 가까운 절차를 거쳐 새 회장을 뽑는다고 지금의 현안이 일거에 해결됩니까? 우리는 지금까지 충분히 경험하지 않았습니까? 역사는 반드시 되풀이 됩니다. 지난 역대 집행부들의 선례가 있지 않습니까?
 만일 우리가 `역지사지'로 한걸음씩만 물러서면 이 세상에 대화로 풀지 못할 난제는 없습니다. 기껏 5%의 회원 지지만으로 새 회장을 뽑는다면 의협 조직만 더 약화되고 분열될 뿐입니다.
 저는 고 유성희 회장의 불신임을 막지 못하고 김재정 회장의 사퇴를 막아주지 못했던 무능함을 평생 후회하고 있습니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의사의 길을 마감할 처지에 더 이상 침묵할 수는 없습니다.
 회원 여러분.
 회장 불신임이라는 악순환의 고리는 끊어야 합니다. 우리 의료계에는 풍부한 경륜과 경험을 쌓으신 고문님들과 원로 회원들이 계십니다. 그분들의 고견과 대의원 여러분, 그리고 모든 회원들의 현명한 판단만이 오늘의 난국을 이기는 유일한 첩경임을 피를 토하는 심경으로 호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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