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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의사 74% “업무과중으로 위기상황서 일해”
병원의사 74% “업무과중으로 위기상황서 일해”
  • 정재로 기자
  • 승인 2006.03.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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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전공의 수급불균형 △선택진료비 논란 △식대, MRI 보험적용 등의 악재가 종합병원 경영의 불안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가운데 병원 의사 74%가 `너무 많은 업무 때문에 위기상황에서 일하고 있다'고 답해 현 병원 운영시스템에서 의료사고 발생 가능성은 상당히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한국보건행정학회가 발표한 `환자안전 문화와 의료과오 보고에 대한 의사의 인식과 태도(서울대 간호과학연구소 김정은 외)' 보고서에 따르면 종합병원 의사 32%는 `자신들이 현재 일하고 있는 병동에서는 능률을 위해 환자안전이 희생되고 있다'고 답해 현 병원시스템이 환자안전에 심각한 위험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종합병원에 근무하는 의사 13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한 결과에 따르면(인턴 11.2%, 레지던트 62.7%, 전문의 26.1%) `현재 자신이 소속된 병동에 환자안전 문제가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18%에 불과했으나 `너무 많은 업무 때문에 위기상황에서 일하고 있다'고 응답한 의사는 74%에 이르렀다.
 특히 `능률을 위해 환자안전이 희생되고 있다'는 답변이 32%에 이르렀으며 `의료과오 방지를 위해 모든 조처를 취하고 있다'고 답한 의사도 51%에 그쳐 현재 종합병원에서 근무하는 의사들은 병원운영 상 환자안전에 심각한 문제가 존재하고 있음을 인정했다.
 결국 지난해 모 대학병원에서 환자 2명의 차트가 바뀌면서 위절제술을 환자와 갑상선 환자가 뒤바뀌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과 같은 의료사고 발생 가능성이 충분히 내재되어 있다는 것.
 한국소비자보호원 자료에 따르면 2000년 450건이던 의료사고 피해구제 접수 건수는 2001년 559건, 2002년 727건, 2003년 661건, 2004년 885건, 2005년 1093건으로 6년 사이 142%이상 증가했으며, 의료사고 관련 소송 건수도 1999년 679건, 2000년 738건, 2001년 858건, 2002년 882건, 2003년 1060건, 2004년 1124건으로 해마다 꾸준히 상승하는 추세다.
 이와 관련 고려의대 내과 金亨圭교수(전 고대안암병원장)는 “근본적으로 병원 내 환자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외국의 사례처럼 전공의 연속당직 금지, 이에 따른 수련의 대체인력 투입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하지만 현 우리나라의 의료수가체계에서는 엄두도 못 낼 형편”이라며 “정부와 국민들은 저보험료로 낮은 의료서비스를 받을지 아니면 적정 보험료 부담으로 질 높은 의료서비스를 받을지 현명하게 선택해야 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병원 일각에서는 “전공의 수급불안, 식대·MRI 보험적용, 인건비 상승, 선택진료비 논란 등의 악재들이 겹치고 있는 상황에서 과연 병원이 환자안전문제를 현실적으로 접근할 수 있겠는가”라며 “정부의 정책적 지원 없이는 환자안전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없다”고 꼬집었다.
 한편, 전공협의회 역시 “전공의 평균 근무시간이 100시간이 넘는 반면 평균연봉은 2400여 만원에 머무는 등 여전히 전공의 근무환경이 열악한 상황에서 환자의 안전문제가 담보될 수는 없다”며 전공의 지원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번 설문조사결과 `의사들은 너무 많은 업무 때문에 위기상황에서 일하고 있다'고 답변한 전문의는 70.6%, 수련의는 74.5%로 나타나 전문의 역시 수련의만큼 업무의 과중함을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정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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