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기량과 출력
배기량과 출력
  • 의사신문
  • 승인 2006.10.26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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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는 가볍게 잘나가는 차 선호

엔진의 배기량을 크게 잡을 수 있다면(배기량은 깡패라는 말이 있듯이) 엔진의 리터당 마력수 같은 것은 별로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미국의 차들이 대 배기량의 차들을 양산한 적이 있다. 3000cc, 5000cc 또는 그 이상의 차들이 저렴한 자동차 세금(한국만큼 무겁지 않다)과 공짜에 가까운 유류비 덕택으로 흔하게 다녔던 시절이 있다. 그러나 미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에서는 배기량에 대한 세금이 무거운 편이었다. 배기량이 올라가면 엔진의 출력을 쉽고 편하게 올릴 수 있다. 그러나 배기량이 적다고 해서 출력이 적은 것은 아니다. 만들기가 복잡해서 그렇지 다른 세계가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배기량이 크지는 않지만 예상외로 고성능인 차들이 많다.

그렇다고 너무 복잡해지면 정비는 거의 불가능해진다. 터보차저와 수퍼차저를 붙인 차들은 1600cc정도에서도 300∼500마력을 커버한다. 그러나 그런 차들은 머신이라고 부르지 자동차라고 부르기에는 적당하지 않다. 실용엔진으로 100마력을 그것도 자연흡기(터보나 수퍼차저를 사용하지 않고)로 얻어내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 대표적인 엔진을 하나 들라면 BMW의 M3엔진을 떠올린다. 과거에는 3시리즈의 최고 스포츠 모델인 M3는 10여년 전 E30시절에는 3000cc로 190마력 정도를 냈다.

약간의 더 출력이 큰 버전이 있기는 하나 그 다음의 E36 M3는 유럽버전인 경우 340마력 정도를 냈다. 엔진이 3200cc라는 점을 감안하면 리터당 백마력이 넘는 수치다. 리터당 100마력을 극복한 대표적인 엔진이 BMW의 바노스 설계다. 바노스는 체인과 캠으로 흡배기의 타이밍과 위상을 조절한다. 흡배기의 효율은 기적처럼 높아진다(사람의 숨쉬기와 달리기의 산소 요구량과 같다). 정말 탁월한 설계다. 그러나 바노스는 너무 어렵다. 바노스 엔진같이 복잡한 엔진은 BMW가 아니라 국산차라고 해도 헤드에 손을 대는 그 자체가 스트레스다. 너무 복잡하고 일반적인 장비로는 조립조차 불가능하다. 그리고 더 혁신적인 것으로는 로터스 에스프리에도 들어갔던 로버의 K엔진에 들어간 구조가 있었으며 정말 새로운 것이었으나 실용에는 한계가 있었다.

역시 구조가 복잡했기 때문에 보편적인 기술이 되려면 더 기다려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약간만 개량을 하면 어느 정도 성능을 높일 수 있는 VVT정도에서 승부를 내야한다. 메이커의 입장에서는 저렴한 가격에서 승부를 낼 수 있는 이 정도의 기술로 최고의 만족감을 뽑지 않으면 안 된다. 결국 실용적일 것만큼 쉬우면서 적당한 성능을 내야 한다는 것이 문제다. 현대의 소나타 NF에 들어간 세타엔진은 150마력이 조금 안 된다. 그러면 리터당 75마력 전후라는 이야기인데 가공기술과 경험 곡선이 증가하면 160마력 근처로 올릴 수 있을 것이고 우리나라의 소비자들은 내구성만 좋다면 상당히 유망한 엔진을 갖게 되는 것이다. 사실 자동차 매니아의 입장에서 보면 세타엔진을 보고 떠오르는 과거의 유명한 엔진들이 몇 개가 있다. 과거에도 유명한 설계들이 없던 것은 아니다.

이미 80년대 말에 푸조가 만든 XU9J4같은 엔진이 있었다. 엔진의 레이아웃이나 헤드의 모습 그리고 부품의 배치를 보면 필자는 같은 알루미늄엔진에 틸트구조(엔진을 조금 기울여 장착하는)를 가진 이 엔진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구조가 비슷하기 때문에 장단점도 공유한다. 중소형차의 엔진으로는 20년간 이만한 엔진이 많지 않았다. 이 엔진은 원래 랠리용의 엔진이었으나, 어느 날 갑자기 스트리트 카의 심장이 되었다. 지금 같으면 설계가 쉬울 수도 있었겠으나 그 당시에는 헤드의 설계에만 7년이 걸렸다.

그나마 푸조의 설계도 아니고 레이싱 엔진을 만드는 자회사에 발주한 엔진이었다. 당시 1.9리터의 엔진으로 160마력을 냈다. 그리고 그 엔진은 작년에 은퇴할 때까지 푸조의 206wrc의 엔진에 그대로 들어갔다. 드물지만 푸조의 마니아들이 타고 다는 206rc(206cc와는 비교가 안되는 차량이다)의 EW10J4 엔진은 이 엔진을 조금 개량한 방식이다. VVT가 들어갔을 뿐 구조가 크게 변한 것이 없다. 이 엔진은 자연흡기로 180마력을 낸다. 거의 낼 수 있을 만큼 뽑아낸 것이다. 더구나 바노스 같이 복잡한 구조는 사용하지 않는다. 방법은 모든 엔진구성을 최적화한 것에 더하여 효율이 높은 연소실, 헤드에서 흡기 통로의 모양과 효율, 밸브의 크기와 간섭 등이 모든 것들이 문제가 된다.

관성 흡기를 이용하기도 하고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는 다 해보는 것이다. 이런 것들의 유전자가 모여서 좋은 엔진을 만든다. 그렇다면 이 엔진이 오리지널이었는가 하면 그것도 아니다. 일설에 의하면 엔진의 설계는 오토바이 엔진의 설계를 많이 참조한 것으로 되어있다. 바이크 엔진은 특히 레이스용 바이크 엔진은 제약을 극복하기 위한 많은 노력을 했다. 이런 엔진과 비슷한 구조의 엔진이 승용차에 달려 있다는 것이 신기하지만 소비자들은 이런 것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냥 차가 가볍게 잘 나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정도가 아마 일반적인 평가일 것이다.

〈안윤호 송파 대광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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