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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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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사신문
  • 승인 2006.10.26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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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힘없는 곳에서 엔진은 차에 생명 불어넣어

자동차 업체들은 언제나 힘이 넘치고 효율이 좋은 엔진을 개발하기 위해 애를 쓴다. 엔진을 보면 업체의 기술 수준을 반영한다. 엔진은 자동차의 성능 그 자체이지만 연비나 정비성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엔진의 힘을 키우다 보면 연비가 나빠지거나 불안정해질 수 있다. 그리고 정비성도 좋아야 한다. 부품 하나를 갈기 위해 엔진을 거의 내려야 하는 엔진들도 있다. 피해자는 바로 소비자다.

그러나 또 있다. 출력이 몇 마력인가도 중요하지만 토크 곡선이나(엔진이 몇 rpm에서 힘을 내는가) 응답성 그리고 감성이라는 측면이 있다. 이들을 충족시키는 엔진은 많지 않다. 그래서 자동차업계에는 `명품 엔진'이 그렇게 많지 않다. 만약 매일 도심지만을 오간다면 좋은 엔진은 별로 필요가 없다. 어차피 막히니 달릴 곳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금이라도 달릴 곳이 나온다면 엔진의 특성은 차에 생명을 불어넣는다. BMW나 혼다 같은 회사의 엔진들은 약간의 고회전에서 최고의 퍼포먼스를 낸다. 정말 어떤 RPM구간에서는 최고의 엔진이다. 그러나 도심지에서는 그 힘을 다 발휘하지 못한다.

그리고 메이커에서 말하는 고회전에서 최고 성능을 내는 것이 그다지 큰 장점이 아니다. 레이싱을 하는 것도 아니며 어떤 운전자들은 시끄럽기만 하다. RPM주행이 좋다고 하는 사람들은 약간의 스포츠 성향을 갖고 있다. 명차라고 하는 혼다의 s2000같은 경우 대단한 출력을 내지만 이때 RPM이 8000근처에 도달해야 한다. 대부분의 운전자들은 5000 RPM정도의 엔진 회전도 좋아하지 않는다. 6000을 넘어서면 어지간히 좋은 차가 아닌 이상 레드존에 접근한다. 스포츠 성향의 차로 7000을 넘어가면 차의 방진과 방음이 어지간히 좋지 않으면 불안해진다. 엔진도 그렇게 오래 버티지 못한다.

그래도 사람들은 카탈로그에 쓰여진 숫자에 잘 홀린다. 차의 전체 성능의 20%도 사용하지 못한다. 출력이 큰 차일수록 버려지는 성능의 비율은 높아진다. 필자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200마력을 넘어설 이유를 잘 모른다. 150마력도 풀로 사용하기에는 버거운 힘이다. 제대로 만들어진 엔진이라면 휠스핀을 일으키기 쉬울 정도의 출력이다.

또 문제가 있다. 응답성이 좋아야 하는데 정숙한 운전에는 응답성이 방해가 되기도 한다. 마지막으로는 차의 모든 특성과 엔진이 어우러지는 감성의 영역이 있다. 여기는 단순한 산수가 통하지 않는 부분이다. 흡기의 공명음, 배기음, 레스폰스, 토크 곡선 이런 것들이 운전자를 감동시켜야 한다. 알파로메오 V6엔진이나 구형 BMW M3의 엔진 같은 것들이 이런 부분이 있었다. 수치상으로는 별로 대단치 않아 보이지만 도로에서 이 차들을 잡기는 쉽지 않다.

한편으로 이들을 따라갈 수 있는 차들도 많지 않다. 차들의 출력이 높아지고 배기량이 커져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운전자를 홀리는 마력을 갖고 있다. 출력이 작은 편이지만 마니아들을 갖고 있는 일부 명차들도 마찬가지다. 물론 이런 엔진들을 탑재한 차들을 타면서 엔진의 포텐셜을 전혀 모르고 타는 운전자도 많다. 알고 타면 즐길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차들을 수십년 동안 만들고 엔진들을 서로 벤치마크 하다 보니 요즘은 많은 부분이 비슷해졌다. 기술적인 유전자라고 할 수 있는 바람직한 특성들을 많이 갖고 있는 것이다.
 
흡기 밸브는 고질적인 asthmatic problem(흡기 저항이 높은)을 해소하기 위해 넓어지고 경험을 적용한 유체역학이 적용된다. 결과는 출력의 상승이다. 응답성도 좋아진다. 호흡법을 바꾸기도 한다. 흡기의 시간을 길게 하기 위해 흡기 시간을 더 길게 잡거나 vtec, vvti같은 방법(차 뒤에 장식처럼 붙여 놓은 글씨들이다)을 적용하기도 한다. 결과적으로는 출력이 좋아진다. 가스의 drain을 위해 배기구의 각도와 길이를 변경하기도 한다. 엔진의 무게를 줄이기 위해 알루미늄이나 마그네슘을 쓰는 것은 이제 당연한 사실이 되었다. 결국 엔진은 비교해부학과 같은 방법으로 바라볼 수 있고 엔진끼리 서로 벤치마크 한 부분을 살펴볼 수도 있는데 그 중의 좋은 예의 하나가 현대의 세타 엔진이다.

유행이 돌고 돌듯이 현대자동차는 20년 전의 복고풍 유럽차와 비슷한 설계의 엔진을 만들었다. 유전자가 그렇듯이 좋은 특성과 나쁜 특성이 함께 온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차를 많이 뜯어본 사람의 눈에는 그런 점들이 잘 보인다. 다음 번에는 우리나라의 새로운 대표 엔진에 대해 이야기 할 것이다. 좋건 싫건 세타 엔진은 상당히 긴 세월동안 가장 흔한 엔진이 될 것이 틀림없다. 그리고 이 정도의 엔진이면 약간만 개선해도 스포츠성이 확연히 좋아질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문제도 있다.

{안윤호 송파 대광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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