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와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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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사신문
  • 승인 2006.10.26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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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엔진등 아는 만큼 즐길 수 있어

만약에 자동차를 단순한 탈것으로만 본다면 출발지부터 목적지까지 굴러가는 기계로만 보면 될 것이다. 적당한 성능의 엔진과 변속기 그리고 알맞은 강도의 차체 그리고 적당한 가격과 좋은 A/S망이 있는 자동차 회사가 있다면 그 회사의 물건을 사면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대부분의 자동차 회사들은 아직 이 조건마저도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엔지니어링에는 한계가 뻔하게 있기 때문에 회사들은 마케팅으로 엔지니어링의 한계를 끌어올리고자 새로운 수법을 총동원한다.

소비자의 욕구가 다양하기 때문에 마케팅의 노력은 어느 정도 결실을 거둔다. 그러나 본질적인 문제들은 숨길 수가 없다. 하나의 차종이 탄생하거나 엔진이 하나가 탄생하면 회사는 엔지니어링에 있어서 큰 도박을 한 셈이다. 우리 나라의 자동차 회사들이 새로운 엔진을 빠르게 개발하고 마력 수와 토크를 향상시키는 일은 사실 다른 메이커들에서 보아도 큰 도박이다. 소비자들은 자신이 그만큼 진취적인 회사의 고객이라는 것을 잘 모른다. 그저 새 모델은 좋은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과거의 경험은 생산된 지 적어도 몇 년이 지나야 엔진의 크고 작은 문제들이 발견되기 시작하며 작은 가공상의 문제가 일정기간 생산된 모든 엔진의 리콜을 부를 수도 있는 문제로 비화하기도 한다.

실제로 국내의 한 모델에서 있었던 이야기이고 해외의 많은 제조사들은 이미 다 겪고 또 겪은 일이다. 이런 역사로 자동차의 역사는 점철되어 있다. 실패 속에서 답이 나온다. 이것을 알고 있으며 잘 기억하는 사용자도 있다. 그래서 사람들이 엔진이나 차에 대해서 너무 잘 알고 있으면 메이커의 마케팅에 방해가 되기도 한다. 새로운 모델이라고 메이커가 아무리 설명을 해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소비자에게는 그냥 모양만 바꾸어 놓은 페이스리프트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광고하는 셈이다. 완전히 새로운 모델을 내놓으면 영악한 소비자는 문제가 없을 때까지 적어도 1∼2년을 기다린다. 이런 냉엄함 소비자들이 많아진다면 메이커들의 전략은 수정될 수밖에 없다.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이런 소비자들이 너무 많아 골치였던 적도 있다. 진정한 개선을 큰 문제없이 이루어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아직 모터리제이션의 역사가 짧은 우리 나라에서는 소수의 마니아들을 제외하면 별 문제없이 제값을 다 주고 별다른 고려 없이 차를 구매한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적정한 차의 가격을 구매자의 반년치 정도의 수입으로 보고 있는데 이 정도라 해도 결코 적은 투자가 아니다. 물론 자기가 좋아서 한다고 하는 일을 말릴 수는 없다. 그러나 가끔은 정말로 이러 저러한 이유로 말리고 싶은 경우도 있다. 가끔은 이런저런 이유로 새로운 차종은 정말 변한 것이 없다라고 말하고 싶은 것이다. 설계와 시뮬레이션에 컴퓨터가 동원되고 아무리 베타 테스트를 해도 사람들의 검증을 받은 좋은 엔진은 쉽게 탄생하지 않는다. 그래서 BMW나 벤츠 같은 회사의 엔진들은 완전히 새로운 엔진이라기보다는 기존의 엔진에 약간의 개량에 개량을 거쳐서 나온 것들이 대부분이다. 수퍼카들에 들어가는 엔진 역시 기존의 엔진에 개량을 조금 가하거나 수 십 년 동안 사용된 엔진을 변경만 가해서 사용하는 경우가 흔하다. 

엔진은 양산 시작단계뿐만 아니라 수 십 년에 걸쳐서 조금씩 개량되는 것으로 엔진의 컨셉부터 적용차종까지 수많은 변종을 갖는다. 엔진 블록은 거의 변하지 않으며 당연히 크랭크도 잘 변하지 않는다. 피스톤의 형상도 크게 변하는 것은 없다. 출력을 높이기 위해 헤드가 조금 변경되거나 전자장비들이 변한다. 그렇다면 소비자들이 새로운 차를 사는 것은 약간의 인테리어, 외관의 디자인, 전자식 편의 장비와 같은 페이스 리프트에 홀리는 것이다. 수 십 년 간 메이커들이 이미 잘 통제해온 영역이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당황하게 되거나 항의하는 일은 거의 없다. 몇 조원이 걸려있는 빅 게임이기 때문에 아무도 큰 모험을 하려고 하지 않는다. 언론도 통제한다. 아무도 나쁜 이야기를 쓰려고 하지 않는다. 시승기는 거의 좋은 일만 적는다. 욕을 할 수도 없다. 많은 사람의 밥줄이 달려있기 때문이다. 비판을 해대면 애국심에 근거한 공격을 받을 수도 있다. 그러면서도 조금씩은 변한다. 정보가 새기도 하고 다른 나라의 수입차(이제는 적은 배기량의 차들도 곧잘 수입된다)와 비교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인터넷을 조금만 뒤져보고 관심이 있는 몇 개의 동호회에 가입하기만 해도 알고 있던 많은 사실들이 틀리며 모르고 있던 많은 사실을 알게 되기도 한다. 그리고 먼저 차에 대한 취미를 붙이기 시작하면 전반적인 자동차에 대한 정보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자동차 개론을 공부할 필요는 없지만 중립적이고 중요한 정보가 필요하다는 것을 곧 알게된다.

그러면 더 많은 것을 소화할 준비가 된 것이다. 디지털 카메라나 오디오의 마니아들이 배워가면서 빠져드는 것처럼 자동차의 문화도 아는 만큼 즐길 수 있다. 최고 스펙이 좋은 것도 아니며 최신의 엔진이 반드시 좋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다음주는 얼마정도의 고출력차가 좋은가에 대해〉

〈안윤호 송파 대광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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