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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의료기기 산업, 높은 ‘상급종합병원 문턱’에 표류 중”
“국내 의료기기 산업, 높은 ‘상급종합병원 문턱’에 표류 중”
  • 박예지 기자
  • 승인 2023.05.24 11: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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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범부처전주기의료기기연구개발사업단 성과 보고회 개최
“국내 기업의 신기술 시장 선점 위해 식약처 인허가 역량 확충해야”

국내 의료기기 산업 발전의 장벽으로 상급종합병원의 높은 문턱이 지목됐다. 기존에 국내 점유율이 높은 해외 브랜드에 밀려 국산 제품이 좀처럼 상종에 진입하지 못하면서 국내 의료기기 산업 자체가 표류하고 있다는 것이 산업계의 의견이다.

지난 23일 열린 범부처전주기의료기기연구개발사업단(이하 사업단) 성과보고회에서는 사업단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방안에 대한 패널토의가 진행됐다. 사업단은 지난 2020년 5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 4개 관련 부처가 합동으로 출범했다. 시장지향적 의료기기 출시를 위해 기업의 연구개발, 임상, 인허가, 제품화까지 전주기적인 지원을 제공한다.

토의에서 윤석준 고려대의료원 교수는 “업체들과 인터뷰를 해보면 국내 상종 진입이 너무 어려워서 가성비가 좋은 중간 품질의 제품을 생산해 동남아, 중남미 등으로 판로를 개척하고 있다고 한다”며 “국내에서의 판로 개척을 어떻게 해야할지 착잡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내에서 먼저 인정을 받아야 해외 진출도 쉬워진다. 정부의 효과적인 지원이 있다면 비약적인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며 “3년 주기로 실시되는 상종지정평가 지표에 국산 의료기기 구매 비율을 추가하는 방안을 제안해봤으나 정부 관계자는 냉소적이었다”고 덧붙였다.

사업단 10대 과제로 선정된 (주)바이오니아의 박한오 대표도 “대학병원 의사들은 교육 받을 때부터 외국 제품을 써왔기 때문에 국내에서 새로운 기기가 나와도 써볼 필요성 자체를 못 느낀다”며 “그러나 세계 최고 수준인 우리나라 의료 현장에서 성공하지 못하면 세계적으로 나갈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업들은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관련 학회와 긴밀한 목표의식을 갖고 협력해야 한다”며 “학회 구성원들이 소속 병원에서 국산 의료기기를 쓰기 시작하고, 관련 논문이 많이 나오면 그것을 레퍼런스로 세계적인 기기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박 대표는 우리나라가 신기술 시장을 선점해야 의료기기 선진국 반열에 들 수 있을 것이라고도 짚었다.

박 대표는 “코로나 시기에 식약처 인허가를 받은 진단분야 제품만 100여개가 넘는다. 인허가 담당자들은 적고, 업무는 많으니 허가 기준이 까다로워졌다. 미국, 유럽에서보다 한국에서 허가받는 게 더 힘들다고 불만이 나오고도 있다”며 “신기술 시장을 공략해야 기존 시장 선점 업체들을 제칠 수 있다. 신기술 적용 기기를 빠르게 심사하는 식약처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한편 사업단은 오는 2025년 1기 사업 종료를 앞두고 2기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2기 사업에서 매출 등 실질적인 사업 성과가 나타나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1기 사업은 의료기기 산업 육성을 위해 4개 부처의 역량을 한 곳에 집중했다는 것 자체로 의의가 있었지만, 향후 사업이 지속적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성과가 부각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희찬 서울의대 의공학교실 교수는 “2기 사업에는 의료비용을 절감시키고,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는 정말 좋은 제품이 나와야 한다”며 “2019년 의료기기 산업 무역수지가 -5000억원이었던 반면 2020년에는 코로나 특수로 2조원 넘는 흑자를 기록했다. 이 성장세가 계속 이어질 수 있도록 매출을 많이 내야 성과를 입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기획, 선정평가, 중간평가 등등 모든 기획 및 평가 과정을 통합적이고 일관적으로 진행해 사업이 효율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했으면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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