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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수술 VS 비만약···어느 쪽이 효과 더 좋나?
비만수술 VS 비만약···어느 쪽이 효과 더 좋나?
  • 배준열 기자
  • 승인 2022.09.20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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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 효과가 더 뛰어나지만 경우에 따라 약물 등 보조요법 필요”
전국 ‘확찐자’ 속출···코로나 이후 비만 치료제 처방·비만 수술 늘어

코로나19 이후 비만 인구의 증가세가 심상찮다. 이에 따라 비만 치료제 시장이 ‘역대 최대 규모’로 커진 것은 물론이고 체질량지수(BMI) 30㎏/㎡이 넘는 고도비만환자의 경우 비만 수술도 중요한 치료 옵션으로 주목받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 세계 성인 인구의 약 13%가 비만 환자이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외부 활동이 줄고 식품의 소비가 늘어나면서 전 세계 비만 관리에 적신호가 켜졌다.

급기야 지난 5월 WHO는 “코로나19 이후 비만환자의 증가세는 ‘전염병’과 같은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당시 WHO가 공개한 ‘유럽 지역 비만 보고서 2022’에 따르면 유럽의 성인 중 59%와 어린이 3명 중 1명(남아 29%, 여아 27%)이 과체중이거나 비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이나 유럽에 비하면 비교적 ‘날씬한’ 국가인 국내에서도 비만 인구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비만율이 빠르게 증가해 남성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에는 41.8%였다가 코로나19 이후인 2020년에 48%로 큰 폭으로 증가했고, 여성은 2019년 25.0%에서 2020년 27.7%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비만학회의 2021 비만팩트시트(Obesity Fact Sheet)에 따르면 체질량지수(BMI) 30㎏/㎡ 이상의 고도 비만 인구도 계속 증가해 성인의 약 5.4%가 해당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만은 건강의 ‘시한폭탄’이라고 할 수 있다. 만성질환이면서 당뇨병·고지혈·고혈압 등 대사질환뿐만 아니라 심장질환, 수면무호흡증 심지어 관절염까지 다양한 질환들을 유발하는 ‘만병의 근원’으로 불린다. 

건강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치는 비만 인구의 급격한 증가세와 사회 전반적으로 미용·성형에 유달리 관심이 많은 우리나라의 특성에 따라 국내 비만 치료제 시장도 ‘역대 최대’ 규모로 커지고 업체 간 경쟁도 점점 더 치열해지고 있다.

삭센다(성분명 리라클루티드)가 매출 1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가운데 큐시미아(성분명 펜터민/토피라메이트)가 맹추격하고 있고 그 뒤를 디에타민(성분명 펜터민), 휴터민(성분명 펜터민), 푸링(성분명 펜디메트라진) 등이 매출 하락으로 상대적으론 부진을 겪으면서도 바짝 추격하며 국내 비만 치료제 총 매출은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사의 처방을 반드시 받아야 하는 전문 의약품인 비만 치료제들은 대부분 중추신경계에 작용해 도파민과 세로토닌의 분비를 조절하여 식욕을 억제하는 기전을 갖고 있는 향정신성의약품이다. 그렇기 때문에 약물 중독 위험성이 있어 장기 복용은 매우 위험하고 비만 치료 효과에도 분명한 한계가 있다. 특히 체질량지수 30㎏/㎡가 넘는 고도비만자의 경우 비만 치료제를 써도 체중이 빠질 확률은 10% 미만인 것으로 알려졌다.

식이조절, 약물치료, 운동 등을 시도했음에도 불구하고 비만 치료에 한계가 있고 부작용 발생이 우려됨에 따라 이같은 문제점을 동시에 해결하며 치료 효과도 매우 높은 방법은 ‘비만 수술’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2019년 1월부터 비만대사수술에 건강보험이 적용되고 있다. 체질량지수(BMI)가 35㎏/㎡ 이상의 초고도비만이거나 30㎏/㎡ 이상이면서 비만과 관련해 고혈압·고지혈증·천식·수면무호흡·다낭성 난소 증후군·관절 질환 등의 합병증이 동반됐거나, BMI 27.5㎏/㎡ 이상이면서 제2형 당뇨병을 앓고 있다면 위절제술과 위우회술 등 비만대사수술의 보험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다. 정부도 비만을 단순한 미용적인 문제가 아닌 심각한 질병으로 인식했기 때문에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

비만대사수술은 일반인들에겐 잘 알려져 있지 않아 지방흡입수술과 같은 미용 수술로 생각하는 경우도 있지만 비만대사수술은 위를 절제하거나 위나 소장을 우회시켜 음식의 섭취와 흡수를 줄이는 수술이다. 대한비만학회에 따르면 비만 수술의 급여화 이후, 2019년과 2020년 2년간 약 4700여 명이 수술을 받는 등 수술 건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박성수 고려대안암병원 비만대사센터/위장관외과 교수는 “BMI 수치가 35kg/m2 이상인 고도비만환자들은 운동과 식이요법은 물론이고 약물을 포함한 각종 내과적 치료를 받아도 체중 감량 효과를 지속적으로 거두기가 대단히 어렵기 때문에 수술적 치료를 꼭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비만 수술이 비만 치료제에 비해 효과가 높은 것은 확실하더라도 수술을 받은 후에도 환자에 따라서 일정 시간이 지나면 비만의 재발률이 은근히 높은 게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실제로 지난 3월 대한비만학회 제55차 춘계학술대회에서 김용진 H+양지병원 비만당뇨수술센터장은 ‘고도비만환자 수술 전후 영양 상담의 효과와 필요성’에 대해 발표하면서 “위소매절제술을 받고 5년이 경과한 환자 100명 중 수술 전 비만도가 높았던 환자들에게 좋지 못한 결과가 나왔다”며 비만 수술 후에도 적절한 영양 상담이 필요하다는 점을 역설했다.

최근에는 ‘비만 치료의 게임체인저’라고도 불리는 치료제도 미국 FDA 허가까지 받아 머지 않아 국내에도 상륙할 것으로 전망된다. 릴리의 ‘마운자로’는 미국에서 승인된 최초의 GIP(포도당 의존형 인슐린 친화성 폴리펩타이드)와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수용체 작용제로서 작년에 종료된 임상시험에서 과체중 참가자들의 체중이 1년 6개월(72주) 동안 평균 24kg, 체중의 22.5%나 감량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현재 가장 많은 판매고를 올리고 있는 삭센다(5∼9%)의 효과의 2배가 넘는 수치이며 비만대사수술의 효과에도 거의 근접했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다만, 마운자로도 어디까지나 치료제이기 때문에 한계는 존재한다. 일주일에 한 번씩 주사를 맞아야 하며 주사를 맞지 않으면 효과는 그대로 사라진다. 또 임상 참가자의 평균체질량지수는 32~34kg/m²의 고도 비만 환자들로서 이들이 1년 6개월 동안이나 최대 용량(15mg)을 장기 복용한 결과여서 일반인들이 단기 복용을 해도 비슷한 결과가 나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고가의 약가도 약점으로 꼽힌다. 미국에서 마운자로의 투약 비용은 월 120만 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삭센다의 월 40만 원, 펜터민 제제의 월 7~8만 원 수준을 크게 상회할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돼 1000만 원이 넘는 수술비의 20%만 부담하면 되는 비만대사수술의 비용도 크게 상회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마운자로를 비롯한 비만 치료제의 효과는 비만대사수술의 효과를 대체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다만, 수술 이후에 보조요법으로서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권영근 고려대안암병원 비만대사센터/위장관외과 교수는 “비만 치료제는 쓸 때 뿐이고 약을 끊으면 식욕과 체중은 거의 대부분 원래대로 돌아오지만 비만대사수술은 장기추적 연구결과, 10년 이상 25~30% 감량된 체중을 요요없이 유지시켜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권 교수의 설명처럼 일반적으로 비만대사수술 후 25~30%의 체중 효과를 경험한다. 하지만 일부는 만족스러운 체중감량을 하지 못하거나 감량 후 체중이 다시 증가하기도 한다. 권 교수는 “하지만 이것이 수술 전 체중으로 원상복귀를 의미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면서 “체중의 재증가는 수술 후 시간이 흐르면서 개인의 생활습관이 무너져서 생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권영근 교수는 “비만 수술 후에도 적정 체중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정기적으로 비만센터를 방문해 영양과 생활습관 등의 상담을 받아야 하고 필요하다면 약물치료요법도 쓸 수 있다”면서도 “비만 약물은 어디까지나 보조수단일 뿐 약에 의존한 다이어트는 반드시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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