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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경영자가 안전에 대한 압박 ‘불허’ 명확히 해야”
“최고경영자가 안전에 대한 압박 ‘불허’ 명확히 해야”
  • 배준열 기자
  • 승인 2022.01.26 07: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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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목동병원,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앞서 온라인 세미나 개최
의료계, 입법취지 공감하지만 병·의원에까지 일괄 적용은 문제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이틀 앞두고 열린 관련 세미나에서 “최고경영자가 안전에 대한 압박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명확히 표명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조언이 나왔다.

이대목동병원 이화건강검진센터(센터장 김현주 이대목동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25일 오후 2시 30분부터 두 시간 동안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앞서 직업성 질병 예방’을 주제로 온라인 세미나를 개최했다.

1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오는 27일부터 시행되는 중대재해처벌법은 근로자 안전사고에 대해 사업주를 엄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따라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중대재해가 발생한 경우, 사업주와 경영책임자에게는 사망 시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또 고의적인 중과실이 있다면 최대 5배의 범위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할 가능성도 있다.

의료기관도 이 법의 적용 대상에서 예외가 아니다. 특히 2년 뒤인 2024년부터는 상시 근로자가 50인 미만인 의료기관에도 이 법이 적용된다. 이 법이 기존의 관련법과 다른 결정적인 점은 산업안전보건법의 경우 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검사·평가만 하면 경영자가 의무를 다한 것이지만, 이 법에서는 이를 위한 이행·점검 의무를 규정한 것이다. 또 실질적인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사업주와 경영책임자의 처벌 근거를 마련한 것 역시 특징이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앞서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해 기업과 사회가 노력해야 할 방안이 제시됐다.

이날 세미나 연자로 나선 김현주 이대목동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직업성 질환을 오랫동안 지켜본 전문가로서 이번 법 시행을 계기로 기업의 안전보건 조치를 강화하고 노동자들이 더욱 건강하게 근무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최고경영자의 안전에 대한 생산 압박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명확한 입장표명이 있어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 안전보건관리자는 전사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점을 경영책임자 등이 이해하도록 하고, 구체적으론 직업성 질병 예방 계획을 보고하고 집행에 필요한 인력, 장비, 예산을 문서화하여 요청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법 시행을 계기로 이미 산업 현장에서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최소한 안전보건조직은 갖춰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며 “지금과 같은 시기에 산업 재해로 인한 사망, 직업성 질환 예방을 위한 준비를 미루지 말고 철저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연자로 나선 권오성 성신여대 법학부 교수는 이법의 집행과정에서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겠지만 입법취지를 고려해 무조건 폄훼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권 교수는 “법 시행에 앞서 내용이 모호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지만 중대재해로 인한 많은 사망과 시민사회의 노력이 있은 후에 시행된다는 점에서 관료적 마인드로 집행과정에서의 문제점만 제기하며 폄훼하기보다는 입법취지를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족이나 친지가 중대재해로 인해 사망했다고 감정이입을 해 보면, 이 법에 대해 함부로 말할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의료계는 이 법의 입법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의료기관에까지 일괄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대한개원의협의회는 지난 18일 성명을 통해 “산업 재해를 예방하고 인명의 희생을 예방하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정신”이라면서도 “일선 산업 현장과는 거리가 있는 의료기관까지 뭉뚱그려 그 법안에 포함되는 것은 다른 문제로 질병을 다루고 생명을 구하고 건강을 증진하는 의료기관에는 실제 현장의 목소리가 담긴 규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최근 수술이나 시술에 따른 나쁜 결과에 대해 의료인을 형사법으로 다스려 인신 구속까지 하고 있음을 상기하면, 이 법이 의료인에 3중, 4중의 죄목을 붙여 적대시하고 희생양으로 삼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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