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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 안한 비전속 영상의학과 전문의' 업무인정 판결에 대해 말하다"
"'출근 안한 비전속 영상의학과 전문의' 업무인정 판결에 대해 말하다"
  • 조준경 기자
  • 승인 2022.01.25 10: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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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정지·요양급여환수처분 취소소송' 병원 측 승리로 이끌어 낸 법무법인 태평양팀 기자간담회
"반드시 해당 의료기관 출근해 업무 수행할 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려워"
"비전속 영상의학과 전문의 꼭 출근할 필요는 없지만 분기 단위로 방문 증거 남겨 놓아야"
(왼쪽부터) 이준구, 박상현, 이덕우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왼쪽부터) 이준구, 박상현, 이덕우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비전속 영상의학과 전문의는 직접 출근해 CT(Computed Tomography·컴퓨터단층촬영) 등 특수장비의 영상관리를 하지 않아도 의료영상 품질관리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대법원의 첫 판결이 지난 2020년 7월 나온 바 있다. 이전에는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최소 주 1회 이상 출근하지 않으면 보건당국으로부터 업무정지를 비롯해 관련 요양급여비용 환수처분 등의 처분을 받아왔다. 그러나 법무법인 태평양(대표변호사 김성진)의 박상현(사법연수원 30기) 변호사가 '업무정지·요양급여환수처분 취소소송'을 최초로 병원 측 승리로 이끌어내며 의료기술의 발전 추세와 의료현장의 상황이 반영된 법리적 판단이 세워졌다는 의견이 나온다. 관련 사건을 이끌었던 박 변호사팀을 만나봤다. 

보건당국의 부당청구 주장은 무엇이 문제인가? 

박상현 변호사 “부당청구라함은 속임수나 기타 부정한 방법으로 요양급여 등을 받는 것인데, 비전속 영상의학전문의의 업무와 관련된 사건들은 통상의 허위청구나 과다청구의 부당청구 사건과는 다른 특성이 있습니다. 진료도 본인이 다 하고, 제대로 CT나 MRI를 촬영하고 판독도 해서 진료 과정상 특별한 문제가 없습니다. 그러다보니 제재를 받는 의사나 병원 입장에선 자신들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모르겠다는 불만이 제기됐습니다. 바꿔 말하면 관련 규정을 준수해야 한다는 내용이 사전에 고지되지 않았고 교육도 이뤄지지 않았다는 말입니다. 또 비전속 전문의가 과연 출근해야되는지 실무에 임하는 의료진 입장에선 의문을 가지고 있습니다. (대법원 판결 사건의)문제의 발단은 특수의료장비 운영지침을 보면 비전속에 대해서는 주1회이상 근무해야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보건복지부나 건보공단에서는 1회이상 출근의 의미로 생각했습니다. 1심 법원의 입장도 출근을 아예 하지 않았다고 하면 비전속 전문의가 해야되는 의료영상 품질관리를 총괄하는 업무라든지, 영상화질 평가 등을 안한 것이라고 추단했습니다. 그런데 병원에서는 영상화질평가나 품질관리는 꼭 출근하지 않아도 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서울이 아닌 지방의 경우는 의료현실상 비전속전문의 출근자체가 쉽지 않습니다”

박 변호사가 맡은 사건의 원고인 의사 A씨는 외부 영상의학과 전문의 B씨와 계약을 맺고 일정 기간 동안 병원 내 CT촬영장치로 촬영한 영상을 B씨가 판독하도록 하고 매월 50만원을 지급했다. 복지부는 2017년 4월 현지조사를 통해 실제 B씨가 병원에 출근하지 않았기 때문에 요양급여비용이 부당청구됐다고 보고 70일의 요양기관업무정지처분과 30일의 의료급여기관 업무정지처분을 내렸다. 그리고 같은 이유로 서울 성동구청은 254만원의 의료급여비용 환수를, 국민건강보험공단은 1억 4477만원의 요양급여비용 환수 처분을 A씨에게 내렸다.

1심인 서울행정법원은 “'비전속'의 문언적 의미를 고려하더라도 최소한 해당 의료기관과 일정한 관계를 맺고 의료영상의 품질관리 업무를 총괄·감독하고 영상화질 평가, 임상영상을 판독할 필요가 있다”며 A씨에게 패소 판결했다. 그러나 항소심인 서울고법은 “특수의료장비규칙 제3조 1항에서는 전산화단층 촬영장치는 '전속'과 달리 '비전속' 영상의학과 전문의를 둘 수 있고 비전속 전문의가 반드시 해당 의료기관에 출근해 의료영상 품질관리 업무를 수행할 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원심 판결을 뒤집었다. 복지부 측은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이를 기각하며 항소심 판결을 유지했다.

향후 비전속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꼭 출근 안해도 되나?

이덕우 변호사 “(비전속 전문의들이)출근에 대해 전혀 신경 안써도 되는지는 함부로 말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이냐하면, 출근 유무와 관계없이 업무는 해야 되는 것이고 출근을 안했을 때 업무를 수행했다는 자료가 준비돼 있지 않으면 명의만 빌려줬다고 보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사건을 진행하다보면 업무를 수행했다는 증거를 찾기 힘든 경우가 있습니다. 예를들면 비전속 전문의를 쓰면서 계약서도 안 쓰고, 급여도 제대로 안 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출근을 하게되면 출근 자료 정도는 확보할 수 있습니다. 판독의 경우도 실제로 판독 했는지, 언제, 무엇에 관해 했는지의 자료를 잘 갖춰 놓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안전을 위해선 분기에 한번 정도 방문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냐는 의견입니다"

이 변호사는 법리적으로 볼 때 비전속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꼭 출근할 필요는 없지만 분기 단위로 방문 증거를 남겨 놓을 것을 권고했다. 통상은 보건당국의 현지조사 빈도가 높지 않기 때문에 장기간 업무를 보았다는 기록이 없을 시 법정 다툼에서 이를 업무를 보았다고 증명하기가 어렵고, 늘어난 기간 만큼 업무정지처분이나 환수금액이 크게 증가해 병원에 타격을 줄 리스크가 있다는 설명이다. 

대법원 판결에서 의료계가 주목해야 할 점이 있다면?

이준구 변호사 “이 판결에서 주목할 부분은 법원이 기술의 발전이 의료현장에 적용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해 판단한 것입니다. 앞으로 의료현장에서는 원격판독 외에도 다양한 변화가 일어날 것인데, 법원이 얼마나 보수적 혹은 전향적으로 현장 상황을 고려할지도 주목해 볼만 합니다. 제가 볼 때는 앞으로 정보통신기술이 발전하고 의료도 그 기술을 활용하는 쪽으로 발전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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