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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법', 간호사들 처우 개선과 '무관'···의료기관 개설 '악용' 우려
'간호법', 간호사들 처우 개선과 '무관'···의료기관 개설 '악용' 우려
  • 홍미현 기자
  • 승인 2022.01.19 17:4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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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의료정책연구소, 간호사 근무 환경 열악한 점 '공감'···간호법 아닌 '간호관리료' 인상돼야
"현행 보건의료인력지원법 정비 및 (가칭)보건의료인력 관리에 관한 법률’ 제정해서 논의해야"

대한간호협회가 ‘세계 90개국에 간호사 관련 단독법이 있거나 제정 중’이라고 주장하자 의료계가 이를 적극 반박하고 나섰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38개 회원국 중 11개 국가만 ‘간호사 단독법’을 보유하고 있는데, 마치 우리나라에만 간호사 단독법이 없는 것처럼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는 이유다.

의료계에서는 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확대하기 위한 간호법 제정은 간호사들의 처우 개선과는 무관할 뿐만 아니라, 단독 의료기관 개설을 위한 교두보로 악용될 소지가 높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소장 우봉식)는 19일 서울 용산 의협 임시회관에서 ‘OECD 회원국 간호법 현황조사 보고 및 우리나라 독립 간호법 추진에 대한 문제’를 주제로 기자회견을 열고 “해외 간호사 단독법의 내용은 우리나라에서 논의되고 있는 간호사 단독법안과는 전혀 다르다”며 이 같이 밝혔다.

연구소에 따르면, OECD 회원국 38개국을 대상으로 간호사법이 있는지 조사한 결과, 간호사 단독법을 갖고 있는 국가는 오스트리아, 캐나다, 콜롬비아, 독일, 그리스, 아일랜드, 일본, 리투아니아, 폴란드, 포르투칼, 터키 등 11곳으로 약 30%에 불과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나머지 27개 국가에는 간호사 단독법이 없다.

간호사 단독법이 없는 국가 중 우리나라를 비롯해 벨기에, 칠레, 코스타리카, 에스토니아, 프랑스, 헝가리, 이스라엘, 이탈리아, 라트비아, 룩셈부르크, 멕시코, 영국 등 13곳은 우리나라처럼 ‘의료법’에서 보건의료인력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호주와 미국 등 나머지 14개 국가의 경우 의료법과 분리된 별도의 ‘보건전문직업법’에서 보건의료인력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특히 연구소는 해외 간호사 단독법의 내용이 우리나라에서 논의되고 있는 간호사 단독법안과는 전혀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우 소장은 “해외 간호사 단독법의 경우 공통적으로 ‘면허관리 기구’의 설치·구성이나 교육·자격·면허·등록 간호사에 대한 환자 불만 접수, 조사·징계 등 면허관리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다”며 “해외 간호사 단독법의 제정 목적은 엄격한 면허관리를 통해 국민의 건강을 두텁게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보건의료인력의 면허를 모두 보건복지부가 관리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사정은 매우 다르다. 

우 소장은 “우리나라는 국민의 건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의사·치과의사·한의사·조산사·간호사에 관한 사항을 의료법에 통합적으로 규율하고 있다”며 “국민에게 보다 효과적이고 안전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보건의료인력 간의 협력, 명확한 지도·감독 체계가 필수적이라는 판단이 전제돼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해외 간호사 단독법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한 분석과 의료환경에 대한 비교 없이 단순히 ‘해외 여러 국가에 간호사 단독법이 존재하기 때문에 우리나라에도 간호사법 단독법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매우 부적절하다는 게 우 소장의 진단이다. 우리나라에는 의료인 면허관리기구가 존재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복지부에 의한 통합적인 면허관리 체계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직역별 단독법을 제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실익도 없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연구소는 국회에 발의된 간호법 제정안은 현행 의료법과 체계가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간호사 업무 범위 확대에 따른 직역 간의 갈등이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우 소장은 “특정 직역을 위한 법률 제정이나 근시안적인 지원대책을 추진할 경우, 보건의료 직역 간의 형평성 문제 등 갈등이 야기될 뿐만 아니라, 지속적·일관적인 지원체계가 불가능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간호사의 근무환경이 매우 열악하다는 것에 대해 사회적 공감대가 있고,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이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면서도 “의료현장에서 열악한 근무환경에서 고군분투하는 인력이 간호사 뿐만은 아니다. 다양한 보건의료인력의 근무환경 실태를 면밀히 파악하고, 종합적인 대책을 수립·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연구소는 간호사들의 처우를 개선하려면 우선 ‘간호관리료’가 인상돼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우 소장은 “간호사 급여 수준과 직접적 상관관계가 있는 간호관리료를 개선하지 않고는 어떤 정책도 간호사의 처우 개선에 실질적 해법을 제시할 수 없다”며 “현재 원가보전율이 38.4%에 불과한 간호관리료를 최소한 원가보전이 가능한 수준으로 인상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처우 개선 방안”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간호사 이외에도 의료인, 간호조무사, 약사, 한약사, 의료기사, 보건의료정보관리사, 안경사, 응급구조사, 영양사 등을 지원대상으로 하고 있는 현행 보건의료인력지원법 정비를 통한 통합적 지원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그는 “복지부가 모든 보건의료인력의 면허를 관리하고 있는 현행 의료법 체계 내에서는 간호사 단독법안과 같은 논란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며 ‘(가칭)보건의료인력 관리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전문성이 담보된 보건의료인력 관리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도 내놨다

보건의료인력의 면허를 관리하는 전문기관을 설치하고, 이 기관에서 보건의료인력의 업무 범위와 근무 환경, 처우 개선 등을 논의하는 게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우 소장은 “같은 의료인으로서 국민 건강을 위해 협력하고 서로 힘이 돼야 할 직역인 간호사들의 처우 개선 필요성에 공감한다”며 “서로 도울 수 있는 것은 서로 도우며 보건의료 환경에 도움이 되는 동반자가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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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현 2022-01-20 10:05:17
의사들의 이기적인 일방적인 주장인뿐...좀 기득권을 내려 놓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