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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의사회 제35대 상임진 칼럼] 초보 상임이사의 단상
[서울시의사회 제35대 상임진 칼럼] 초보 상임이사의 단상
  • 의사신문
  • 승인 2021.12.15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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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동찬 서울시의사회 보험이사(연세비뇨의학과의원)
  전동찬 서울시의사회 보험이사

2002년 개업 이후 의사회 활동이라고는 구의사회에서의 경험이 전부인 내게 서울시의사회 상임이사를 맡아보라는 선배님의 제안을 받고 능력에 비해 과한 자리라는 부담감과 고민 끝에 서울시의사회에 들어오게 되었다. 

3년 뒤 구의사회장을 맡을 예정이라 구의사회 회무와 조직 운영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개인적인 희망도 결정의 요인이 되었고 의료정책최고위과정을 수강하게 된 계기도 같은 이유였다.

예상보다 서울시의사회에서는 다양한 회무가 올라온다. 간단하고 가벼운 회무에서부터 의료법, 건강보험법 등 법률적으로 무거운 회무까지. 애초부터 법안들이 의사에게 호의적이기를 기대치 않았지만 대부분이 의사에게 일방적으로 부당할 뿐만 아니라 결국엔 국민들에게 피해를 줄 만한 법안들이라는 점에서 내가 있는 자리에 대한 부담감과 경각심이 가중되었다. 

언뜻 보면 문제없어 보이는 법안도 다른 이사님들의 설명을 듣고 나면 여러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는 경우가 많았고 그럴 때마다 선배 이사님들의 전문지식과 통찰력에 경의와 감사가 교차하였다.

서울시 상임이사회와 의료정책최고위과정을 통해 의료계의 상황과 현안을 보다 구체적이고 깊이 있게 알 수 있었으며 의료계가 그 어느 때보다도 어렵고 복잡한 상황 속에 놓여있음을 알 수 있었다. 공공의료, 전문간호사법, 비급여 진료와 실손보험, 원격(비대면)의료 등 동시다발적이고 연쇄적으로 벌어지는 일련의 상황들은 하나하나를 개별적으로 보더라도 파급효과가 엄청나며 대처하기 어려운 사항들이었다. 생각해보면 이렇게 심각하고 복잡한 문제들이 갑자기 나왔다기보다는 이전부터 조짐이 있었으나 내가 모르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싶다. 

평소 건강하게 지내던 환자가 갑자기 아프다고 병원을 찾아와 하소연할 때, 문진과 병력 청취를 통해 예전부터 있었던 증상을 환자가 무시하고 지내왔음을 우리는 자주 봐왔으며 이는 건강에 대한 막연한 희망이나 무모한 자신감, 무관심이 원인이라는 점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국민들의 의사에 대한 인식과 요구 수준은 과거와 많이 달라졌으며 그에 따른 국가의 간섭과 통제로 인해 대부분의 의사들은 회의과 절망감을 넘어 분노에 차 있으며 미래에 대한 희망마저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내부적으로도 직역과 지역, 종별, 세대, 임상과 간의 상이한 이해관계로 현재의 문제 해결과 미래의 예측은 더욱 어려워지리라 생각된다. 

무엇을 어떻게 하고 무엇부터 해야 할까? 현재의 상황을 파악하고 과거의 무엇이 지금의 결과를 초래했는지 살펴야 하며 해결책이 필요한 현시점에서 우리는 우선적으로 자신을 돌아볼 필요가 있겠다. 나 역시도 막연한 희망과 무관심, 무지 속에서 살아왔으며 그런 의미에서 이번 서울시의사회와 의료정책최고위과정은 내 수준과 현 상황을 보다 성찰하고 파악하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진료에만 집중하기에는 세상이 너무 빨리 변하고 더욱 복잡해졌다. 개업 후 교과서에서 배운 의학만이 아니라 심평의학을 모르면 안 된다는 사실을 알기까지 얼마나 많이 깨지고 억울하고 분했던가. 

앞으로 심평의학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복잡하고 급속한 변화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정치, 경제, 사회라는 전통적인 요인 외에 생소하고 예측 불가한 기술의 발전과 그 기술을 기반으로 의료에 진출하려는 기업의 출현과 같은 사회의 변화에 따른 새로운 요소들을 고려한 정책적 대비가 필요하겠으며 그렇지 않을 경우 우리의 상황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여기에 더해 우리 내부의 분화와 향후 더욱 가속화될 집단 간의 이질감과 첨예한 이해충돌은 이러한 변화에 대비해야 하는 우리의 역량과 의지를 왜곡시킬 아킬레스건이 될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 서울시 상임이사회와 의료정책최고위과정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깨우치게 되어 잘한 선택이라 생각되며 이 자리를 빌려 기회를 주신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올린다. 

비록 의료계가 한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고 같은 문제에 대해서도 각자의 위치와 상황에 따라 다른 생각과 해결책이 있겠지만 적어도 문제의 본질을 정확히 파악하고 서로의 입장을 공감할 수 있다면 더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을 것이며 그러하기를 희망한다. 

우리 각자가 의사회나 학회, 정책 교육과정 또는 의사신문, 학술대회 등을 통해 정책에 대한 무지와 무관심에서 벗어나 현실을 파악하고 미래를 대비해야 하겠으며 의사회나 학회에서도 정책이나 사회, 기술의 변화에 대한 학습의 장을 만들어주길 기대해 본다. 

커뮤니티케어, 원격(비대면)의료, 메타버스, 4차산업혁명. 생소하지만 어느새 우리 앞까지 다가온 변화들에 대해 우리는 어떻게 대비할 것이며 그 결과는 과연 우리에게 희망이 될까 아니면 또 다른 절망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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