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4 14:14 (수)
[창립 106주년 특집] "의료진이 소신 진료하고 국민들이 신뢰할 수 있는 환경 만들어야"
[창립 106주년 특집] "의료진이 소신 진료하고 국민들이 신뢰할 수 있는 환경 만들어야"
  • 김동석 대한개원의협의회장
  • 승인 2021.12.06 11: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20 대선-의료백년대계를 위한 의료계의 상생 제안

대한민국은 코로나19로 인한 위중한 상황에서도 의료시스템이 붕괴되지 않았고, 코로나 백신 접종 또한 일사불란하게 이루어졌다. 이것은 정부와 국민의 노력이 있어 가능했지만, 무엇보다도 의료기관의 헌신적인 희생이 바탕에 있다. 그러나 세계 최고라고 자부하는 우리나라의 의료시스템이 언제까지 유지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최근 위드 코로나 정책이 시행되면서 심각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어 코로나19 감염 환자에 대한 진단과 치료, 중증 환자 병상확보 등에 비상이 걸리고 있다. 대규모 환자 발생 시에는 의료 인프라 부족으로 환자가 적절한 조치를 받지 못하게 될 수 있다.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인해 의료진의 피로도는 이미 극한 상황에 이르렀다. 이런 상황에서 그나마 버티고 있는 의료시스템은 병상 수만 늘린다고 하여 해결되는 것이 아니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의료진 확보이다. 적재적소에 제대로 훈련된 의료진들이 없다면 빈 병상은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그러나 우리나라는 필수의료의 몰락이 이미 시작되었다. 

전공과목 선택에 있어서 기피과로 외면받아 온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흉부외과 등은 여전히 전공의 모집에서 미달이 속출하고 있다.

2021년도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율은 0.29대 1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고, 외과는 178명 정원에 141명의 지원으로 경쟁률은 0.79대 1이며, 산부인과도 144명 정원에 110명이 지원하며 경쟁률은 0.76대 1이었다. 필수의료를 담당하는 전공의는 책임과 업무량이 많고, 다른 전공과에 비해 삶의 질이 떨어지는 것뿐 아니라 자존감을 지키기 힘든 현실로 인해 전공을 기피하는 것이다. 

수술실 CCTV 설치 강제화 입법 과정에서 수술실이 범죄 우발지역일 수 있고, 의료진을 상시 감시해야 한다는 논리로 인해 의사들은 잠재적 범죄자가 되었고, 국민과 의사의 신뢰 관계가 파괴되었다.

CCTV 설치 법안과 같은 무리한 규제는 장기적으로 위험한 수술을 기피하는 정도가 아니라 의대생들의 외과 계열 전공 기피 현상이 더 심화 될 것이다. 또한, 충분한 수련의 기회를 받지 못함으로 인해 숙련된 외과 의사들이 부족하게 될 것이며 이것은 결국 의료 인프라를 파괴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의사들은 전쟁터 같은 의료현장에서 환자의 곁에서 최선을 다하며, 환자의 결과가 나쁠 수 있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환자의 곁을 지키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결과가 잘못되는 순간 의사는 가해자가 되고 법의 심판대 앞에 서게 된다. 

전문의를 포함한 3명의 의료진이 최소 5회 이상 진료를 했음에도 놓쳤던 7세 소아의 횡격막탈장으로 인한 사망 사고에 대해 의사들의 법정 구속이 있었고, 대학병원의 신생아 중환자실 신생아가 집단 사망한 사건에서도 의료진 구속으로 이어졌다. 

산부인과에서는 분만 과정에서 태아 자궁내사망은 언제든지 갑자기 발생할 수 있어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문제임에도 태아를 살리지 못했다는 사유로 여의사를 8개월간 구속하라는 충격적인 판결이 있었고, 산부인과 의원에서 사산아에 대해 유도 분만을 하던 중 태반조기박리에 의한 과다출혈을 의료진이 부주의로 인지하지 못하여 산모가 사망에 이르게 되었다는 사유로 의사를 법정 구속하였다. 산부인과 의사들의 두려움은 폐원 가속화와 분만 기피로 분만 인프라 붕괴로 이어지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중요한 보건의료정책은 의료진이 소신 진료를 할 수 있는 의료 환경과 의료진을 신뢰하는 사회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현재의 사회적 법적 의료 환경은 의사를 신뢰할 수 없는 규제와 처벌의 대상으로 보는 시각이 만연함으로서 의사들이 위급한 진료나 수술 등의 필수의료를 기피하게 만들고 있다. 이러한 사회 분위기 조성은 의사들이 소신 진료보다는 방어 진료를 하게 조장하고, 위험도가 높은 진료과는 전공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더구나 필수의료를 재정비하는 것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이제라도 빨리 방향을 바꿔 재정비를 서둘러야 하나, 오히려 더 심화만 되고 있어 매우 안타깝다.

제20대 새 정부에서는 필수의료 살리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기를 바라며, 조속히 실행해줄 것을 바란다.

1.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제정; 의사는 모든 환자를 살릴 수는 없다. 고의과실이 아닌 정당한 의료행위에서 일어난 ‘불가피한 의료사고’에 대해 그 최종 결과가 나쁘다고 하여 의사를 구속하는 것은, 환자를 위해 노력한 의사를 그 결과만으로 판단하여 처벌하는 행위로 반드시 막아야 한다. 구속을 각오하고 위험을 무릅쓰며 진료를 할 의사는 없다.

2. 불가항력 의료사고의 국가책임제 실현; 불가항력으로 일어난 사고에 대해 의사가 배상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은 매우 부당하다. 일본이나 대만은 분만으로 발생한 뇌성마비 경우나 산모와 태아의 사망 또는 장애가 있는 경우에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재원을 부담하여 보상하고 있다.

3. 원가 이하의 의료수가 정상화; 의료수가가 원가 이하라는 것은 이미 다양한 연구결과로 증명이 되었다. 정당한 진료 행위에 대해 적정 수가를 책정하는 것은 진료의 질을 보장하고 환자의 건강권 보장을 위해 당연하다.

4. 의료전달체계 확립; 3차 병원은 연구와 중환자 치료만으로 병원이 유지되도록 하고, 접근성이 뛰어난 동네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1차 진료를 할 수 있도록 예외 없는 의료전달체계를 확립해야 한다.

지난 2년간 코로나19로 인해 부각 된 방역과 의료의 중요성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국정운영에 있어 의료계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차대하다.

대한의사협회는 백화점식 정책을 제안하는 것 보다 위의 경우처럼 의료계를 위해 필요한 정책제안을 단순하게 몇 가지로 목표로 정하고 대선 후보 캠프에 전달하여 답변을 요구해야 한다. 그리고 그 답변 내용을 13만 회원께 알려서 의료의 미래를 맡길 수 있는 후보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의사는 결코 환자를 외면하지도, 외면할 수도 없다. 대구에서 1차 코로나 대유행이 일어났을 때 전국 곳곳에서 자원봉사 의사들이 모여들었듯이, 의사는 재난이 발생하면 언제 어디든 현장으로 달려간다.

향후 5년간 국가를 이끌어나갈 차기 대통령의 의료정책은 의료계의 존립뿐 아니라 국민의 건강권 수호를 위해 매우 중요하다. 의료기관을 규제의 대상이나 행정단위로 취급하지 말고, 근시안적, 포퓰리즘적 정책을 버리고 의사의 소명의식을 고취시키고 격려할 수 있도록 정책 방향을 잡아줄 것을 기대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