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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국민들에 ‘모더나 → 화이자’ 변경 가능 안내로 1선 의료현장 혼란
정부, 국민들에 ‘모더나 → 화이자’ 변경 가능 안내로 1선 의료현장 혼란
  • 조준경 기자
  • 승인 2021.12.02 17: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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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세 이상 모더나 대상자들 화이자로 변경 요구
한 병 3차 24인분 들어있는 모더나...1~2명 접종하고 폐기될 상황
서울시의사회 “정부 차원에서 모더나도 안전하다 홍보해야”

질병관리청 산하 ‘1339 감염병 전문 콜센터(콜센터)’측의 코로나 백신 부스터샷 변경가능 안내로 위탁의료기관과 백신 접종자들 사이에서 혼란이 일고 있다.  

콜센터측은 기존(1, 2차 접종)에 아스트라제네카 혹은 모더나를 맞은 60세 이상 접종자가 부스터샷을 맞을 경우, 원한다면 화이자 백신으로 변경할 수 있다고 안내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대상자들의 백신 변경 요구가 늘고 있다. 문제는 의료기관 측이 보유하고 있는 화이자 백신 비축분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또 기존에 배송된 모더나 백신이 예약되지 않아 향후 상당 수량이 폐기될 상황에 놓였다. 

서울에 소재한 A의원의 접수처 관리자 B씨는 “60세 이상 분들 사이에서 모더나에 관한 소문이 좋지 않다”며 “부스터샷 예약 후 모더나라고 안내하면 맞지 않겠다는 유형이 있고, 화이자가 생기면 연락달라는 유형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 접종자들에게 자세한 사항은 콜센터에 문의하라고 안내하면, 콜센터 측은 병원 재량이라고 설명해주며 ‘공 돌리기’를 한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의료기관 접수처 직원들은 관련 사안을 재차 설명해주거나 화이자 변경을 원하는 접종 대상자들을 별도로 기록하는 업무 부담이 생겼다. 게다가 대부분 의료기관이 동네 의원들이기 때문에 단골 손님들의 요구를 쉽게 거절하지 못하는 문제점도 나온다. 

B씨는 “전화 문의하시는 분들께 화이자 물량이 없어서 변경이 힘들다고 안내하면 알겠다면서 전화를 끊으신다”며 “저희는 정부 공문을 최대한 지키려고 그렇게 안내해 드리는 것인데, 또 어떤 곳에선 변경해 주는 경우가 있으니 의료쇼핑 목적으로 전화가 많이 온다”고 말했다.

실제로 질병관리청이 각 의료기관에 2일 발송한 공문에 따르면 “현재 1, 2차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 접종자는 추가접종(모더나) 대상으로, 개인 요청에 의한 백신변경(화이자)은 가급적 하지 말아달라”는 내용이 있는데, 콜센터 안내는 의료기관 재량으로 접종자들에게 안내하니 현장에서는 의료기관과 접종자 사이에 오해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서울 소재 C의원의 접수처 D직원은 화이자를 원하는 접종자들의 항의에 피로를 호소했다. 

D씨는 “1, 2 차를 아스트라제네카를 맞으신 분들이 부스터샷이 모더나가 배정되면 전화를 하셔서 항의한다”며 “그건 위탁의료기관에서 배정하는게 아닌데 그런 부분을 설명드려도 납득 못하시는 경우들이 많다”고 전했다. 

우리나라에서 아스트라제네카는 지난달 30일 부로 접종이 종료됐다. 때문에 1, 2차 아스트라제네카를 접종 받은 60세 이상 부스터샷 대상자는 자동으로 모더나를 배정받게 된다. 

D씨는 “이미 2주 분량의 부스터샷이 배송됐는데 이렇게 모더나 백신이 안 나가면 유효기간 종료 후 폐기해야되는 문제점도 있다”고 토로했다. 

모더나 백신은 한 병당 12명 분(부스터샷 24인분) 용량이 들어있다. 1~2명에게 접종하기 위해 병을 열었다가 맞힐 사람이 없으면 남은 분량은 폐기해 버릴 수밖에 없다. 이미 지난 10월 25일 기준으로 폐기된 모더나 백신은 107만 도스(부스터샷 214만명 분)에 달한다. 이는 전체 60대 인구(714만명)의 30%에 해당하는 수치다. 비싼 돈을 주고 구입한 백신들이 사용도 못해보고 낭비되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선 국민들의 모더나에 대한 불안감에는 정부 발표의 영향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 코로나19예방접종대응추진단은 지난달 17일 정례 브리핑에서 “현재 우리나라는 두 백신(모더나, 화이자) 간의 심근염 · 심낭염 신고율에 큰 차이가 없지만, 안전을 위한 선제적 조치로 30세 미만에 모더나 대신 화이자 접종을 권고한다”고 밝혀 사실상 모더나가 위험하다는 인상을 줬다. 

이에 대해 서울시의사회 유승훈 공보이사는 “(발표 이후) 모더나에 대한 사람들의 접종 의지가 완전히 없어져 버렸다”며 “사람들은 당연히 모더나는 뭔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을 하고 화이자로 돌아서게 됐다”고 지적했다.

유 공보이사는 “질병관리청에서 지침을 명확하게 하지 않았기 때문에 1선 의료현장과 국민들 사이의 오해가 많다”며 “화이자가 확실히 공급만 된다면 얼마든지 화이자로 변경해 줄 수 있다. 그러나 화이자가 10개 밖에 없는데 원하는 사람은 100명이 되는 상황이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어 “(제가 운영하는 병원도)모더나를 열명이 맞기로 돼 있었는데 예약은 4명이 잡힌다. 그럼 남은 분량을 잔여백신으로 시스템 상에 올려 놓는데 예약이 안 들어온다”며 “질병관리청에서 모더나의 안전성에 대해 다시 한번 국민들에게 설명해줘야 이러한 수급 불균형 문제가 해결될 것이고 값비싼 백신이 버려지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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