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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 "간 생검술 위험성 설명 불충분한 의료기관 2억 배상해야"
法 "간 생검술 위험성 설명 불충분한 의료기관 2억 배상해야"
  • 조준경 기자
  • 승인 2021.11.30 16: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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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장기 손상無, 조직검사 합병증 의한 사망으로 봐야"
"수술동의서 내용, 간 생검술 위험성 충분히 설명 못해"

환자에게 불필요한 간 생검술을 시행하고, 설명의무를 위배한 의료기관에 대해 2억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재판부(서울중앙지법 제15민사부)는 판결문에서 “만일 의료행위 주체가 설명의무를 소홀히 하여 환자로 하여금 자기결정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할 수 없게 했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불법행위가 성립할 수 있다”며 “피고 병원 의료진은 조직검사를 할 경우 대량출혈 발생의 위험성이 상당한 망인에 대해 일반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스테로이드 치료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망인에 대해 이 사건 간 생검술을 시행한 과실 및 설명의무를 위반한 잘못이 있고, 망인은 간 생검술의 시행으로 인해 발생한 복강내 대량 출혈로 사망했으므로, 피고 병원 의료진의 사용자인 피고는 위와 같은 피고 병원 의료진의 불법행위로 인해 망인과 원고들에게 발생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며 지난 9월 위와 같이 판결했다.

피고는 대전 소재 A병원을 운영하는 법인이다. B씨는 피고 병원에서 급성 A형 간염 등으로 치료를 받던 중 2019년 10월 5일 사망한 환자이고 원고는 그의 부모이다.

B씨는 전신통, 발열, 두통 및 구토 증상을 호소해 오다가 2019년 10월 2일 오후에 A병원 응급의료센터에 내원했다. A병원 응급의료센터 의료진은 B씨에 대해 혈액검사를 시행한 결과, B씨는 급성신부전으로 중증의 신기능(腎機能) 저하 상태였고, 간세포 손상이 심한 급성 간부전 상태로서 임상적으로 급성 간염을 의심할 수 있는 간기능 저하가 심각한 상태임을 확인했다.

병원 의료진은 다음날인 3일 B씨를 내과계 중환자실로 전원했고, A병원 소속 소화기내과 의사 I씨는 4일 B씨의 대사성 산증 및 적은 배뇨량으로 인해 지속적신대체요법(CRRT)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해 신장내과에 협진을 의뢰했다. 의료진은 이날 오후 초음파실에서 B씨에게 신선동결혈장 1pint를 수혈하면서 초음파 유도 하에 경피적 간 생검술을 시행했다. B씨는 이날 밤 복부 통증을 호소했다. 이에 담당의는 B씨의 통증이 조직검사용 세침이 피부를 뚫은 자리의 통증이라고 생각하고 진통제인 트리돌을 처방했다.

5일, B씨의 심박수가 1분당 40회로 측정되고 대퇴부 맥박이 촉지되지 않자, 의료진은 심장마사지 및 앰부배깅을 시행했다. 의료진은 이날 오후 원고들에게 혈관색전술에 관해 설명하고 B씨를 혈관조영실로 이동하게 한 뒤 혈관조영술을 시행했으나, 출혈병소를 찾지 못해 혈관색전술은 시행하지 못했다. 이후 B씨는 지속적으로 다량의 혈액, 수액, 혈압상승제 등을 투여받음에도 혈압이 회복되지 않았고, 결국 같은 날 사망했다.

경찰이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서울과학수사연구소 법의조사과에 망인에 대한 부검을 의뢰한 결과, 법의관은 같은 달 30일 “간에서 조직검사 흔적으로 추정되는 국소적으로 형성된 손상을 보고 배 안에서 3.4L의 배 안 출혈을 보며, 이외 배안공간에서 다량의 출혈이 발생할 만한 뚜렷한 내부장기 손상이나 혈관손상은 보지 못한 바, (중략)A형 간염이 있던 상태에서 간의 조직검사 합병증(배안출혈)이 동반되면서 사망에 이른 것으로 생각된다”라는 취지의 감정 의견을 회신했다.

의료계 관계자에 따르면 간 조직검사 후 흔하지는 않으나 출혈이 발생할 수 있는데, 심한 출혈이 발생하는 경우에는 지혈이 어렵다. 따라서 간 조직검사 후 몇 시간 이내에 의식의 변화와 함께 쇼크 등 혈역학적 징후가 나타나면 조직검사 후 복강 내 대량 출혈의 가능성을 먼저 의심해야 한다.

재판부는 B씨가 이 사건 간 생검술에 대한 수술동의서에는 서명했지만 위험성에 관한 설명을 충분히 받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B씨의 경우 혈소판 감소 및 혈액응고장애가 진행되고 있어 출혈 발생의 위험성이 더욱 높았다고 볼 수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 병원 의료진으로서는 B씨 또는 그 보호자에게 이 사건 간 생검술의 실제 목적과 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출혈의 구체적인 위험성에 관해 설명함으로써, 이들로 하여금 환자가 필요성이나 위험성을 충분히 비교해 보고 의료행위를 받을 것인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할 설명의무가 있다”며 “수술동의서에 기재된 바와 같이 간 생검술의 일반적인 사항을 설명한 것만으로 망인의 자기결정권 행사를 위한 충분한 설명의무를 다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판결 배경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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