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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 줄여도 심혈관질환 등 위험 안 줄어···아예 끊어야”
“담배 줄여도 심혈관질환 등 위험 안 줄어···아예 끊어야”
  • 배준열 기자
  • 승인 2021.11.26 15: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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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정수민 삼성서울병원 교수, 금연했다가 다시 피면 더 위험해
정부 금연치료지원 서비스 잘 활용해야···암 경험자도 금연이 가장 시급

“흡연량을 줄여도 심혈관질환 위험이 줄어들지는 않습니다. 금연했다가 다시 피는 경우엔 더 위험해요. 결국 금연을 해야 하고, 또 계속해서 유지하는 게 최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른 많은 질환들도 마찬가지죠.”

정수민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임상조교수<사진>는 최근 의사신문과 만나 ‘감연’은 별다른 효과가 없고 ‘금연’만이 최선이라고 강조했다. 정 교수가 참여한 공동 연구팀은 지난 2009년과 2011년 2회 모두 국가검진에 참여한 40세 이상 89만 7975명의 흡연자를 대상으로 2년 동안 흡연량의 변화에 따른 심뇌혈관질환 발생위험을 분석한 결과, 흡연량을 줄이는 것만으로는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을 전혀 낮출 수 없고 완전한 금연만이 심혈관질환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 연구 결과는 관련 분야 최고 권위 학술지인 유럽심장학회지(EHJ, European Heart Journal) 최근호(IF 29.983)에 게재돼 큰 주목을 받았다.

평균 추적관찰 기간인 557만 5556인년 동안 연구 대상자 중 1만 7748명에서 뇌졸중이, 1만 1271명에서 심근경색이 발병했다. 일평균 담배 개비 수를 토대로 흡연량 변화가 없는 군과 금연군, 감연군, 오히려 흡연량이 늘어난 군까지 이들 집단 간 뇌졸중 및 심근경색 위험도를 비교 분석한 결과, 20.6%(18만 5234명)는 담배를 끊었지만 18.9%(16만  9474명)는 흡연량만 줄였다. 금연을 한 경우 뇌졸중의 위험도는 23%, 심근경색의 위험도는 26% 감소했다.

반면, 담배를 끊지 못하고 줄이기만 한 경우 흡연량 변화가 없는 사람과 차이가 없었다. 평소 피우던 양보다 얼마를 줄였든 마찬가지 결과다. 또 금연을 했다가 다시 피우기 시작한 경우에도 마찬가지였다. 2011년 이후 2013년 검진 자료가 있는 대상자를 포함해 추가 분석한 결과 금연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경우보다 심혈관 위험이 최소 42%, 최대 69%까지 높아졌다.

정수민 임상조교수는 “심혈관 질환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는 담배를 줄이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하다”고 말했다. 즉, 안전한 흡연 수준이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정 교수에 따르면 이번 연구뿐만 아니라 기존에 진행된 여러 연구에서도 흡연량을 줄여도 심혈관계 질환 위험을 낮추는 데 효과는 없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실제로 2010년 미국 보건 보고서(Surgeon General Report)에서도 매우 소량의 흡연도 심혈관계 위험은 급격히 올라가는 것으로 보고됐고, 간접흡연으로도 폐암, 심혈관계 질환 위험은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수민 교수는 “흡연량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할 게 아니라 흡연량을 줄이는 데 이어 금연까지 이어지는 것을 목표로 심혈관계 질환을 예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를 토대로 흡연자들은 “어차피 담배를 적게 피나 많이 피나 몸에 나쁜 것은 마찬가지이니 더 많이 펴도 된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담배를 많이 피울수록 심혈관계 질환 발생 위험은 더욱 높아진다.

정 교수는 “연구에서 흡연량이 많아질수록 심혈관계 질환과 암 발생 위험은 올라가기 때문에 더 많이 피우는 것은 절대로 권장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또 “어렵게 금연에 성공했다가 다시 흡연하는 경우에도 지속적으로 금연을 유지하는 경우보다 심혈관계 질환 발생 위험은 높아지기 때문에 한번 금연을 했다면 계속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심혈관계 질환뿐만 아니라 담배로 인해 발생하는 질병은 매우 많은데 가장 대표적으로 암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폐암뿐만 아니라 후두암, 식도암, 구강암, 위암, 간암, 췌장암, 방광암, 자궁경부암 등 신체 여러 부위에 암을 일으키고, 이외에도 호흡기 질환(만성폐쇄성 폐질환), 심혈관계 질환(심근경색, 뇌졸중), 소화기계 질환 (위궤양), 당뇨병, 결핵 등도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수민 교수는 감연보다는 금연이 필요하다는 것을 입증한 것에 이번 연구의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건보공단의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감연과 금연의 효과를 비교한 결과, 흡연량을 줄인다고 심혈관계 질환 위험을 줄일 수 없으니 감연보다는 금연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근거를 제시했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금연을 성공한 이후에도 심혈관계 질환 예방을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금연을 유지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현재 삼성서울병원 금연클리닉에서 진료를 하고 있는 정수민 교수는 “금연을 고려 중인 환자는 국가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금연치료지원 서비스를 잘 활용하시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암 경험자를 대상으로도 진료를 하는 입장에서 “이차암 등의 위험이 매우 높기 때문에 암 경험자들에게도 가장 시급한 것은 금연”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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