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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지급된 진료비 심사 결함으로 삭감, 직무유기”
“이미 지급된 진료비 심사 결함으로 삭감, 직무유기”
  • 배준열 기자
  • 승인 2021.11.15 10: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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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협, 심평원 지원마다 다른 기준 문제···의료법 외 일반 범죄로 의사면허취소도 부당
“의사-환자 관계는 변호사-의뢰인과 달라, 좌시 않을 것”···최근 회원 수 9500여명 돌파

“요양급여를 의도적으로 ‘부당’ 청구한 게 아니라 급여기준을 잘 몰라 ‘착오’ 청구한 것을 2~3년 동안 아무런 계도 활동도 하지 않다가 한 번에 삭감하는 것도 억울한데 업무정지와 행정처분까지 내리는 것은 과도하다. 또 심평원 지원마다 달라지는 삭감 기준은 무엇인가.”

이미 의료기관에 지급된 요양급여비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전산심사 결함으로 인해 급여기준 미비임을 들어 부당청구로 몰고 소급 환수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더군다나 같은 청구건임에도 불구하고 심평원 지원에 따라 환수를 하는 경우도 있고 안 하는 경우도 있어 ‘오락가락’하는 기준도 문제로 지적됐다. 

대한의원협회(이하 의원협회, 회장 유환욱)는 14일 코엑스 E홀에서 개최한 추계연수강좌 기자간담회에서 이러한 심평원의 행위가 ‘직무유기’이자 ‘권한남용’이나 다름없다며 즉시 중단할 것을 요청했다.

심평원이 직접 의료기관에 실사를 나가 진행하는 현지조사가 작년 코로나19 사태 이후 잠시 주춤하다가 가을부터 비대면 방식으로 시작했고 최근에는 다시 재개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지조사 결과, 의료기관이 실제로 의도를 갖고 부당청구를 하는 경우가 물론 있다. 그러나 일부 회원들이 급여기준을 잘 몰라서 착오 청구를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문제는 이러한 ‘착오’ 청구건에 대해 심평원이 몇 년 동안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처럼 요양급여를 추후 지급하다가 한순간에 부당청구건으로 판단해 삭감을 한다는 것이다. 

유환욱 회장은 이러한 문제가 “최근 심평원의 심사가 대부분 전산으로 바뀌면서 급여기준 미비를 걸러내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추후에 잔뜩 쌓아서 수개월에서 심지어 수년 후에 소급 환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로 인한 회원들의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회원들이 처음부터 청구가 안 된다는 것을 알았다면 청구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 회장은 “사실 청구 전에 의사들이 급여 기준을 세심히 확인해야 하지만 (사실상 너무 기준이 많아서) 대부분 의사들은 다 외우지 못한다. 삭감당하면 그때서야 급여기준을 확인하곤 한다”며 “이런 상황에 사전에 제대로 된 통보나 계도 없이 이미 지급한 진료비를 시간이 한참 지난 후에 부당청구로 몰아서 한꺼번에 환수한다면 어떻게 견딜 수 있겠나”라고 토로했다.

특히 “부당청구건을 환수하는 것까지는 이해한다고 쳐도 업무정지 및 과징금까지 추징하는 것은 요양기관에 대한 재산권 침해에 해당될 수도 있다”며 “더 큰 문제는 심평원 지원에 따라 동일한 내용의 청구 건에 대해 삭감을 하는 경우도 있고 안하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유 회장은 “심평원이 이런 문제조차 해결하지 못하면서 무슨 심사체계 개편을 주장하는지 모르겠다. 전산심사의 결함을 보완하기 전까지는 일체의 소급환수 절차를 중단해 달라”고 요구했다. 아울러 “급여기준이 모호하거나 제도상 결함이 있어 피해를 입은 회원이 있다면 언제든지 의원협회와 상의해 달라”고 안내했다.

◆의료법 이외의 모든 일반 범죄에 대한 면허취소는 부당

의원협회는 의료법 위반 이외의 범죄로 금고형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의사의 면허를 취소해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현재 이러한 내용의 관련 개정 법안들이 매년 국회에서 발의되고 있는 상황이다.

사실 변호사나 공인회계사의 경우 변호사법이나 공인회계사법 등 관련법이 아닌 모든 범죄에 대해 면허취소 등의 자격박탈을 정하고 있다. 이들의 주장은 변호사나 공인회계사와 마찬가지로 의사에게도 특정 범죄에 한하지 않고 모든 범죄에 대해 면허취소 등의 자격박탈을 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의원협회는 ‘변호사나 공인회계사와 의뢰인의 관계’와 ‘의사와 환자의 관계’는 완전히 다르다고 강조했다. ‘이해상반관계의 존재 가능성’에서 완전히 다르다는 것. 

변호사나 공인회계사의 경우 우월한 법률적 지식을 갖추고 있으면서 의뢰인의 재산권을 취급하고 있기 때문에 횡령·배임 등을 통해 의뢰인의 권리를 침해하여 자신의 이익을 추구할 가능성이 언제든 존재한다. 

반면, 의사의 경우 환자의 생명과 건강은 환자에게만 전속하는 것이므로 이를 빼앗아 의사가 자신의 것으로 할 수 없으므로 의사가 고의적으로 환자에게 위해를 가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차이점은 형사처벌 이외에 파산에 대한 점에서도 드러나 의사의 경우 파산선고를 받더라도 의사 자격에는 지장이 없지만 변호사 등의 경우 파산선고를 받은 경우 변호사로서 자격을 잃게 된다. 경제적으로 궁지에 몰릴 경우 의뢰인을 해할 가능성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과거의 의료법에서는 의사의 경우에도 변호사와 마찬가지의 법적용을 받았다. 하지만 이런 이유로 지난 2000년에 의료법이 개정돼 현재와같이 의사로서의 활동과 관계된 범죄행위에 대해서만 면허취소가 가능하게 됐지만 이후 계속해서 다시 변호사처럼 법적용을 하자는 입법 시도가 있는 것이다.

의원협회는 “불합리한 이유가 있어서 개정된 법을 합당한 이유 없이 다시 되돌리자고 하는 시도는 소수의 권리라고 무시해도 된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포퓰리즘”이라고 지적했다.
 
더 나아가 개정 법안을 발의하는 국회의원들이 “성범죄를 저지른 자도 의사를 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서도 사실과 다른 명백한 선동이라고 지적했다. 의원협회는 “성범죄를 저지른 의사는 아청법에 따라 취업제한 규정을 적용받고, 의사 직무 수행을 최대 10년까지 제한받을 수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오히려 변호사의 경우 성범죄를 저질러 벌금형을 받더라도 변호사 직무 수행에 아무런 제한이 없다”고 덧붙였다.

유환욱 회장은 “의사의 면허취소와 관련한 개정안들은 ‘헌법상 과잉금지원칙 위반’ 등의 이유로 올해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그러나 의사 집단에 대한 마녀사냥을 위해 앞으로도 선동의 수단으로 이용될 것”이라며 “이런 선동에 부화뇌동한 어떠한 부당한 법 개정 시도에 대해 좌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추계연수강좌 성황···최근 회원 수 9500명 돌파, 앞으로도 개원의 권익 위해 최선

한편 이날 ‘제11회 대한의원협회 추계 연수강좌’에는 코로나 상황으로 인한 부분적인 인원 제한으로 300여 명의 수강 인원이 등록해 진행됐다. 

연수강좌의 경우 집중심화 형태로 당뇨병 약물요법, 심전도, 골다공증 약물치료, 만성 통증 약물치료 등 개원가에서 많이 접하는 내용과 함께, 상복부, 경동맥, 흉부, 심장 초음파의 임상소견, 표준영상과 새로운 초음파 급여기준, 코로나 백신, 일반 성인백신 최신지견 등 의원급 의료기관의 진료와 매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내용특정 주제를 심도 있게 다뤘다. 이외에 통증치료, 하이드로다이섹션, 비만약물요법, 비만영양요법과 대사증후군 클리닉 프로그램, 영양치료 등 비급여 진료에 대한 주제들도 포함됐다. 

진료 외에 진료비 청구 및 법적인 문제도 다뤄 강화된 실손보험 심사 대처법, 급여기준 리뷰, 의료분쟁 최소화를 위한 예방 및 대처법 등도 준비됐다. 특히 충분한 질의응답을 통해 회원들의 평소 궁금했던 부분이 해결될 수 있게 했다. 코로나로 인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최근 의원협회의 회원 수가 9500명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유환욱 회장은 “그만큼 개원의들의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는 것이 필요하다는 반증”이라며 “최근에는 의협 내 법정단체인 대한개원의협의회와 이사들도 상호 파견하고 정기적인 모임을 가지며 뜻을 모으고 있다. 앞으로도 의원급 의료기관의 권익 향상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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