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정신의학회에서는 우리 말로 ‘진단과 통계 편람’ 정도로 번역되는 정신질환 분류 책자 ‘DSM (Diagnostic and Statistical Manual)’을 발간한다. 1994년에 나온 4판에는 이른바 ‘문화 관련 증후군’의 스물다섯 가지 분류 가운데 하나로, 우리나라 사람들이 ‘화병(火病)’이라 부르는 병이 ‘Hwa-Byung’이란 영문으로 등재되었다. 그러다가 2013년 5판에서 이 증후군의 종류가 9가지로 대폭 줄어들면서 화병도 삭제됐다. 가톨릭 의대 정신과 최보문 교수는 한때 한국적인 독특한 정신병으로 인정되었다가 이내 인류의 공통적 속성에서 기인한 병으로 화병이 재분류되는 과정을 2014년 <지식의 지평>이란 국내 잡지에 흥미진진하게 기술한 바 있다.
최 교수는 ‘속이 뜨겁고 답답하며, 몸 안에서 불덩이가 돌아다니거나 갑자기 치밀어 오르고, 뛰쳐나가고 싶고, 안절부절못하고, 억울하고 분하고, 후회, 자기 연민, 비관 등이 밀려오는 것’을 화병의 공통 증상이라고 지적하였다. 주목할 점은 화병을 말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자신의 증상이 ‘울화통이 치미는 것을 오래 참아서’ 생겼다고 스스로 해석한다는 것이다. 그 해석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화병에 한국적 색깔이 덧입혀졌던 데에는 예로부터 이 땅의 며느리들이 겪어야 했던 고통스러운 상황이 작용했던 것 같다. 아무리 남편이 속을 썩이고, 시댁 식구들이 핍박해도 그저 견뎌내는 것 외에 아무것도 허락되지 않았던 가혹한 유교적 전통 말이다.
화병이 DSM에서 빠진 것은 학문적인 이유였겠지만 난 요즘엔 가끔 다른 생각이 들기도 한다. 며느리들은 말할 것 없고 남녀노소를 불문, 누구도 화를 참으려 하지 않는 오늘날의 우리 사회 분위기를 보면 ‘죽어도 화병 따위에는 걸리지 않겠다’는 국민적 결기 같은 게 느껴져 소름 끼칠 때가 있기 때문이다. 화를 속으로 삭이는 것은 결코 미덕이 아니며, 즉각 폭발시키거나 배출해버려야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모두가 철석같이 믿고 있으니 화병이 설 자리가 없어진 건 아닐까. 건강 회복을 열망하는 사람들이 모여드는 병원 역시 환자나 보호자들이 뿜어대는 ‘화(火)’의 열기로 인해 숨쉬기 힘들 때가 종종 있다.
아픈 곳이 있어 병원을 찾는 분들은 정서적으로 매우 예민하다. 특히 불의의 암 진단을 받고 생사의 기로에서 불안에 떨고 있는 암 환자들의 심정이야 오죽하랴. 이들의 불안정함은 가끔 사소한 일에 큰 분노를 야기하기도 한다. 매달 병원의 ‘고객의 소리’함에 들어오는 민원을 분석하고 대책을 세우는 회의에서는 화가 난 고객들의 원성이 회의 참석자들에게 가감 없이 그대로 전달된다. 환자분들의 심리를 이해하지만, 민원 사례가 논의될 때마다 이들을 끝까지 응대했던 우리 고객지원팀 직원의 눈물이 빠지는 적이 없기에 마음이 아프다.
한창 바쁘게 돌아가는 일과시간. 외래 간호사들이 눈앞의 환자 상담에 여념이 없다 보면 울리는 전화를 늦게 받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문의할 게 있어 직접 전화했던 환자의 입장에서는 길어지는 신호 연결음이 꼭 자기를 무시하는 것 같고 그게 병원 측이 일부러 그러는 것 같기도 하기에 간호사가 전화를 받는 순간 거친 말이 터져 나오기 일쑤다. 또 다른 경우, 진료하는 의사가 자신의 말을 귀담아 들어주는 것 같지 않은데 눈마저 마주치려 하지 않는 듯하여 기분이 상한 환자. 가슴속에 응어리진 분노가 폭발하는 곳은 애꿎게도 진찰료 받는 원무팀 직원 앞이거나 피를 뽑는 채혈실 의료기사 앞이다. 한번 화가 난 이들의 불쾌한 감정은 2차 증폭 과정을 거치면서 기어이 고객지원팀까지 찾아가 한바탕 고성을 지르게 만든다.
고객만족도를 높이려는 목적으로 모인 병원 회의에서는 대개 우리 직원들의 태도를 개선하고 필요하면 친절 교육을 더 강화하자는 식으로 의견이 모인다. 시스템을 획기적으로 바꾸거나 최신 설비를 도입하자는 제안도 가끔 나오지만, 병원을 찾는 환자와 보호자들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먼저 진심으로 이들을 친절하게 대하는 게 우선이라는 결론에 늘 힘이 실린다. 당장에 예산이 들어가지 않는 것들만 강조하게 되는 것 같아 병원장으로서 마음이 늘 불편하다. 게다가 분노를 쏟아내는 고객 앞에서 웬만하면 직장을 위해 천사 같은 태도를 유지하라는 주문이 어디 쉬운 말인가. DSM에서 사라진 화병을 어쩌면 내가 우리 직원들에게 유발하는 것 아닌가 하는 반성을 깊이 하게 된다.
일반적이지도 않은 병원 사례를 굳이 들었지만 난 더 늦기 전에 우리 대한민국이 국가적으로 ‘화내지 않는 연습’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살인까지 부르는 층간소음 분쟁이나 운전 중 도로에서의 분노 폭발은 망국적이다. 바야흐로 ‘울컥’과 ‘버럭’ 공화국이 되어버린 것 같다. 시도 때도 없이 불쑥불쑥 올라오는 분노의 감정을 다스릴 지혜로운 방법들은 분명 존재할 것이기에 그런 경험을 서로 나누고 가르쳐야 한다. 병원을 찾는 환자와 가족들이, 투병에 쏟아야 할 자신들의 에너지를 분노로 소모하게 해서는 안 되며, 환자를 돌보는 데 진력해야 할 의료진을 감정 노동자로서의 애로사항 해결에만 몰두하게 놔두어도 곤란하다. 일단 그것만으로라도 화를 덜 내거나 잘 내도록 하게 해주는 평상시 교육의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겠는가.
코이케 류노스케 스님이 쓴 <화내지 않는 연습>이란 책에는 억압하거나 발산하지 않고도 분노를 잠재우는 법이 소개된다. 분노의 감정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온화하게 받아들이라는 것이다. ‘아, 지금 내가 화를 내고 있구나’ 하면서 스스로 자기 자신의 관찰자가 되는 연습을 거듭할 때 분노는 점차 소멸하고 만다는 지혜다. 아울러 화를 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움베르토 에코가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의 서문에서 말한 걸 기억했으면 좋겠다. 화를 내는 일에 공연히 많은 힘을 쏟고 싶지 않게 만드는 명언이다.
“우리는 웃으면서 화를 낼 수 있을까? 악의나 잔혹함에 분개하는 것이라면 그럴 수 없지만, 어리석음에 분노하는 것이라면 그럴 수 있다. 세상 사람들이 가장 공평하게 나눠 가진 것은 양식(良識)이 아니라 어리석음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기 안에 있는 어리석음을 보지 못한다.”
@ 공자님의 시호. 하늘이 보내신 성자이신 성인 임금 공자님은 황제 칭호인 문선제(文宣帝).대성지성문선왕(大成至圣文宣王)의 오랜 전통으로 호칭되어 오고 있습니다.聖人에 이르신 스승(至聖先師). 은나라 왕족의 후손이신 공자님. 참고로 하면, 공자님 아버지 시호는 계성왕(啓聖王)이시고 공자님 어머니 시호는 계성왕 부인(啓聖王夫人)이십니다.
http://blog.daum.net/macmaca/3127
@한국 유교 최고 제사장은 고종황제 후손인 황사손(이 원)임. 불교 Monkey 일본 항복후, 현재는 5,000만 유교도의 여러 단체가 있는데 최고 교육기구는 성균관대이며,문중별 종친회가 있고, 성균관도 석전대제로 유교의 부분집합중 하나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