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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격의료 도입, 안전성 검증·법적책임 규정 논의가 우선"
"원격의료 도입, 안전성 검증·법적책임 규정 논의가 우선"
  • 홍미현 기자
  • 승인 2021.11.09 06: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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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의사회 김택우 회장, 의협 기자단 인터뷰서 강조
"원격의료, 책임 소재 불분명···정부가 먼저 입장 밝혀야"
공공의료 강화도 반대···"'저수가 정상화'가 먼저"

“안전성과 유효성이 확립돼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에 따른 의료분쟁이 발생했을 때 책임 소재가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원격의료에 대한 얘기를 할 수 없습니다. 정부가 먼저 이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밝혀야 합니다.”

김택우 강원도의사회장은 최근 의협 기자단과의 인터뷰를 통해 뉴노멀 시대와 코로나19가 불러온 언택트(untact) 시대를 맞아 정부가 추진 중인 ‘원격의료’에 대해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은 원격의료 도입과 관련해 “시대의 변화와 편리성을 이유로 의료시스템의 기본을 지키지 않는다면 더 많은 문제점을 일으킬 것”이라며 “지금처럼 ‘게이트 키퍼(gate keeper, 문지기)’가 없는 의료전달체계 상황과 응급의료시스템의 정비가 없는 원격의료라면 더 말할 필요도 없다”고 단언했다. 

이어 “지난해부터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시행되고 있는 ‘전화상담’의 경우만 봐도 대면진료가 이뤄지지 않아 발생하는 오진이나 의료분쟁의 가능성 등에 대해 정부는 어떤 책임 있는 답변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오히려 급여 고시에 ‘의학적 안전성이 있다고 의사가 판단하는 경우’라고 적시해 결국 (의료분쟁 등의) 책임이 의사에게 있다는 것을 명시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의료계가 무조건 원격의료를 거부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지금도 의료인 간의 원격의료는 가능할 뿐만 아니라, 필요하다면 법에 명시돼 있는 의사와 의사 간의 원격진료, 협진, 판독 활성화는 가능하다”고 말했다.

다만 원격의료에 대한 안전성과 유효성이 확립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의료분쟁의 책임 소재가 명확하게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원격의료에 대해 논의하는 것은 그야말로 ‘어불성설(語不成說, 말이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뜻)’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특히 그는 “원격의료는 대면진료를 대체할 수도, 대체해서도 안 된다”며 △의학적 안정성과 기술적 안전성에 대한 검증 작업은 물론 △법적 책임에 대한 정비 △전면 허용이 아닌 부득이한 상황에서만 제한적 허용 △원격의료 수가 문제 해결 등에 대한 논의가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사전 논의 없이 원격의료 도입이 진행된다면 결국 의사들이 ‘tele-doctor’가 아닌 ‘tele-marketer’가 될 수밖에 없다는 이유다.  

이와 함께 김 회장은 코로나19 이후 정부와 여당이 주장해온 공공의료 강화 및 공공병원 설립 방안에 대해서도 “또다른 부작용만을 양산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며 “근본적으로 지역에서 의료인이 양심과 전문성에 맞게 진료를 제공하면서 의료기관을 정상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살인적인 저수가를 정상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각종 잘못된 규제를 철폐하고 인구 감소 등으로 발생하는 의료취약지역에 대해서는 긴급 이송체계를 꼼꼼하게 구축하고 운영하는 것이 합리적인 대안”이라고 제안했다. 

아울러 이필수 의협 회장이 추진하고 있는 ‘투쟁과 협상의 균형을 갖춘 대외협력’에 대해선 “대화와 협상을 중심으로 하는 방향성에 더 공감하는 입장이지만, 사안에 따라 행동하고 움직일 줄 아는 지도자가 돼 달라”고 당부했다. 

다음은 김 회장과의 1문 1답.

Q. 회장 선거가 경선으로 치러졌다. 당선된 원동력은 무엇인지. 

“회칙상 직선제 선거 방식을 채택한지 15년이 지났지만, 한 번도 직선제로 치른 적이 없었다. 직선제로 시행된 선거의 쟁점은 소통 부재와 정책 방향, 회원 권익, 강원도 의료정책 결정, 의료악법 대처 등 각종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어떤 방향을 제시했는지, 민의를 어떻게 반영하고 전달할지, 의협에 회원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낼 것인지 등이었다. 당선된 원동력은 20년 이상 시·도, 의협 및 비대위, 대의원회 일을 하면서 회원들과 늘 함께 동고동락했던 점과 친화력 및 추진력에 공감해준 덕분이다.”

Q. 공약으로 지역의사회 결속을 위한 네트워크 복원, 도의사회비 인하, 전공의나 젊은 개원의를 위한 ‘리더쉽 트레이닝 교육 추진’을 내세웠다. 구체적인 실행 계획은. 

“지역의사회 결속을 위해 ‘찾아가는 회무, 소통하는 회무’에 중점을 뒀다. 현재 특별분회 4곳과 지역의사회 5곳을 한 달에 한 번 방문해 추진 중인 정책과 회무에 대해 브리핑을 하고 현안에 대한 의견을 경청해 회무에 반영하고 있다. 홈페이지 민원게시판과 시군 대표자와의 카톡방을 개설, 주요 민원 및 현안에 대해 ‘당일해결 원칙’으로 진행하고 있다. 3개 권역으로 나눈 ‘권역별 모임’도 진행할 예정이다. 도 회비 인하 방안의 경우 강원도의사회가 16개 시도 중 가장 낮은 회비로 운영 중이었지만, 최대한 예산을 절감하려 한다. 향후 대의원들과 의견을 나눌 계획이다. 전공의나 젊은 개원의사들을 도의사회 상임이사진에 합류시켰고, 현재 특별분회 3곳과 갓 개원한 의사들과 회무를 함께 하면서 리더쉽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회무에 참여한 젊은 의사들이 지역과 의사회를 위한 중추적인 인물로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Q. 강원도의사회는 시도의사회 중 비급여 보고 의무화에 대해 가장 먼저 거부 선언을 했다. 회원들의 참여와 시도의사회장협의회를 통해 공유된 진행 사항은.

“의협이 ‘비급여 공개'까지는 제출하자는 메시지에 98%에 달하는 많은 회원이 동참한 것으로 알고 있다. 저와 도 임원진 등 약 2% 정도가 미제출한 상태다. 추후 과태료 부과 등 행정조치로 회원들에게 피해가 발생한다면 미제출 회원들과 함께 행정소송 등의 방법을 강구할 계획이다. 협의회를 통해 공유된 사항은 ‘공동대처’가 주목적으로 공개를 하든, 보고를 하든 ‘자료 제출을 거부하자’는 게 주안점이었다. 당시 지역별 차이가 있어 시도회장들에게 자율적으로 맡겼고, 비급여 보고 부분에 대해선 강력 대처하기로 결정했다. 비급여 보고는 의협과 공동대처해 나가고 있으며 강원도 치과의사회와 함께 1인 시위 등 다양한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Q. 불법 대리수술 사건이나 수술실 성추행 등이 발생하면서 의료계 내에서도 ‘자율정화’ 요구가 커지고 있다. 자율정화 강화 방안은.

“어려운 문제다. 징계권 내지 관리권 등 행정력이 동반되지 않는 상태에서 교육 등의 방법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윤리적으로) 악성인 1%는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 있어 ‘정화’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이에 범죄를 저지른 의사에 대한 사후조치를 철저히 하는 방안을 제안하려 한다. 즉, 개원 및 봉직의 면접을 위해 지역의사회를 경유한 뒤 신고 내지 면접 과정에서 범죄이력을 조회할 수 있는 협조체계를 갖추면 사전방지책으로 큰 효과가 있을 것이라 판단된다. 또한 의협 내 윤리위원회 및 정화위원회를 갖추고 있는 만큼, 복지부 및 검찰에 고발조치를 할 수 있도록 내부 규약을 만들어 회원들에게 공표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라 생각한다.”

Q. 최근 국회에는 사망 등 중대한 의료사고 발생 시 의료인 동의 없이도 분쟁 조정절차를 자동 개시하는 대상을 모든 의료사고로 확대하는 이른바 ‘의료분쟁조정 강제 개시’ 입법을 추진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어떻게 생각하는지.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잘못된 관행의 결과로 의료사고에 대한 과도한 민·형사상 처벌이 반복된 결과, 중증 환자를 진료할 의료기관과 진료과 의사가 점점 줄어드는 심각한 상황이다. 지금은 ‘의료분쟁조정 강제 개시’를 고려할 것이 아니라, 의료기관이 중재원의 감정과 중재를 신뢰할 수 있도록 중재원 감정의 전문성과 신뢰성을 회복할 수 있는 방안을 먼저 모색해야 한다. 현재 사망 및 1급 장애범위를 중증장애까지 넓혀달라는 요구는 있지만, 모든 의료사고로 확대하는 것은 장애 대상이 정해져야 심의하고 판단하는 분쟁조정위원회의 성격과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되며,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본다.”

Q. 강원도는 규제특구로 지정돼 원격의료 시범사업이 진행 중이다. 참여한 회원들과의 의견 교환은 있었는지. 사업에 대한 의사회 입장은. 

“참여의료기관을 파악한 결과, 올해 초까지 20여개 기관이 참여했지만, 현재 7개 기관으로 줄어든 상태다. 도 의사회는 명확하게 반대 입장이다. 의료계의 입장을 전혀 반영하지 않은 채, 중기부가 산업화 측면에서 규제특구란 명목으로 원격진료 도입을 시도하려고 한 것 자체가 문제다. 원격의료의 안전성이나 효과성에 대해 충분한 검증이나 전문가 의견 수렴 없이 정부와 여당이 일방적으로 비대면 진료 도입을 추진하는 것은 보건의료를 국민 건강과 공공성이란 가치보다는 산업적 측면에서의 수익성과 효율성만 우선시한다는 것 외에는 달리 설명할 수 없다.” 

Q.  회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지역의사회의 한계에 좌절하지 말고 의료 현안에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행동해주시길 부탁드린다. 가장 중요한 것은 회원 모두 깨어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어느 누구도 우리를 위해 대신 희생해주지 않는다. 좌절하지 말고 현안에 관심을 갖고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적극적으로 행동할 때 비로소 의협도, 국회도, 정부도 변한다. 같이 행동한다면 불합리한 의료체계 및 악법들은 개선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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