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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부학 필요한 임상학회·회사들과 적극 협력할 것”
“해부학 필요한 임상학회·회사들과 적극 협력할 것”
  • 배준열 기자
  • 승인 2021.11.05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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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유임주 대한해부학회 신임 이사장(고려의대 교수)
2024년 국제학술대회 성공 기대···순수기초연구에도 관심과 지원 필요
해부학은 ‘의학의 언어’, 의학도 성공 커리어 시작점이자 양질의료 기본

“해부학을 필요로 하는 곳이 의외로 많습니다. 임상학회나 의료기기업체, 제약회사 등 매우 다양하죠. 이런 곳들과 공동연구를 활성화해 성과물을 만들어 내고 싶습니다.”

유임주 대한해부학회 이사장(사진, 고려의대 해부학교실 교수)은 최근 의사신문과 만난 자리에서 임기 중 추진과제를 설명하며 이같이 말했다.

기초 의학이 그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임상 의학에 비해 연구자들에 대한 처우나 국가적 지원 등이 부족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이야기는 한 두 해 나온 게 아니다. 올해 창립 74주년을 맞은 대한해부학회의 사정도 여타 기초 의학회들과 다르지 않다. 하지만 미래 전망만은 결코 어둡지 않다. 

유 이사장은 “의료기기회사, 제약회사, 다른 임상의학회 등 다양한 곳에서 해부학회와 협력적 관계를 맺고 술기를 배우고 싶어 한다”며 “그런 만큼 해부학적 지식을 필요로 하는 기관이나 단체, 회사 등과 긴밀한 협력 체제를 구축해 기초와 임상을 아우르는 공동 연구를 진행하고, 새로운 혁신 제품을 만드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해부학은 모든 의학의 기초인 만큼 모든 의학교육의 필수적인 교과과정이다. 의과대학에서부터 이론과 실습을 병행하며 배우는 것은 물론이고, 외과나 정형외과, 이비인후과 등의 경우 전공의 수련과정에서 세부과정을 필수코스로 이수해야 한다. 

유 이사장은 “외과 계열 전공의들 사이에서 ‘이럴 줄 알았으면 의대생 시절 해부학을 더 열심히 공부할 걸 그랬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라며 “외국엔 임상해부학도 매우 발달돼 있어 임상의사들이 해부학자와 공동 연구를 진행해 새로운 연구결과를 발표하는 사례도 매우 많다”고 전했다.

해부학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국내의 부족한 연구 인프라와 국가적 지원은 풀리지 않는 난제처럼 느껴진다. 이는 해부학뿐만 아니라 모든 기초 의학이 당면한 문제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해 유임주 이사장은 “당장 써먹을 수 있는 연구에만 관심을 가질 게 아니라 순수 기초 연구에도 관심을 갖고 지원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서 코로나19 백신 하나 개발하지 못하고 있다고 많은 비난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백신개발을 위해선 밑바닥에서부터 기초 연구가 선행돼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기초 연구는 다시 ‘목적 기초’와 ‘순수 기초’로 나뉜다. 목적 기초는 백신과 같은 성과를 개발하기 위한 목적을 위해 진행되는 기초연구라면, 순수 기초는 말 그대로 아무런 목적도 갖고 있지 않은 순수한 기초 연구를 말한다. 사실 올해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인 미국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의 데이비드 줄리어스 교수와 스크립스연구소의 아뎀 파타푸티언 교수도 ‘온도와 촉각 수용체의 발견’이라는 ‘순수 기초 연구’로 노벨상을 수상했다.  

유 이사장은 “센서 역할을 하는 수용체를 찾아내 촉각의 기능을 분자 수준에서 최초로 밝혀낸 연구 업적을 이뤘지만 이는 훌륭한 연구일 뿐 아직까지 임상적으로 어떻게 적용할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앞으로 이 연구 성과를 기반으로 혁신적인 차세대 진통제를 개발하거나 (현재까지도 마땅한 치료 방법이 없는) 가려움증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충분히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한해부학회는 얼마전 큰 경사를 맞았다. 오는 2024년 제21차 세계해부학회(IFAA) 학술대회의 광주광역시 유치에 성공한 것. 이로써 50여 개국에서 약 2000여 명의 해부학자가 국내에 방문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903년에 1회 대회가 열린 후 100년을 훌쩍 넘겼음에도 불구하고 매 5년마다 열려 아직 21회밖에 되지 않는 유서 깊은 국제학술대회를 유럽이나 미국이 아닌 대한민국에서, 그것도 광주광역시에서 유치하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고 한다. 호주의 멜버른과 막판까지 경합을 벌인 끝에 유치에 성공했는데 유 이사장은 “솔직히 유치경쟁이 쉽지 않았지만 많은 자료를 충실히 준비해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뒤쳐지지 않는 대한민국 해부학의 수준과 구미 국가가 아닌 아시아 지역에서 대회가 열리는 상징성 등을 적극 어필해 성공했다”고 말했다. 유 이사장은 “우리 세대에서 대한민국에서 세계해부학회 학술대회를 개최하는 것은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나타내며 “그런 만큼 대회 성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유임주 이사장은 해부학을 30년 이상 연구한 입장에서 해부학을 딱 한마디로 ‘의학의 언어’라고 정의했다. 

“초등학교에서 한글을 처음으로 배워 기자나 소설가가 되고 더 나아가 ‘오징어 게임’같은 컨텐츠도 만들 수 있었듯이 해부학은 의학에 입문하는 모든 사람의 성공 커리어를 시작하는 스타트 시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무한한 가능성의 시발점이면서, 지속적으로 발전하는 학문인 만큼 해부학의 발전은 곧 국민에게 양질의 의료를 공급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기반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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