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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 투쟁은 필요···'상시투쟁체'는 분열·분란 우려"
"의료계, 투쟁은 필요···'상시투쟁체'는 분열·분란 우려"
  • 홍미현 기자
  • 승인 2021.10.05 08: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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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정홍수 대구광역시의사회장
"수술실 CCTV법 통과 아쉽지만···시행령 개정에 힘 쏟아야"
"국민·국회와 소통 강화해야···선제적 입법안 마련 필요"

“‘힘이 없이는 평가가 없다’는 말처럼 대한의사협회에 강력한 힘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따라서 ‘투쟁’은 준비해야 하지만, 상시투쟁체를 운영하면 자칫 분열과 분란을 겪을 수 있습니다.“

정홍수 대구광역시의사회장은 최근 의협 기자단과의 인터뷰를 통해 의료계 내부에서 논란이 되고 ‘상시투쟁체 구성’에 대해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앞서 지난 4월 제41대 의협 회장으로 취임한 이필수 회장은 ‘투쟁’보다는 ‘대화’를 통한 실리 추구를 통해 대외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법’이 국회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의협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이에 의료계 내부에서는 ‘상시투쟁체를 만들자’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정 회장은 “언젠가는 상시투쟁체가 필요할 것이라 생각된다. 의협이 강력한 힘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상시투쟁체 구성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드러냈다. 자칫 분열과 분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현안마다 소리 높여 ‘투쟁’하면 우리의 요구를 제대로 얻어낼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정 회장은 “투쟁의 주체는 회원이 기본이 된 의협과 16개 시도의사회”라며 “항상 투쟁의 준비는 해야겠지만, 상시투쟁체를 만들어서 또 다른 조직이 활동하게 되면 앞선 여러 집행부처럼 시행 착오와 분열, 분란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투표로서 정당하게 회무를 일임 받은 집행부를 믿고 응원하는 것이 현재로써는 가장 현실적”이라고 제안했다. 그는 “16개 시도의사회는 언제든지 투쟁체의 주체로 나설 준비가 돼 있다”며 “현재로서는 상시투쟁체 논의가 조심스럽게 진행됐으면 좋겠다”고 언급했다. 

이와 함께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해선 ‘아쉽다’는 입장을 내놨다. 

정 회장은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법 통과를 막지는 못하더라도 수술실 입구에 설치하는 쪽으로 국회를 설득했어야 한다”면서도 “그러나 법안 내부의 독소조항을 많이 삭제해 대국회 설득 작업이 일정 부분 성과를 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있을 세부 시행령 개정에 정치력을 많이 발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이필수 회장의 대외 협력 강화 추진에 대해 정 회장은 “대외 협력을 강화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의사들이 정부만 탓하거나 비난해서는 안 되고, 우리도 노력해야 한다”며 “국민, 국회와 소통을 강화해 의료계의 현실을 제대로 알리고, 의료계에서 빚어질 수 있는 문제 상황에 대해 선제적 입법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다음은 정 회장과의 1문 1답. 

Q. 회무 추진 방향과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사업은. 

“우리 시민들의 최대 화두는 코로나 종식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에 ‘코로나19 예방접종지원단’을 결성했고, 시민들과의 소통을 위해 유튜브 채널도 개설했다. 또, 지난해 의대생 증원 사태에서 의협과 의대생, 전공의 간의 유기적인 협력의 중요성을 절감해 상임이사회 회의에 지역 의대생들을 참관시키고 대구시의사회 회보를 의대생들에게도 발송하는 등 의대생과 상호 이해를 넓히고 유대를 강화하는 사업을 적극 시행하고 있다. 그 외에 장애인 돕기 자선음악회, 사랑의 연탄 배달 봉사활동, 외국인 근로자 무료 진료, 사랑의 도시락 배달 등 여러 시민 봉사활동도 계획하고 있다. 앞으로 더욱 더 시민 속으로 스며들어 함께 하는 의사회가 되도록 할 예정이다. 더욱이 갈수록 심해지는 잘못된 의료정책이나 의료법안에 대해서는 회원의 권익보호 차원에서 의협과 공조해 강력히 대처하고 회원과 소통할 수 있도록 회무를 진행할 계획이다.” 

Q. 지난해 ‘신천지’ 사태로 의료기관 어려움이 컸으리라 생각된다. 당시 회원의 고충 및 상황은 어땠나. 이를 토대로 발간한 백서에 대해 소개해 달라. 

“지난해 초 코로나가 지역에 급속도로 퍼지면서 의료기관이 폐쇄되고 의료인이 격리되면서 지역의료에 크나큰 위기가 왔었다. 의료시스템 붕괴라는 일촉즉발의 상황에 다다를 수도 있었으나, 지역 의료인의 봉사와 전국 각지에서 온 도움의 손길 덕분에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 코로나19 사태 초기, 의료재난 사태를 맞아 모든 역량을 방역에만 집중하다보니 역사적 사건들이 변변한 기록 하나 없이 없어지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역사적 사실의 기록, 평가와 반성이 미래에 다가올지 모르는 또 다른 재난 사태의 최고의 예방책임을 상기해 코로나19 확산이 진정되기 시작한 3월 중반부터 백서 발간을 준비했다. 백서는 드라이브 스루 검사시스템, 확진자 전화 상담, 생활치료센터 등 대구에서 최초로 시행한 코로나 극복 경험을 기록해 언젠가 다시 닥칠지 모르는 미지의 사태에 대비하고, 국내 의료진은 물론, 나아가 전 세계와 공유하고자 발간하게 됐다.”

Q. 의사회 유튜브가 ‘재미’를 넣어 구성되고 있어 참신하다는 평가가 많는데 소개해 달라.

“코로나 백신 도입 초창기에 백신괴담이 돌면서 일부 시민들은 백신 접종에 소극적이었다. 이에 대구시의사회는 올바른 정보를 시민들에게 제공하고자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게 됐다. 첫 작품으로 ‘코로나19백신 맞아도 될까?’를 제작했고 이후 코로나벨, 대구시의사회 습격사건을 제작했다. 앞으로도 시민들이 흥미를 가질만한 주제를 선정해 올바른 의학정보를 쉽게 전달하고자 한다. 궁극적으로 시민들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대화의 창구로 만들어, 공허하게 말뿐인 ‘시민과 함께하는 의사회’가 아닌, 진정 ‘시민과 함께하는, 시민과 직접 소통하는 의사회’가 되도록 노력하겠다.” 

Q. 비윤리 의사 자율정화를 위해 전문가평가제(전평제)가 운영되고 있지만 활성화되지 않고 있다. 전평제를 활성화하기 위한 방안은.

“자율정화신고센터 설치 및 운영으로 상시 신고체계를 마련하고, 독립된 면허관리기구를 통해 의사면허제도를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내부 자정을 위해서는 의사면허 자율규제권 및 징계권이 필요하다. 현재는 비윤리적인 행위를 한 의사의 의료 행위를 법원 판결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제재하기가 어렵다. 의협에 자율 징계권이 주어진다면 국민의 건강 수호에 도움이 될 것이다."

Q. 차기 대통령 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다. 선거국면에서 지역의사회의 역할과 어떤 활동을 할 예정인지.

“의협은 내년에 치러질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대선기획본부’를 구성했다. 대구시의사회 민복기 부회장이 대선기획단장으로 이미 본부에 참여 중이며, 대구시의사회에서도 대선기획단을 곧 구성할 예정이다. 또한 ‘1인 1정당 가입’을 독려하고, 지역의 국회의원들과도 소통을 강화해 정치적 영향력 확대를 꾀하고 있다.” 

Q. 진료실에서 환자 불법촬영 및 성추행으로 의사가 구속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의료인 면허관리 강화법도 국회에서 처리해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이에 대한 생각과 의료계 차원에서의 근절 방안은. 

“대구시의사회는 수술실 내 성추행이나 대리수술 같은 경우 이를 절대로 옹호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현행법보다 더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의료인 면허관리 강화법의 경우 의료와는 상관없는 교통사고로도 의사면허가 취소될 수 있으며, 공공의대 등 의료악법을 막기 위한 파업 중 진료개시 명령 위반 시에도 면허가 취소될 수 있어 ‘의사 길들이기’로 악용될 수 있다. 좀 더 조심스러운 접근과 많은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Q. 원격의료에 대한 의견은. 

“진료의 기본 원칙은 대면이다. 한국은 의료접근성이 전 세계에서 최고 수준이다. 정부에서는 환자 편의성과 경제성을 내세우며 비대면 진료를 추진하는데, 이로 인한 이득보다는 오진과 그에 관한 책임소재 불분명 등의 단점이 더 크다. 의료산업화 측면이 아닌 보건의료정책 차원에서 추진하고 대면진료의 보완수단, 도서ㆍ벽지 등 의료사각지대 해소 등의 목적으로 추진하는 것을 원칙으로 해야 된다.”

Q. 마지막으로 회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일반시민 뿐만 아니라 많은 회원들이 힘들어 하고 있다. 우리 의사회원들의 봉사와 희생이 없었다면 지난해 초 코로나 대유행 시 상상도 하지 못할 참사가 일어났을 수도 있었다. 대구시의사회는 모든 회원들이 코로나19로 인해 부당한 피해를 입지 않도록 정부당국에 요청할 것이며, 나아가 회원들의 노고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겠다. 그리고 항상 회원들과 소통하는 열린 의사회를 목표로 회무를 진행하고 있으며, 회원의 권익 보호와 회원 상호간의 친목 도모와 화합에 최선을 다하겠다. 다소 실망과 기대에 못 미치는 일이 있더라도 항상 대구시의사회를 사랑하고 지켜봐주시고 응원해주시길 당부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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