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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률 OECD 1위, 정신과만 SSRI 처방 가능하기 때문”
“자살률 OECD 1위, 정신과만 SSRI 처방 가능하기 때문”
  • 배준열 기자
  • 승인 2021.09.10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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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신경과학회 “정부가 우울증 치료 막고 있다. 한국만 비정신과 의사에 처방 규제 심해”

대한신경과학회(이사장 홍승봉)가 “우리나라가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인데도 불구하고 정부가 자살의 주요 원인인 우울증 치료를 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1990년 이전에는 우울증을 제대로 치료할 수 없었다. 당시 판매된 삼환계 항우울제는 부작용이 너무 많고, 과량 복용 시 치사율이 높아서 오히려 자살하기 위한 목적으로 많이 사용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1990년에 들어 프로작 등의 안전성과 유효성이 입증된 ‘SSRI 항우울제’가 시판되면서 유럽과 미국에서는 우울증 치료율이 급격히 높아졌다. SSRI 항우울제의 사용량이 증가하면서 당장 자살률은 반비례로 크게 떨어졌다.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등 유럽 국가들은 애초 자살률이 한국보다 훨씬 더 높았지만  SSRI 항우울제의 사용량이 증가하면서 지금은 자살률이 한국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자살의 가장 흔한 원인은 우울증이다. 특히 주요우울장애 발생 후 첫 12주 동안 자살위험률이 50-70배로 가장 높다. 따라서, 우울증을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해야 자살을 예방할 수 있다.

신경과학회는 “우리나라는 자살예방대책을 열심히 한다고 말하면서 가장 중요한 우울증의 치료를 위한 SSRI 처방을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만 할 수 있도록 규제하고 있어서 OECD 국가 중 부동의 자살률 1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002년 3월에 SSRI 항우울제의 처방을 내과, 소아과, 가정의학과, 신경과 등 비정신과 의사들에게는 60일 이내로 제한하는 고시를 내렸다.  

신경과학회는 “이 규제로 인해 한국에서 우울증 치료의 의료접근성이 갑자기 30분의 1로 줄어 학생, 20대 젊은이, 장년, 노인, 한 가족 등 귀중한 국민들이 우울증과 자살로 생명을 잃고 있다”고 울분을 토했다. 

학회에 따르면 미국, 유럽, 호주, 아시아, 아프리카, 중동 나라들에서는 모든 의사가 우울증을 치료하기 때문에 우울증 치료를 받기가 매우 쉽다. 

신경과학회는 “반면 한국에서 우울증 치료는 전체 의사들 중 3%뿐인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아가야 하는데, 세계에서 이런 나라는 한국뿐”이라며 “호주 크레이그 앤더슨 교수는 국민의 정신건강을 정신과에만 맡기는 것은 가장 부적절한 판단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또 한국을 방문했던 일본의 가네모토 정신과 교수도 “위험한 삼환계 항우울제는 제한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가장 안전한 SSRI 항우울제 처방을 제한할 수 있냐고 항의하였고, 일본의 정신과 의사들은 심한 우울증 환자들만 치료하기에도 바쁘며 대부분의 우울증 환자들은 내과, 산부인과, 신경과 등 다른 전문과에서 치료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더해 지난 2013년 한국을 방문한 수잔 오코너 OECD 자문관도 한국의 SSRI 항우울제 처방 제한에 크게 유감을 표했고, 이 규제의 폐지를 강하게 요구했다고 전했다. 

대한신경과학회 홍승봉 이사장은 “미국에서는 간호사도 SSRI 항우울제를 처방하는데 한국의 의사들은 국가의 규제로 인해 처방할 수 없는 현실”이라며 “한국은 우울증 환자들의 지옥이다. 또한 우울증 치료에 있어서 비정신과 의사들의 지옥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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