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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 전문간호사 개정안 반발 '확산'···"면허체계 왜곡"
의료계, 전문간호사 개정안 반발 '확산'···"면허체계 왜곡"
  • 홍미현 기자
  • 승인 2021.09.10 11: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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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강원·충북·경북 등 지역의사회 및 정형외과·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등 잇따라 성명발표
"불법 의료행위 조장해 보건의료체계 뒤흔들 것...국민건강 '위협'
(좌측부터)서울시의사회 박명하 회장, 충청북도의사회 양승덕 부회장, 경상북도의사회 이우석 회장  

정부가 전문간호사들의 업무 범위를 확대하기 위한 입법 절차에 나서자 의료계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은 물론, 서울시의사회를 비롯한 지역의사회와 각 진료과별 의사회들은 정부에 '전면 재검토' 요구와 함께 입법 절차 중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서울시의사회는 9일 성명을 내고 보건복지부가 입법예고 중인 ‘전문간호사 자격인정 등에 관한 규칙 개정안’에 대해 "전문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포괄적으로 규정함으로써 의사의 면허범위를 침범할 뿐만 아니라, 의료행위의 지도 주체에 치과의사·한의사까지 포함된 부분, 의료기관 외에서도 의료행위가 가능하다고 해석될 여지가 있는 부분 등은 개선돼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번 개정안은 보건·마취·정신·가정·감염관리·산업·응급·노인·중환자·호스피스·종양·임상·아동 등 13개 분야별 전문간호사의 업무범위를 각각의 특성에 맞게 규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전문간호사 자격 제도를 활성화하고 전문 의료인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취지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개정안 입법예고 시한은 오는 13일까지다.

개정안에 따를 경우 전문간호사들은 의사의 '지도에 따른 처방 하에' 또는 '지도하에' 분야별 진료에 필요한 업무를 수행할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보건 전문간호사의 업무 범위는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의 지도, 지도에 따른 처방 하에 시행하는 처치, 주사 등 그 밖에 이에 준하는 보건 진료에 필요한 업무' 식으로 규정돼 있다.

그러나 의료계는 전문간호사의 업무 범위가 확대될 경우 의사 고유의 의료행위를 더욱 침범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서울시의사회는 "전문성을 갖춘 의사 고유 진료 영역인 마취의 경우 전문간호사가 마취를 시행할 수 있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한다"며 "응급시술·처치 또한 응급전문간호사가 할 수 있도록 하는 등 현행 보건의료 면허 체계를 왜곡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지도’라는 의료법상 개념과 별개로, 의료 현장에서의 실무와 부합하지 않는 ‘지도에 따른 처방’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추가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내놨다. 상위 법령인 의료법에서 명확히 규정하고 있는 ‘지도’의 개념을 벗어나는 내용을 하위 법령인 의료법 시행규칙에서 신설하는 것은 의료법 입법 취지상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경상남도의사회도 “이번 개정안의 요점은, 진료보조인력(PA)이 그동안 암암리에 불법적으로 의료행위를 해왔으므로 이를 합법화 시켜주자는 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간호사협회에서는 '의사가 부족하므로 전문간호사가 의사의 역할을 대신하겠다'고 하는데, 간호사 부족으로 만성적인 문제를 겪고 있는 대다수 중소병원을 위해 간호조무사도 일정 요건을 갖춘 전문간호조무사로 간호사 업무를 대신하자는 논리에 반박할 수 있느냐”고 꼬집었다. 

전라북도의사회 역시 개정안에 대해 "상위법인 의료법의 하위 시행규칙이지만, 세부 조항에서 불명확한 업무범위와 용어의 정의를 사용해 상위법을 위배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하고 있다"며 "이는 불법 의료 행위로 이어질 수 있어 간과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강원도의사회도 “이번 개정안은 전문간호사라는 이름 하에 간호 인력이 진료를 수행하겠다고 하는 것과 다름없다”며 “의사의 처방은 사라지고, ‘지도하에’라는 단서를 달면서 그에 대한 책임에서는 자유롭도록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전문직은 행위에 따른 책임도 수반되는 직종으로, 단지 상위 자격을 취득했다고 해서 모든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며 “전문간호사라는 자격이 얼마나 대단한 과정이길래, 수십 년간 의업에 종사하고 있는 어떤 의사들도 받지 못하는 특혜를 달라고 하는 것이냐”이냐 반문했다. 

경상북도의사회 역시 “정부가 전문적인 의료법안 상정에 직역간의 편가르기 및 상호 갈등을 조장하면서, 그 결과 집단 이기주의로 여론을 형성해 제2의 ‘민식이법’을 만들려고 한다”며 “개정안은 의료법에 명시된 간호사의 업무인 ‘진료의 보조’를 ‘진료에 필요한 업무’로 교묘하고 애매하게 변경해 위임 입법의 한계를 넘어선 것은 물론, 현행 법령체계에 부합하지 않는 부당한 법 개정”이라는 지적을 내놨다. 

충청북도의사회의 경우 “지도에 따른 처방’이라는 문구를 신설해 간호사의 단독의료행위를 위한 근거를 마련하는 한편, 주사 및 처치 등의 의료행위를 할 수 없는 한의사가 전문간호사를 지도해 주사, 처치를 할 수 있도록 한 것은 보건의료체계를 파괴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과 다름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전문 진료과별 의사회도 비판 대열에 가세했다.

대한정형외과의사회는 “전문간호사로 하여금 의료법상 명백히 불법인 간호사의 무면허 의료행위를 양성화해, 불법 무면허 의료행위와 의료인 면허체계의 혼란을 유발함으로써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위협하게 될 위험천만한 시도”라면서 “절대로 수용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개정안이) 폐기되지 않을 경우 '결사항전'의 각오로 모든 수단을 동원해 강력히 저지에 나설 것”이라고 선언했다.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도 “문재인 정부가 주창했던 공정과 정의가 겨우 이런 것이었냐”며 “간호사의 업무인 ‘진료의 보조’를 ‘진료에 필요한 업무’로 변경해 위임 입법의 한계를 넘어서므로, 현행 법령체계에 어긋나는 부당한 법 개정 시도”라고 꼬집었다. 

이들은 “개정안 시도는 보건의료체계를 파괴하고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더라도 문재인 정부의 정치적 지지 세력을 위해서라면 '불법마저도 자행하겠다'고 자인하는 것에 불과하다”며 “개정안을 즉각 폐기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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