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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혈증 사망자, 코로나의 ‘3배’···관심만 가져도 대폭 낮춘다
패혈증 사망자, 코로나의 ‘3배’···관심만 가져도 대폭 낮춘다
  • 배준열 기자
  • 승인 2021.09.09 18: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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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사망률 더 높아···묶음치료 수행률 빠를수록 사망률 줄어
실태조사·진료 표준화·보상체계·의료진 교육·대국민 홍보 등 대책 시급

“매년 전 세계에서 패혈증으로 인해 약 1100만 명 정도가 사망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의 3배에 이르는 수치입니다. 하지만 조금만 관심만 가져도 사망률을 낮출 수 있습니다.”

임채만 서울아산병원 교수는 9일 오후 3시 대한중환자의학회(회장 곽상현) 주최로 온라인으로 열린 ‘세계 패혈증의 날 심포지엄’에서 패혈증의 실태와 대책을 전하며 이같이 말했다.

패혈증은 감염에 대한 비정상적인 숙주 반응으로 발열, 빠른 맥박, 호흡수 증가, 백혈구 수의 증가 또는 감소 등의 전신에 걸친 염증 반응이 나타나 생명을 위협하는 기능 장애를 말한다.

실제로 한 통계에 의하면 전 세계에서 매년 5000만 명 정도가 패혈증에 걸리고 또 매년 1100만 명 정도가 이로 인해 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학계에서는 이마저도 실제 수치보다 적게 나온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작년 초부터 현재까지 전 세계에서 유행하고 있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전 세계에서 약 450만 명이 사망했는데, 임 교수는 “사망률로만 따지면 코로나19와 같은 팬데믹이 매년 2~3번 정도 발생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더구나 코로나19는 언젠가 유행규모가 줄어들 수 있지만, 패혈증은 매년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고 심각성을 전했다.

이러한 패혈증의 심각성 때문에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2017년 총회에서 최우선 보건과제를 선정하는 결의안으로 ‘패혈증의 예방·진단·임상적 처치의 향상’을 채택한 바 있다.

특히 더 심각한 문제는 우리나라의 패혈증으로 인한 사망률이나 질병 부담률이 전 세계 평균보다 더 높다는 것이다. 임 교수는 “전 세계 평균 사망률이 약 24%인데, 우리나라는 약 35% 수준으로 국내에서 매년 1만4~5000명 정도가 패혈증에 걸려 약 2500명 정도가 사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패혈증은 이렇게 심각한 질환이지만 다행히도 관리만 제대로 이루어지면 사망률을 대폭 낮출 수 있다. 실제로 호주와 뉴질랜드의 경우 적극적인 패혈증 관리정책을 실시하고 중증패혈증환자 역학조사를 실시한 결과, 지난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3~40%에 이르던 패혈증 사망률이 최근 18.4%까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임 교수는 “(호주와 뉴질랜드 사례는) 패혈증에 대해 약간의 사회적 관심과 비용만 투자해도 사망률을 대폭 낮출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며 특히 “묶음 치료(lactate 측정, 혈액배양, 광범위 항생제, 정주 수액 치료, 필요 시 승압제) 수행이 빠를수록 사망률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에서도 패혈증 환자에서 1시간 내 묶음 치료 수행율을 높이기 위해 여러 장해요소를 제거하는 한편, 패혈증 환자 예후 향상을 위해 감시체계 구축, 진료지침 제작 및 보급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이날 심포지엄의 두 번째 연자로 나선 서지영 삼성서울병원 교수는 “우리나라에서는 지역별, 의료기관 종별에 따라 묶음 치료 수행률의 차이가 발생하고 있다”며 “정부 차원에서 장기적인 관리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가 제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지역에 따른 패혈증 묶음 치료 1시간 이내 수행률은 큰 차이가 없었지만, 3시간 및 6시간 이내 수행률은 수도권 소재 의료기관에서 약 10~15% 더 높게 나타났다. 또 지역에 따른 패혈증 묶음 치료 1시간, 3시간 및 6시간 수행률도 수도권 의료기관이 적게는 5%에서 최대 20%까지 높았다.

의료기관 종별에 따른 편차도 나타났다. 상급종합병원의 패혈증 묶음 치료 1시간 이내 수행률이 종합병원보다 약 4% 더 높았고, 3시간 및 6시간 이내 수행률도 약 10% 더 높게 나타났다. 

이에 서 교수는 우선 “우리나라에서 1시간 이내 묶음치료 수행이 어려운 구조적 원인에 대한 전국적인 실태 조사를 실시하고 향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이후 장기적인 패혈증 관리방안으로 “진료체계에 대한 점진적이고 단계적인 표준화 및 제도적 보완, 의료인에 대한 보상체계 마련, 반복적인 의료진 교육, 대국민 홍보활동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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