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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원들 “조선시대에도 전염병은 있었다” 코로나 한약 홍보
한의원들 “조선시대에도 전염병은 있었다” 코로나 한약 홍보
  • 배준열 기자
  • 승인 2021.09.09 08: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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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부작용 예방한약 난립, 성분도 알 수 없어···정부는 “한의사 면허로 가능” 방관
의료계, 한약이 도움 근거 없어···부작용은 대부분 경증, 자연 경과나 진통제로 호전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부작용을 예방한다는 한약이 그 성분조차 알려지지 않은 채 난립하고 있지만 정부는 ‘한의사 면허로 가능한 사안’이라며 방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본격화돼 현재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큰 가운데, 당장 인터넷 포털 검색창에 ‘코로나 한약’, ‘코로나 백신 부작용 한약’ 등의 관련 검색어를 입력하면 많은 한의원들이 인터넷 카페나 SNS, 블로그 등을 통해 코로나와 관련한 홍보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실제로 A 한의원은 “평소 간질, 전간증, 뇌전증으로 저희 한의원에서 치료를 받고 전간 증상이 아예 없어진 분이 있는데 코로나19 2차 접종 때 접종 이틀 전부터 예방탕약을 총 6일간 복용하게 말씀드렸고, 2차 접종 후 가벼운 근육통으로 지나갔다”고 밝혔다.

또 B 한의원은 “접종 후 권고하는 타이레놀 같은 진통제는 면역반응을 늦추고 항체 형성을 방해한다”며 “대신 면역을 활성화하고 백신 효능을 돕는 한약을 먹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C 한의원은 특히 “전염병은 조선시대에도 있었다“며 적극적인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이 한의원은 ‘벽온방’이라는 책에는 한의학 처방 외에 다양한 민간 풍습도 수록되어 있는데, 동짓날 팥죽을 먹으면 역병을 피할 수 있다는 내용도 여기에서 기원한다고 한다. 우리 선조들은 이러한 ‘역병’에 대책을 세우고 이겨낼 수 있는 방법들을 남겨놓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같은 나이에 같은 성별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개인의 체질과 면역력은 차이가 있고 증상의 정도도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 체질에 따라 처방을 하지 않고 단순히 보이는 증상에만 의존하여 치료를 하면 증상을 겪는 시간은 더욱 길어질 수 있다”며 “우리 한의원에서는 코로나19 백신 부작용 예방을 위해 총 6종류의 몸살약을 준비해 놓고 있다”고 밝혔다.

D 한의원은 “백신 접종 후 발열이나 두통, 오한, 근육통 등 부작용이 생길 징후가 조금이라도 보이면 체질에 맞는 한약을 먹고 타이레놀과 1~2시간 간격을 두고 동시에 병용하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이 면역력 강화와 백신 부작용 감소에 효능이 있다고 주장하며 처방, 판매하는 한약들은 대부분 감기약, 십전대보탕 등 우리가 흔히 잘 알고 있는 한약이며, 다른 한약들과 마찬가지로 그 성분도 구체적으로 알 수 없고 그 효능이 학술적으로도 검증된 적이 없다는 지적이다.

심지어 일부 한의원들은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부작용뿐만 아니라 코로나19 치료에도 한약이 효과가 있다는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청폐배독탕’이라는 한약이 항염증, 항바이러스, 해열, 면역조절 등의 효과를 가진다며 “국내 한의사협회 코로나19 전화 진료센터에서도 호흡기 증상 환자에게 투여해 효과를 봤다”고 알리고 있고, 이외에 중의학에서도 이 한약을 활용하고 있으며, 국제학술저널에도 실렸다는 등의 내용을 적극 전달하고 있다.

일부 한의원들이 코로나19 유행 상황에 검증되지 않은 한약과 치료법을 홍보하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정부는 이에 대해 별다른 조치를 취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지난 7일 브리핑에서 한의원의 ‘백신 부작용 예방한약’ 처방에 대한 질문에 한의사 면허 범위 내에서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우리 의료법 체계상 의학은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기에 의료인에게 ‘면허’라는 독점적 권한을 부여해 정부가 관여하기 보다는 면허 범위 내에서 자율적으로 의료행위를 하도록 하고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개별 의료행위의 의학적 타당성을 정부가 일일이 검증하기 보다는 의료행위 후 소송이나 이후 사건들에 대한 처분으로 관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백신 부작용 예방 한약’도 국내 의료법상 의사, 치과의사, 간호사, 조산사와 더불어 마찬가지로 ‘의료인’으로 규정돼 정부가 독립된 면허를 부여하는 한의사 면허의 범위 내에서 가능한 사안으로 판단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재훈 가천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기자와 통화에서 “한약이 코로나19 백신 접종 부작용에 도움이 된다는 의학적 근거는 없다”며 “백신 접종 후 이상반응은 대부분 경증이며 시간의 경과나 진통제 복용 등으로 호전된다”라고 말했다.

이어 “특별한 증상조절 이외에 백신 접종 후 이상반응을 억제할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은 없다”며 “만약, 백신의 이상반응을 감소시킨다고 하더라도 이는 백신으로 인한 면역반응을 조절하는 것이므로 효과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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