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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의료노조 파업 철회됐지만···의료계는 거센 '반발'
보건의료노조 파업 철회됐지만···의료계는 거센 '반발'
  • 홍미현 기자
  • 승인 2021.09.02 21: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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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복지부·보건의료노조 합의는 파업 수습하기 위한 공수표”
의사인력 확충, 의료인 결격사유 확대 등 대거 포함···“의정협의체서 논의돼야”
박명하 회장 “정부는 의료인력 문제, 불법의료 근절 등 의료계와 먼저 협의하려는 자세 갖춰야”

보건복지부와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 2일 노정교섭에 합의하면서 총파업이 가까스로 철회됐지만, 이번에는 의료계가 노정 합의에 대해 반발하고 나섰다. 

양측이 마련한 합의문에 국립의학전문대학원 설립이나 지역의사 제도 등 ‘의사인력 확충 방안’을 비롯해 ‘의료인 결격사유 확대’ 등의 내용이 대거 포함됐기 때문이다. 

의료계는 이번 합의문에 포함된 공공의료 강화 등 대부분의 내용은 지난해 9.4 의정 합의에 따라 의정협의체에서 논의될 사안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보건의료노조는 이날 새벽 복지부와 제13차 노정 실무협의를 극적으로 타결하면서 당초 이날 오전 7시부터 진행하기로 했던 파업 방침을 철회했다. 

합의문에는 △코로나19 중증도별 근무당 간호사 배치기준을 보건의료노조가 제시한 인력기준을 참고해 이달까지 마련하는 내용을 비롯해 △공공병원 확충·강화 △국립중앙의료원 이전 신축을 통한 상급종합병원 규모로의 확충 △간호등급제 개편 및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시행 △야간간호료·야간전담간호사관리료 적용 △불법의료 근절 △의료기관 주 5일제 근무 정착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와 함께 감염병 전문병원 4곳을 설립·운영하는 내용과 보건의료노조 등이 참여하는 ‘공공의료 확충 및 강화 추진 협의체’ 구성, 국립의학전문대학원 설립, 지역의사 제도 도입 등 의사인력 확중 방안도 포함됐다. 

그러자 대한의사협회는 이날 “공공의료 강화, 의사 인력 증원 등의 내용은 의료계와 합의도 없이 파업을 수습하기 위해 내놓은 공수표”라며 “의정합의부터 조속히 이행하라”고 복지부에 촉구했다. 

의협은 “코로나19 대유행 상황에서 (파업 등) 불미스러운 사태를 피하고 환자 진료에 차질이 없도록 일단락돼 우선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복지부와 보건의료노조의 합의문 세부 내용을 보면 그 타당성과 실현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넘어 개탄스럽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이번 총파업 예고의 핵심이자 쟁점은 코로나에 지친 보건의료 인력과 의료기관에 대한 처우·환경 개선”이라며 “의료제도와 시스템의 문제인 만큼, 의료전문가 단체인 의협을 포함한 각 직역단체와 긴밀히 협의하며 진행해나가야 마땅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의협은 이번 합의문에 포함된 공공의료 강화 등 대부분의 내용이 지난해 9.4 의정합의문에 따라 의정협의체에서 논의될 사안인데도 불구하고, 복지부가 당사자인 의료계와는 아무 합의도 없이 파업 철회를 위한 합의에 이를 끌어들였다는 비판도 내놨다.

그러면서 “이번 합의에서 이전의 의정합의를 무시하고 당사자인 의협과 소통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의사인력 증원 등의 사항을 합의문에 포함한 독선적이고 반민주적인 행태에 깊은 유감과 분노를 표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의협은 “의료계의 분명한 입장 표명에도 불구하고 합의문에 명시한 국립의학전문대학원 설립, 지역의사제 도입 등 의사인력 확충 방안을 의정협의체를 거치지 않고 독단적으로 시도한다면 결국은 파국의 상황을 맞을 수밖에 없다”는 경고도 내놨다.

전국 시도의사회의 맏형 격인 서울시의사회도 비판 대열에 가세했다.

박명하 서울시의사회장은 이날 “수술실 CCTV 설치 법안 통과로 의료계가 격앙돼 있는데, 이번 합의안은 불난 집에 기름 붓는 격”이라며 “정부가 눈앞에 닥친 ‘파업’을 막기 위해 합의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의료계가 그동안 숱하게 반대해온 정부 정책들이 이번 노정 합의문에 대거 포함된 것을 보면, 정부의 의도가 불순하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는 게 박 회장의 설명이다.

박 회장은 “공공의료 확충이나 지역의사제는 물론, 의사 정원 확충은 의료계와 논의해야 할 사안이지, 노정 합의문으로는 적합하지 않은 내용”이라며 “정부는 의료인력 문제, 불법의료 근절 등에 대해 의료계와 먼저 협의하려는 자세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국의사총연합도 이날 성명서를 발표하고 “지난해 9.4 의정합의에서 의사정원 문제는 정부와 의료계가 힘을 모아 코로나를 종식시키고 나서 논의하기로 합의한 사항”이라며 “기존 계약서가 버젓이 있는 상황에서 다른 사람에게 (물건을) 파는 행위와 다를게 없다”고 정부를 비난했다. 

전의총은 “정부가 의사 인력 확충 등 동일한 사안에 대해 상반된 협의를 했음에 어이없음을 넘어 분노한다”며 “부동산 거래도 땅을 새로 팔려면 기존 계약을 파기하거나 수정하는 절차라도 갖는데, 국민을 상대로 ‘이중거래’나 하는 정부를 믿고 어떻게 진료 현장에서 최선을 다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이들은 “의료마저도 정쟁의 산물로 삼아 의정 간의 합의마저도 헌신짝처럼 여기는 정부에 분노한다”며 “9.4 의정합의, 당정합의를 일방적으로 깨고 의사 정원 등의 논의를 강행할 경우 지난해 전국의사 총파업을 넘어서는 투쟁에 앞장서겠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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