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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어느 성년식'
<기고> `어느 성년식'
  • 승인 2005.10.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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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성년식'

 

박양실<중구 박산부인과/전 복지부장관>

 

 

 며칠 전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산부인과학교실에서 귀한 성년식이 있었다.
 그 주인공은 지금부터 꼭 20년 전인 1985년 10월 12일에 우리나라 최초의 시험관아기로 태어나서 사회에 큰 화제가 되었던 두 쌍둥이 남매였다.
 그 당시 우리나라는 인구폭발로 온 나라가 가족계획 사업으로 떠들썩하던 때였다.
 `딸 아들 구별 말고 하나만 낳아서 잘 기르자' `잘 기른 딸 하나 열 아들 안 부럽다'
 급기야는 `한집 걸러 하나 낳기'까지 발전했던 심각한 시기였다.
 보건소마다 가족계획 캠페인으로 앰뷸런스를 타고 길거리를 누비면서 불임시술을 독려하던 때였다. 산부인과에서는 복강경으로 난관결찰시술을 하고 비뇨기과에서는 정관수술을 하느라고 눈코 뜰 새 없이 바빴으며, 예비군 훈련장에서도 수술만 받으면 특별 귀가를 허락했었다. 의료보험조합에서는 셋째아이부터는 출산시에 의료보험혜택을 주지 않았다.

인구폭발 20년전 시험관아기 첫 탄생

 정관결찰수술이나 난관결찰수술을 받은 부부에게는 아파트당첨에 우선권을 주던 시기였다.
 그러나 어느 사회이건 10%가 넘는 불임부부가 있게 마련이다. 당시 우리나라에서 시험관아기가 탄생했다는 소식은 많은 불임부부에게 희망과 기쁨을 가지게 하였다.
 신문 TV는 물론 많은 언론매체가 다투어 소식을 전했다. 싱글벙글하며 쌍둥이 남매를 안고 퇴원하는 엄마 아빠의 사진을 뒤로 하고 그후 이들은 사회와 모든 언론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그 동안에도 언론에서 병원을 통해서 간혹 인터뷰요청이 있었지만 그때마다 부모들이 단호하게 거절을 했다고 한다.
 그로부터 만 20년 만에 남매의 20세 생일을 계기로 다시 모습을 나타냈다.
 예쁜 대학생이 된 천희와 군복무로 군에서 특별 휴가를 받고 까까머리 때문에 벙거지를 쓰고 나타난 씩씩한 천의의 모습은 참으로 대견하고 믿음직스러웠다.
 어머니의 말에 의하면 그후 시험관아기가 보편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혹시라도 아이들이 그것을 알고 학교에서라도 놀림을 당하거나 사춘기에 잘못되기라도 하면 어떻게 하나 하는 노파심 때문에 더 자라서 그들이 이해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는데 그들이 먼저 알았다고 한다.
 천희양은 언제 알았느냐고 물었더니 초등학교때 친척오빠가 말을 해 주었는데 그때는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몰랐는데 중학생때 다시 듣고야 부모님들이 어렵게 우리를 낳으셨구나 하고 생각했다고 한다. 천의군은 의젓한 목소리로 부모님에게 감사한다고 하며 효도하겠다고 다짐을 하는 모습이 너무나 흐뭇했다.
 이 사실을 안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이들이 그날부터 선거에 투표권을 가지게 되었다고 축하하며 선물을 전해주어서 그 가족과 모든 사람들을 즐겁게 해 주었다.

심각한 저출산 맞은 지금과 `격세지감'

 많은 사람들의 축복을 받으며 생일케이크의 촛불을 끄고 케이크를 자르면서 즐거워하는 남매들. 산부인과학교실에서 선물한 MP3를 받고 너무도 즐거워하는 이제 막 성년이 된 그들이 장래 희망인 교직을 가지고 나라의 일꾼이 되기를 바라며 그들의 앞날에 건강과 행운이 늘 함께하기를 기원한다.
 그들이 태어난 20년 전과는 너무나 다르게 지금 우리나라는 세계최저의 출산율로 고민을 하고 있다. 시골에서는 아기 울음소리가 끊긴지 오래되었고 서울의 도심은 물론 시골의 초등학교가 다투어 문을 닫고 있다.
 고령사회와 더불어 맞이한 저출산시대,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가장 시급하고 긴박한 풀어야 할 문제이다. 우리가 가족계획사업을 성공시켰던 그 열정과 신념으로 또다시 우리 손으로 해결해야 되겠다는 의무와 책임감을 느낀다.
 그 어머니는 전국에서 불임으로 고통을 겪는 모든 사람에게 아기를 가질 수 있다는 신념과 희망을 가지고 의사선생님을 믿고 지시대로 하면 반드시 아기를 가질 수 있다고 격려와 당부를 한다.
 방방곡곡 어느 가정에서나 아기의 울음소리와 웃음소리가 흘러나와서 화목하고 행복한 가정을 이루면 우리의 저출산문제도 자연히 해결될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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