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29 17:56 (금)
의료계 '비급여 보고 의무화' 반발 거세진다
의료계 '비급여 보고 의무화' 반발 거세진다
  • 홍미현 기자
  • 승인 2021.07.12 14: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도의사회장협의회, “비급여 보고 의무화 전면 거부” 선언
개원의협의회, 헌재에 ‘의료법 시행규칙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비급여 보고 의무화' 정책을 둘러싼 의료계의 반발이 점점 거세지고 있다.

전국광역시도의사회장협의회는 12일 성명서를 통해 “모든 의료기관에 4700여가지 비급여의 전자의무기록을 제출하라는 비급여관리정책협의체 회의 결과는 결단코 수용할 수 없다”며 “공급주체인 의료단체들이 참여한 비급여 관리회의에서 협의된 내용을 무시하고 정부가 독단적으로 강행하는 비급여 보고 제출제도를 전면 거부한다”고 밝혔다. 

협의회는 “의료기관이 비급여 진료 행위 항목과 행위료(재료대 포함)를 공개하고, 변동 사항에 대해 정기적으로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보고하도록 한 의료법 조항은 과연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의 자유와 권리 보장에 합치하는가 하는 문제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보고하도록 의료법을 개정한 것은 개인의 사적 계약에 대한 과도한 개입일 뿐만 아니라, 의료공급자의 직업수행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협의회는 “국가는 국민이 자신의 의지로 한 사적인 계약을 유지할 권리를 제한할 수 없고, 국민이 국가로부터 자유로운 계약 행사를 방해받아서도 안 된다”며 “정부가 나서서 의료법을 개정해 비급여 진료행위에 관한 공개와 보고를 강제하고 시행령을 만들어 추진하려는 것은 의료공급자와 국민 모두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는 정부가 강조해온 의료 산업화에 역행할 뿐만 아니라 의료 신기술 개발 의욕을 억제해 결국에는 의료의 질 저하와 함께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는 게 협의회의 진단이다. 

그러면서 “의료법을 개정하고 시간표대로 정책을 추진하려는 보건복지부의 의도가 민낯을 드러낸 이상 정부의 졸속적·일방적인 정책 추진이 이뤄지지 않도록 의료계도 일치단결해 시행을 막아낼 것”이라며 비급여 진료 보고 정책의 철회를 위해 대한의사협회와 함께 모든 수단을 동원해 대처하겠다고 경고했다.

앞서 대한개원의협의회 김동석 회장도 지난 9일 의협의 지원을 받아 비급여 항목의 보고를 의무화한 개정 의료법 시행규칙에 대해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다. 

김 회장은 이미 지난 1월 대개협 회원들을 대표해 비급여 관련 개정 의료법이 개원의들의 헌법상 권리를 침해한다며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한 상태다. 

대개협은 의료법 시행규칙에 대해 “의료인에게 과도한 행정력을 요구하는 내용으로 본연의 진료 업무에 지장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며 “현재 상태만으로 일선 의료기관은 과도한 진료 이외의 행정업무에 지쳐 있다”고 지적했다. 

병원급 의료기관은 전담 인력이 있는 반면, 의원급 의료기관의 경우에는 '1인 원장에 1인 직원'인 곳도 많아 결국 비급여 항목 보고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개정 법령 위반에 따른 행정처분을 피하지 못해 불이익을 입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한 “더 큰 문제는 비급여 대상의 항목과 기준·금액은 물론, 진료내역까지 보고하도록 해 공개범위가 심각하게 과하다”며 “개인의 진료내역을 ‘민감정보’로 개인정보 중 하나로 보호하고 있는 개인정보 보호법과는 정반대의 내용”이라고 꼬집었다.

이와 함께 대개협은 법령 위반 시 부과되는 ‘행정처분’도 과하다고 비판했다. 

대개협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양식에 따라 입력해 송신하지 않으면 1차 위반 시 100만원, 2차 위반 시 150만원, 3차 위반 시 200만원의 과태료를 물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직원이 한 명 뿐인 개인 원장은 밤새워 (비급여 항목을 보고)하려 해도 쉽지 않아 보일 뿐만 아니라, 가까스로 했어도 행여나 실수로 내용이 틀리면 거짓 보고로 200만원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며 "자유주의 국가의 의사가 맞나 싶다"고 토로했다. 

이들은 “의료행위를 급여의 범주에 무리하게 편입시키는 것은 의료의 다양성을 무시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다양한 진료의 욕구를 위축시켜 오히려 국민의 건강추구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정부는 실익이 없는 비급여 관련 심평원 시스템 입력 보고 정책을 즉각 중단하고 국민 개개인의 다양한 건강추구권을 수용할 수 있는 정책을 수립하라”고 촉구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