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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의학회 “수술실 CCTV, 의사이기를 포기하는 것”
대한의학회 “수술실 CCTV, 의사이기를 포기하는 것”
  • 배준열 기자
  • 승인 2021.06.25 17: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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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다수 선량한 의료인 잠재적 범죄자 취급···소극적·방어적 의료행위 유도

우리나라 의학계 최고 권위의 학술단체인 대한의학회도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입법화 움직임에 대해 강력한 우려와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대한의학회는 22일 성명을 통해 “최근 일부 의료기관에서 발생한 무자격자 대리 수술 등의 사건을 엄중한 사안으로 인식하고 있고 재발 방지 대책 마련에도 적극 참여하고자 한다”며 “그러나 수술실 CCTV 강제화는 매우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수술실은 의사를 비롯해 수술에 참여하는 여러 의료인뿐 아니라 수술을 받는 환자에게도 지극히 개인적이며 독립적인 공간이다. 그런데 CCTV 의무 설치로 수술 전 과정을 감시하게 되면 무방비로 노출되는 환자의 인권보호에 심각한 우려가 있고 의료인의 인격권과 직업수행의 자유 및 환자의 사생활 침해에 해당하는 인권침해의 소지가 매우 높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의학회는 히포크라테스 선서에 ‘환자로부터 알게 된 모든 것을 비밀로 지키고 결코 누설하지 않겠으며, 심신에 해를 주는 모든 것들로부터 멀리하겠다’는 서약을 한다며 “이를 지켜주지 못하는 것은 의사이기를 포기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연간 수백만 건의 수술이 이루어지는 현실에서 수술 및 대리수술 등의 케이스는 극히 소수라고 할 수 있다. 의학회는 “이런 현실에 수술실 CCTV 설치는 대다수의 선량한 의료인을 잠재적인 범죄자로 취급하는 것으로 소극적이고 방어적인 의료행위를 유도하여 결국 환자에게 불이익이 될 것”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선진국에서도 수술실 CCTV가 설치된 사례를 찾기 어려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의학회는 최근 사회에 충격을 준 N번방 사건과 같이 해킹 등으로 인해 수술실 CCTV 영상이 유출될 경우 가져올 사회적 파장도 우려했다. 의학회는 “만약 실제로 유출된다면 무자격자 대리 수술 사건에 비할 바가 아닐 정도로 사회적 파장과 환자의 고통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라며 “CCTV 영상의 저장 및 관리, 적절한 영상 검토 절차 등도 다양한 계층의 전문가들이 충분히 논의한 후 철저히 준비하고 협의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대한의학회는 무엇보다 이 논쟁의 핵심이 수술실 CCTV 의무 설치 여부가 아니라, 환자가 안심하고 수술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유지하는 것이라는 점을 상기시켰다. 이 논쟁의 시작은 무자격자 수술 및 대리 수술을 엄격히 금지하고, 이들을 색출해 내고, 또한 위반 시 적법한 절차에 따라서 신속하고도 강력히 처벌하기 위한 것이라는 것.

따라서, 강제적인 수술실 CCTV 의무 설치만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더 나아가 더욱 적절한 방법과 해결책이 있는지를 충분히 검토하고 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그동안 의료계는 이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하기 위해 의사들의 자율적인 면허 관리를 위한 독립적이고 엄정한 ‘면허관리원’ 설립 등을 준비해 오고 있었다.

끝으로 대한의학회는 “‘면허관리원’ 같은 기구를 통해 최대한 자정 기능을 갖추어 의료전문가들이 스스로 최상의 진료와 최고의 윤리의식으로 철저히 무장되어 환자분들이 신뢰를 바탕으로 안심하고 치료받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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