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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백신 접종···"의료계와 소통 통한 시스템 재정비가 필수"
하반기 백신 접종···"의료계와 소통 통한 시스템 재정비가 필수"
  • 홍미현 기자
  • 승인 2021.06.23 17: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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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여 백신 투약 재량권, 의료기관에 부여해야"
주사기 수급·교차접종 안전성 대책 등 정부에 촉구
(사진출처-뉴스1)
(사진출처-뉴스1)

올 상반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최근 마무리된 가운데 백신 접종 위탁 의료기관들을 중심으로 정부의 ‘중구난방형 백신 정책’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들은 매뉴얼도 없이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코로나19 백신 접종 방식에 불만을 토로하면서, 정부가 일선 현장 의료인들과의 ‘대화’를 통해 정확한 백신 물량 공개와 주사기 수급, 잔여 백신 문제 등 백신 접종 시스템 개선 및 지원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 버려지는 ‘잔여 백신’···“재량권 달라”

23일 질병관리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 2월 26일 시작된 상반기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19일 마무리됐다. 1차 접종자는 누적 1501만2455명을 기록했다. 백신별로는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이 1037만2923명, 화이자 백신이 352만4189명이다. 얀센 백신의 경우 접종이 시작된 지난 10일 이후 총 111만5천343명이 맞았다. 

정부는 상반기 목표(최대 1400만명)를 조기에 초과 달성한 만큼 9월까지 누적 3600만명에 대한 1차 접종을 마치고, '11월 집단면역 형성' 목표도 다소 앞당겨 실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면, 위탁 의료기관들은 7월부터 시작되는 하반기 백신 접종과 교차접종을 앞두고 △잔여백신 폐기 △오접종 사고 △민원 처리로 인한 업무 과중 △질병관리본부·보건소 소통 부재 등의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선 의료기관들은 코로나19 잔여백신 폐기량을 최소화하기 위해 시행되고 있는 ‘사회 관계망 서비스(SNS)’로 인해 문의나 항의가 빗발치면서 의료기관 종사자들의 업무 피로도를 호소하면서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보고 있다.

게다가 백신 접종 대상이 아닌 국민들에게 잔여 백신 예약은 ‘하늘의 별 따기’ 만큼 어려운 반면, 위탁 의료기관에서는 접종자를 찾지 못해 ‘폐기’되는 백신이 나오고 있어 의료기관에 잔여 백신 접종에 대한 재량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내과 원장인 A씨는 “정부가 카카오와 네이버 앱으로만 잔여 백신을 예약하도록 하고 있는데, 예약 후 병원에 오지 않는 상황이 발생해 어쩔 수 없이 잔여 백신을 폐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일어나고 있다”며 “백신 물량이 충분하지 않은 판국에 (잔여 백신을) 폐기해야 한다는 사실이 너무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다른 내과 원장인 B씨도 "잔여백신을 등록하면 바로 예약되지만, 예약을 취소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며 "앱이 아닌 의료기관별 ‘잔여백신 대기자 명단’을 운영하면서 잔여백신이 발생할 경우, 직원들이 대기자들에게 전화해 접종하니 버려지는 백신은 없었다"고 전했다. 

가정의학과 원장 C씨 역시 "매일 1~2분량씩 폐기하는 백신이 나오고 있는데, 다른 의료기관도 동일한 상황"이라며 "전국 단위로 환산한다면 엄청난 폐기량이 나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AZ백신이 모자란다고 하면서 정부가 왜 이런 정책을 펴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이런 상황을 보건소도 알고 있고, 질병청에 건의를 하는데도 오히려 '답이 없다'고 해 난감하다"고 말했다. 

위탁 의료기관들은 앱을 통한 잔여백신 예약제로 인해 버려지는 백신이 많은 만큼, 의료기관별로 '잔여백신 대기자 예약제' 운영을 병행할 수 있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정용 서울시내과의사회장도 “잔여백신이나 이른바 '노쇼백신' 접종에 대해 의료기관에 재량권을 줘 가급적 백신이 필요한 국민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막무가내식 정부 지침에 '골머리'···주사기 수급도 ‘빨간불’ 

최근에는 백신 접종에 가속도가 붙으면서 접종에 필요한 주사기 수급이 부족하다보니 일선 의료기관들이 주사기를 따로 구매해 사용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AZ 백신의 경우 백신 1병당 기본 10명을 접종할 수 있지만 최소잔여형(LDS) 주사기를 통해서는 11~12명까지 접종할 수 있는데, 주사기 제조사에 따라 접종량이 달라 난감한 상황도 나오고 있다. 

이비인후과 원장 D씨는 "보건소에서 3번 주사기를 받아왔는데, LDS 주사기를 줄 때도 있고 일반 주사기를 준 적도 있다"며 "AZ 백신의 경우 최대 11명까지 접종할 수 있는데 아무리 쥐어짜도 10명 분량밖에 나오지 않는 경우도 있어 난감했다. 심지어 간호사들이 울면서 호소한 적도 있다"고 비판했다.

다른 가정의학과 원장 E씨는 "주사기 공급이 제대로 되지 않는데다, 한 달 새 3종류의 주사기를 받았는데 모양과 물량을 재는 방법이 달라 곤욕을 치렀다"며 "여기에 예약한 대기자는 있는데 백신 물량은 언제, 얼마나 들어오는지 전혀 모르는 상황이 지속되다보니 어려움이 많다. 왜 이렇게 정책을 운영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내과 원장 F씨도 "AZ 백신의 경우 1병당 기본 10명을 접종할 수 있는데, 그럼 10명만 접종하면 되는데 11~12명까지 접종하도록 하는 것도 문제"라며 "일선 의료현장에서 어려움 없이 백신을 접종할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서 원활한 LDS 주사기 수급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하룻밤 새 오락가락 하는 백신 접종지침이나 시스템도 문제다. 일선 의료진들은 "질병청이 백신 공급계획이나 진료지침 등 공문을 보건소에 늦게 전달하다보니 보건소의 역할이 없어졌다"며 "위탁 의료기관들은 언론을 통해 백신과 관련된 내용을 듣고 있다"는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F씨는 "현장에서 우왕좌왕하는 상황이 계속 반복되는데다, 백신 관련 문의가 의료기관에 빗발치면서 의료기관 종사자들의 업무 피로도가 높아지고 있다"며 "의사들의 노력에 비해 정부가 뒷받침을 해주지 않아 힘들고 안타깝다"고 했다. 

◆ 현장에 맞는 시스템 재정비 필수···"의-정 소통창구 개설해야"

올 하반기에는 기존 백신 이외에도 모더나가 추가되는 등 국내에 도입되는 백신 종류가 다양해질 뿐만 아니라 교차접종까지 진행된다. 의료계는 대규모 백신 접종을 신속하게 끝마치려면 정부가 의료계와의 협의를 통해 현 백신 접종 시스템을 재정비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가정의학과 의사 G씨는 "정부가 도대체 어떤 기준으로 백신 접종자를 구분하는지 모르겠다"며 "60~74세는 (백신을) 안 맞겠다는 사람이 많았는데, 처음부터 40대 이상을 백신접종 대상자로 정했으면 될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방식으로 하면 어느 세월에 전 국민을 다 맞추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백신물량만 정확히 공개하면 한 달 안에도 전 국민이 백신을 맞을 수 있고, 잔여 백신 문제를 고민할 필요도 없다"고 꼬집었다. 

교차접종과 관련해서도 그는 "교차접종이 시행될 경우, 접종 후 이상반응이 생기면 의료기관 탓을 한다"며 "교차접종에 정말 득이 있는 것인지, 안전성에 대한 데이터를 공개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도 환자들이 백신 접종 후 의료기관에 문의해 오는데, 1차 의료기관에서는 이상반응에 대해 검사부터 결과까지 2~3일이 걸리는 만큼 대학병원이나 거점병원에 ‘백신접종 진료과’를 꾸려 대처해줬으면 좋겠다"며 "백신 관련 데이터와 통계가 쌓이는 효과도 가져올 것"이라고 제안했다. 

F씨도 "AZ백신 물량이 모자라 정부가 교차백신 접종을 시행하는 것 같은데, 교차접종의 효능에 대한 연구결과가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걱정이 좀 앞선다"며 "1차적으로 의사들이 조심해야 하겠지만, 교차접종으로 인한 오접종 사고 관련 대책도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보건소와의 업무 협조도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다. D씨는 "지역마다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 보건소와 업무 협조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백신접종과 관련해 문의가 있을 때마다 보건소에 연락하면 연결이 되는 경우가 거의 없어 어려움이 많다"며 "보건소 담당자와 위탁 의료기관 의료진 간의 소통창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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