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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고치는 의사 초심으로···첫 선택지는 ‘접종 예진의사’
세상을 고치는 의사 초심으로···첫 선택지는 ‘접종 예진의사’
  • 배준열 기자
  • 승인 2021.06.21 07: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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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강청희 전 건보공단 급여이사 “질병청-건보공단 접종 데이터 연계했더라면···”
“의협에 필요한 건 ‘전문성·연속성·유연성’, 최근 수가협상 긍정적···이젠 대안 마련 나서야”

의사 출신으로는 최초로 국민건강보험공단 급여상임이사직을 맡아 지난 5월 3년간의 임기를 마무리한 강청희 전 이사. 흉부외과 전문의로 지난 2004년부터 서울 광진구에서 개원해 구의사회 보험·총무이사와 서울시의사회 대의원, 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의사회 부회장 등을 거쳐 대한의사협회 상근부회장, 기흥구 보건소장까지 역임한 그의 다음 행선지에 의료계의 이목이 모아졌다. 급여이사 퇴임 후 첫 선택지는 용인시 수지구 코로나19 예방접종센터. 그가 처음 공직의사로서 활동을 시작했던 지자체로 다시 돌아가 평범한 예진의사로서 많을 땐 하루에만 200명 가까운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급여이사 임기 만료를 앞두고 감염병 거점전담병원인 평택 박애병원에 의료지원을 다녀오면서 보건의료현장 전문가로서 “세상을 고치는 의사가 되겠다는 초심으로 돌아가겠다”고 말한 그다운 선택이었다. 그는 앞으로도 기회가 주어지는 한 계속 공직에서 활동할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의사신문은 강청희 전 공단 급여상임이사를 만나 최근 마무리된 의협 수가협상 결과부터 진료지원문제, 예진지원문제 등 포괄적인 주제에 대한 그의 생각을 들어봤다.


Q. 건보공단 급여상임이사 임기를 마치고 현재 어떻게 지내고 있나?

“5월 2일자로 퇴임하고 한 달간의 휴식기간을 거쳐, 지난 6월 1일부터 수지구 코로나19 예방접종센터에서 예진의사로 의료지원을 하고 있다. 지난 2월에 평택 코로나 19 전담병원 진료지원 이후 연장선상에서 코로나와의 사투 일선에 나름대로 참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또 뜻을 같이하는 분들과 함께 ‘시민연대포럼’을 구성하고 오는 7월 중순 발기인 대회를 목표로 준비 중이다. 제가 처음 마음 먹었던, ‘세상을 고치는 의사’가 되겠다는 초심으로 돌아가서, 우리나라 보건의료환경의 새판을 짜기 위한 정책 대안 마련을 위해서다.”


Q. 다양한 직을 경험했던 입장에서 현재 접종센터 실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현재 수지구 코로나19 접종센터의 경우 예진의사 4명이 하루 700명대의 접종자를 예진하고 있다. 많을 때는 5명의 예진 의사가 하루에 1500명을 소화해 낸 적도 있다고 한다. 목표 인원을 무리하게 채우려다 보니 예진과 사후관리에 무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무엇보다 예진과정에서 느낀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사전에 질병관리청과 건보공단이 데이터 연계를 통해 만성질환 등 기저질환자 및 투약내역을 예진 시 활용할 수 있었다면, 훨씬 수월하고 효과적인 예진이 가능할 수 있었을 것이란 점이다. 또한 지자체도 이번 기회에 75세 이상 만성질환자에 대한 예진기록 데이터베이스화를 통해 등록하고 건강증진사업에 활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이미 보건소 직원들의 업무 강도와 부하는 한계를 초월한 상황이어서 더 이상의 업무 요구는 무리일 것이다.”


Q. 최근 이필수 의협 회장이 취임했다. 의협 부회장 출신으로, 최근엔 공직에 몸담고 계신 입장에서 현재 의협에 또는 장기적으로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공단은 준정부기관으로 1만 5천 명의 거대조직이고 현장 전문성을 기반으로 한 무한한 발전가능성을 갖고 있다. 공단과 회원 권익을 위한 사단법인인 의협을 단순 비교할 수는 없지만, 반면에 의협은 100명 조금 넘는 직원 수에 16개 시도의사회를 모두 합쳐도 운영조직의 한계를 벗어나기 힘들다. 그래서 의협에 더욱 요구되는 것이 전문성, 연속성, 유연성이다. 이를 통해 작지만 강한 조직이 되는 것이다. 우선 정책 및 보험 전문성 강화를 위해서 전문가로 인정받는 교수진을 영입해서 전문위원회를 구성하고 자문그룹을 상시 운용해야 하며, 고문단도 활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필요하면 연구용역도 활발히 진행해서 정부 정책에 대한 대안 마련도 보다 적극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시민사회와 눈높이를 맞춘 합리적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다. 그래야 의협이 전문가 집단으로서 정책을 주도할 수 있다. 물론 우수한 상임이사진을 모시고 집행부 임기와 무관한 보험전문가를 영입하고 키우는 일도 중요하다.”


Q. 최근 수가협상이 마무리돼 의협이 3년 만에 타결됐다. 이번 협상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나? 공급자단체들, 특히 의협은 수가협상 제도 전반에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인데?

“의협이 코로나19 상황으로 국민 모두가 어려운 현실임을 공감하고 합의점을 찾았다는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대한개원의협의회에 협상권을 준 것도 바람직한 변화의 시도였다.
다만, 지금부터는 의협이 수가협상제도의 새로운 대안을 적극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의협 총무이사·상근부회장으로, 또 건보공단 급여이사로 3차례 수행했던 수가 협상 경험을 돌이켜 보면, 그동안 의협은 꾸준하게 협상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해 왔지만 아쉽게도 그 대안을 제시하지는 못했다. 특히 제도발전협의체라는 판을 놓아주었음에도 제도 개선을 이끌어 나가지 못하고 형식적인 참여에 머물렀다는 점은 너무나 아쉽다.
전임 집행부의 경우 수가협상장을 정치적으로 활용해 무력화하고 이전에 동료였던 협상 파트너까지 배신자 프레임을 씌어 자신들의 무능함을 숨기려 했다. 이 점은 특별히 아픈 기억으로 남는다. 사실 공급자들과 공단과의 수가협상은 넘어야 할 공단 재정운영위원회의 문턱이 후면에 따로 존재하는, 그야말로 근거 제시와 설득의 지난한 싸움이다. 준비를 제대로 하고 유연하게 대처해야 공급자의 입장을 충분히 받은 공단의 양면협상이 가능하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의사들이 그냥 어렵다고만 하면 안 된다. 왜 현장이 어려운지 정확히 분석을 해서 근거 데이터를 제시해야 설득을 할 수 있는데 지금까지 의협은 수가협상에 임하며 그런 노력들이 부족했다고 생각한다.”

   
Q. 보건의료 시민연대 개념의 단체라고 이야기했던 포럼 발족 준비는 잘 진행 중인가?

“포럼의 목적은 결국 ‘형평과 효율’이다. 흔히들 보건의료정책에 좌·우 이념을 개입시켜 형평과 효율의 대치적 관점에서 설명하지만, 사실 저는 두 가지가 다 융합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민사회와 호흡을 같이하면서, 가입자-공급자-보험자가 모두 참여하는 전문가 포럼의 출범이야 말로 정책제안의 문이 열리는 시기에 가장 적절한 시작 타이밍을 갖추었다고 할 수 있다.
현재 포럼의 지속적인 운영과 발전을 위해 차분하게 하나하나 준비하고 있다. 아젠다는 지난해 이슈가 되었던 보건의료 인력자원 문제부터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한 급변하는 의료 환경 이슈에 대한 준비와 선제적 정책대안 마련 그리고 건보재정 이슈에 대한 다양한 관점의 토론을 기획하고 있다. 많은 기대와 성원을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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