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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쟁은 최후의 수단···설득과 협상이 먼저다”
“투쟁은 최후의 수단···설득과 협상이 먼저다”
  • 배준열 기자
  • 승인 2021.06.18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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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이광래 전국광역시도의사회장협의회장(인천광역시의사회장)
회관 신축 위해 3선 도전···모든 법 통과 이전 대응, 의료계 정치 세력화 중요

이광래 전국광역시도의사회장협의회장<사진>은 지난 4월 10일 서울시의사회관에서 열린 전국광역시도회장단협의회 회의에서 회장으로 선출됐다. 또 제13대 인천광역시의사회장 선거에 단독 입후보해 당선돼 3선에 성공했다. 이 회장은 지난 3월 열린 인천시의사회 대의원총회에서 “무분별한 투쟁과 반정부적 대처보다는 합리적으로 회원의 권익을 보호하고 우리의 위상을 회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2000년 의약분업 투쟁 이후 20년이 넘게 대정부 투쟁 기조를 이어온 의협의 회무방향에 이제는 변화를 줄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전국 16개 시도의사회장을 대표하는 협의회장이자 3선의 광역의사회장인 그의 발언은 무게가 남다르다. 대한의사협회 출입기자단은 지난 15일 인천시의사회관에서 이광래 회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Q. 인천시의사회장에 연임하면서 3선이라는 큰 영광을 얻게 됐다. 3선에 성공하게 된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사실 기쁨에 앞서 3선 회장이라는 게 좀 부끄럽기도 하다. 훌륭한 후배를 회장으로 양성하지 못한 미안함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천시의사회관 신축을 추진을 마무리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또다시 회장직을 맡게 됐다. 신축건만 마무리하면 다른 훌륭한 인재가 새로운 회장을 맡게 될 것이다.”

Q. 지난 3월 열린 인천시의사회 대의원총회에서 “무분별한 투쟁과 반정부적 대처보다는 합리적으로 회원의 권익을 보호하고 우리의 위상을 회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발언했는데 어떤 의미인가?

“의협은 지난 2000년 의약분업 사태부터 투쟁 기조를 이어오고 있지만 막상 투쟁을 통해 얻은 것은 많지 않다. 투쟁을 하게 되면 그동안 의료계가 제시해온 정책 대안은 한없이 미뤄지기만 하다가 새로운 집행부에서 또다시 투쟁을 하거나 협상을 하게 된다. 어디까지나 투쟁은 최후의 수단이 되고 그 이전에 정부와 국회 그리고 회원들을 설득하는 게 선행되어야 하는데 그동안 의협은 그런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투쟁에만 집중했기 때문에 이제는 그런 모습은 지양하자는 것이다. 애시 당초 대국회 활동도 정당, 의원 후원, 후원회나 개개인의 인적 인프라 등을 활용해야 하는데 현 의협 집행부는 그런 방향으로 많이 운영하려는 것 같다.”

Q. 그동안 회장직을 수행해오면서 가장 잘 한 일을 꼽는다면? 그리고 앞으로 임기동안 반드시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가 있다면?

“우선 대외적으론 지난 39대 의협 집행부에서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으며 어느 정도의 성과를 낸 것이다. 또 대내적으론 인천시의사회 앱을 개발한 것이다. 이를 통해 코로나19 사태에서 비대면 온라인 세미나를 저렴한 비용으로 진행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새로운 인천시의사회관 부지를 매입해 신축 회관 건립의 기반을 마련한 게 가장 잘한 일이라 생각하며 이번 임기 내 최우선 과제이기도 하다.”

Q. 최근 인천에서 척추전문병원 대리수술 의혹이 발생했고, 이에 대해 의협이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기로 했다. 이 사안에 대해 인천시의사회 차원에서는 어떤 조치를 했나?

“우선 의협이 단호한 대처를 한 것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PA문제도 그렇고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문제도 그렇고 워낙 첨예한 문제이기 때문에 의협이 긴급히 대처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의협에서 관련 공문이 와서 송태진 전문가평가단장과 장수찬 남동구의사회장과 함께 협의해 보건소와 현지조사에 나섰고 정확한 팩트를 확인한 후 의협에 보고서를 제출함으로써 마무리했다. 다만, 인천시의사회 전문가평가단을 통해서도 자체적으로 처리했을 수도 있는데 여러 법안이 함께 묶여 있어 인천시에서 먼저 절차를 밟아 처리했기 때문에 시기적으로 좀 아쉬운 면이 있긴 하다.”

Q. 전국시도광역시의사회장협의회와 의협의 관계는 어떻게 설정돼야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나?

“두 가지 측면이 있다. 우선 의협의 회무에 협조하고 추진방향을 지원하는 것이고, 그 다음에 의협의 스탠스가 회원의 정서에 반할 때는 협의회가 나서 바로 잡으려는 노력을 하는 것이다. 과거에 협의회와 의협의 사이가 좋은 적도 있고 나쁜 적도 있었는데 돌이켜보면 관계가 좋았을 때 더 좋은 성과가 나오긴 했다. 이렇게 일단 서로 협조하면서도 어느 정도 견제하는 분위기가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한다. 또 최근 마무리 된 수가협상을 대한개원의협의회가 맡아 3.0%의 인상률로 타결되어 다소 아쉽지만 참으로 잘한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과거엔 전국광역시도의사회장협의회가 수가협상을 맡았지만 의료계 최고 종주단체인 대한의사협회가 의원급 수가를 논의하며 병원협회와 1대1 구도로 파이를 나눠먹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Q. 이필수 의협 회장이 취임 후 수가협상 체결, 코로나19 백신 접종 등 정부에 적극 협조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과거 인터뷰에서 협상과 투쟁 병행을 언급하면서 '불가피한 경우'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산적한 현안에 있어 불가피한 경우는 언제라고 생각하나?

“비급여 진료비 신고 의무화,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PA, 대체조제·성분명 처방 등 현행 의료법상 문제가 있는 법률이나 의사의 진료행위를 위축시켜 환자의 건강과 생명에 지장을 주는 모든 사안에 대해 물론 모두 동의할 수 없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미 통과된 법률은 그 이후에 전면 투쟁에 나서봤자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통과된 법의 시행령을 만드는 게 결국 공무원이 해야 할 일이 아닌가. 그렇기 때문에 입법 추진 단계에서부터 적극적으로 의료계의 입장을 정리해 전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Q. 그동안 의료계는 원격의료에 대해 반대 입장을 고수해 왔지만 최근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로 오히려 더 활성화되고 있다. 원격의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대의원회 입장을 보면 아직도 대면진료 우선 원칙이 결여된 원격진료에 대해선 부정적 여론이 형성돼 있다. 다만 최근 감사보고서에서 알 수 있듯이 전향적으로 검토하라는 권고사항이 있었기 때문에 변화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 원격의료의 토대가 될 IT의 발전이나 거대 자본의 원격의료 추진 움직임은 더욱 거세질 것이고 결국 이 흐름을 막기란 매우 힘들어질 것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원격의료 디바이스를 잘 활용하는 회원들이 많아지고 있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중요한 것은 결국 원격의료 흐름도 의협이 주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난 39대 추무진 집행부에서 이와 관련해 의협 내 의학정보원 설치 추진 움직임이 있기도 했는데 이런 모델도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Q. 마지막으로 회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의료계의 ‘정치 세력화’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정치권과의 관계는 매우 중요하다. 의사 회원 개개인이 가진 인적 인프라를 활용할 수도 있고 모든 회원의 1인 1정당을 가입하는 캠페인도 그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당장 모든 의협 회원들이 특정 의원에 (환급이 가능한) 10만원을 후원하면 130억 원이 모여 의협이 굉장한 정치적 위상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개인의 정치성향을 떠나 꼭 필요한 과제라고 생각한다.
 
또 한 가지는 모든 의료 관련 법안의 추진 움직임에 무조건 반대하며 소모적인 투쟁을 벌이는 것보다 의료계 차원에서 시뮬레이션을 돌려 제대로 진상을 파악하고 입장을 정리해 효과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돌이켜보면 시행 초기엔 의료계가 엄청 반대했지만 막상 시행되고 나니 당초 예상보다 피해가 크지 않은 법률이나 제도도 많다. 현재 산적한 현안들도 무조건 반대하며 거기에 모든 의협의 행정력을 동원해 지연시키기 보다는 팩트에 입각해 정확한 시뮬레이션을 돌려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하나하나 마무리 지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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