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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의료원, 100년간 생명 살려낸 기부의 불씨 살린다
고려대의료원, 100년간 생명 살려낸 기부의 불씨 살린다
  • 배준열 기자
  • 승인 2021.06.11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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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김영훈 의료원장 “‘Again 65 캠페인’ 진행···모금 규모보다 참여가 더 중요”
“치열했던 설립자들의 정신 이어 앞으로 새로운 100년의 근간이 될 것“

“의료원의 새로운 100년을 앞둔 지금, 당시 설립자들의 숭고한 뜻을 우리 구성원들이 되새기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번 모금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고려대의료원이 오는 9월 문을 여는 정릉 메디사이언스파크에 투입될 비용을 모금하기 위해  ‘Again 65 캠페인’을 진행한다.

‘Again 65 캠페인’의 배경은 이렇다. 20세기 초, 서구식 의료기관이 막 도입됐지만 우리나라의 여성들은 몸이 아픈 것보다 수치심을 더 크게 느껴 외국인 남자 의사들에게 벗은 몸을 내보이며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했다. 미국의 의료 선교사 로제타 홀(Rosetta Hall) 여사는 이러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여성인권조차 희미하던 시기에 여의사 양성을 위한 ‘조선여자의학강습소’를 1928년 설립했다. 하지만 홀 여사가 모국으로 돌아가며 강습소는 존폐 위기에 처했고 이후 김종익 선생은 유언을 통해 고려대 의대의 모태가 된 조선여자의학강습소의 설립을 위한 ‘65만 원’을 내놓는다. 지금으로 환산하면 천문학적 금액이다.

이번 캠페인을 직접 제안한 김영훈 고려대 의무부총장<사진>은 “그때의 ‘65만 원’은 오늘날 우리나라 의료의 한 축을 담당하는 고려대의료원을 만들었다”며 “의료원의 새로운 100년을 앞둔 지금, 당시 설립자들의 숭고한 뜻을 우리 구성원들이 되새기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번 모금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 모금 캠페인의 목표액은 65억 원으로 2021년 3월부터 9월 15일까지 6.5개월 동안 진행된다. 다만 김 의무부총장은 모금 규모보다는 캠페인에 참여하는 것 자체가 더욱 중요하다고 말한다. “얼마나 많은 돈이 모이느냐가 아닌, 얼마나 많은 구성원이 캠페인에 참여하느냐가 중요하다”고 했다.
 
“로제타 홀 여사는 당시 ‘가장 어렵고, 험난한 곳’을 일부러 찾아 조선으로 오셔서 열악한 환경에서 당신의 피부를 직접 환자에게 이식하는 인술을 실천했습니다. 우리 의료원, 의과대학 구성원들에겐 이러한 홀 여사의 정신이 배어 있습니다. 이러한 설립자들의 신념은 고려대의료원이 새로운 100년으로 나아가는 데 무엇보다 강한 동력이 될 것입니다.”

◆“모금액, 메디사이언스파크에 투입··· 의료 R&D의 산실로 넥스트노멀 주도”

이번 ‘Again 65 캠페인’의 모금액은 올해 9월 문을 여는 정릉 메디사이언스파크에 투입된다. 김 의무부총장은 모금액의 구체적인 사용처를 소개하며 크게 연구·교육·기반 세 분야를 나눴다.

우선 연구와 관련해선 팬데믹 사태 대응을 위한 백신과 치료제 개발을 지원할 예정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신약 개발을 위한 ‘전 주기 지원 시스템’을 구축한다. 최근 범의학계가 뛰어들고 있는 인공지능(AI)·빅데이터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연구개발도 이뤄진다.

교육과 관련해선 국제적인 경쟁력을 가진 감염역학 전문가를 양성할 계획이다. 감염병 사태 중 불거진 전문인력 부족에 대안을 제시하고 차세대 바이오인재를 육성하는 데도 힘을 보탤 방침이다.

각 분야 발전을 위해 바탕이 되는 의료 연구개발(R&D) 기반도 메디사이언스파크에 형성된다. 차세대 백신 플랫폼을 만들고 감염병 위기 대응 인프라 구축을 모색한다. 중장기적으로는 K-바이오를 이끌 참신한 스타트업의 요람이 된다. 

김 의무부총장은 “최우선의 과제가 감염병 연구가 될 것”이라며 “바이러스가 우글거리는 실험을 해도 안전한 환경에서 연구를 진행할 수 있는 실험실을 만들고자 한다. 감염병 대응을 위한 각종 연구가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다양한 시설을 구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길게는 신약 개발과 인재양성에 대한 투자에 중점을 둘 것이라고 강조했다”

◆벌써부터 기부 이어져···“선진의료로 보답할 것”

사실 고려대의료원의 발전은 많은 교우들의 기부활동이 근간이 됐다. 대표적으로 해연의학도서관은 많은 기부와 김해란 교우의 고액기부로 만들어졌고 이렇게 김 의무부총장 재임 기간 동안 모인 기부금액만 200억 원을 넘어섰다. 이번 모금 캠페인도 아직 본격적인 홍보가 시작되지 않았음에도 KU-Medicine 발전위원회 문규영 공동발전위원장의 고액기부를 시작으로 김숙희, 남명화 교우의 기부 등 많은 응원과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김 의무부총장은 “고려대 가족 외에도 많은 국민들께서 보내주시는 성원에 고려대의료원은 선진의료로 반드시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의료원 구성원들에게도 “‘의료’의 역할이 확대되면서 의료원의 어깨에 걸린 책임감도 막중해지고 있지만, 기본을 잊지 않는다면 충분히 잘 해낼 수 있다”며 “앞으로도 국민들에게 신뢰받는 의료인으로서, 우리나라 의료를 이끌어 나가는 구심점으로서 힘써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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