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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종 시작도 안했는데"··· 동네병원에 '노쇼 백신' 문의 쇄도
"접종 시작도 안했는데"··· 동네병원에 '노쇼 백신' 문의 쇄도
  • 김광주 기자
  • 승인 2021.05.19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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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65~74세 접종 시작으로 동네병원서도 접종 본격화
벌써 하루 30통씩 문의전화···질병청, 앱 이용해 관리키로
사진뉴스1
<사진=뉴스1>

“벌써부터 하루에 문의전화가 20~30통씩 걸려와서 정상적인 업무를 보기가 어려운 지경입니다.”  

오는 27일부터 실시될 만 65~74세 이하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한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앞두고 일선 의료기관에 벌써부터 '노쇼 백신'(예약한 접종자가 나타나지 않아 폐기될 상황에 놓인 백신)을 접종할 수 있냐는 문의가 쇄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차 의료기관의 경우 지금까지는 '시범사업'을 통해 일부 위탁의료기관에서만 접종이 이뤄졌지만 오는 27일부터 접종을 실시하는 의료기관이 대폭 늘어날 예정이다.

즉, 이달 초까지만 해도 조기 접종을 위한 위탁의료기관의 수는 2000여 곳 수준이었지만 오는 27일부터는 1만4000여 곳으로 크게 늘어난다. 이에 맞춰 노쇼 백신을 문의하는 이들도 덩달아 늘어났다는 분석이다. 

서울 은평구에서 내과의원을 운영하는 A 원장은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위한 위탁의료기관으로 지정돼 지난달 19일부터 항공사 승무원 등을 대상으로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실시해왔는데, 최근 들어 '노쇼' 백신을 접종할 수 있냐는 문의가 부쩍 늘었다고 했다. 

A 원장은 특히 “보건소나 질병청에서 노쇼 백신 대기자 관리에 대한 명확한 지침이 없이 해당 의료기관이 알아서 진행하라는 식”이라며 보건소와 당국이 노쇼에 대한 부담을 일선 의료기관에 떠넘기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환자들은 보건소 등에 노쇼 문의를 한 뒤 “(보건소에서는) ‘가능하다고 하는데 왜 안해주냐”며 따져묻기도 한다고 했다. 

노쇼 백신과 관련한 보건당국의 지침이 없다 보니 일선 의료기관에선 자체적으로 지침을 정해 '교통정리'를 해나가고 있다. 

역시 위탁의료기관으로 선정돼 지난 달부터 백신 접종을 실시해온 용산구 소재 내과의원의 B 원장은 “병원에서 10분 이내 도착할 수 있는 분들에게만 (노쇼 백신에 대한) 연락을 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일선 의원들은 노쇼 문의를 하는 이들 중에는 여러 의료기관에 ‘문어발식’으로 대기자 등록을 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말한다. 보통 직장과 집 근처에 각각 대기자 이름을 올려놓고 수시로 접종 순번을 묻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용산구에서 가정의학과 의원을 운영하는 C 원장은 오는 27일부터 백신 접종을 처음 시작하지만 벌써부터 노쇼 문의에 시달리고 있다. C 원장은 “아직 우리 병원은 접종 의료기관이 아님에도 ‘가까운데 사니까 우선 대상으로 고려해달라’는 문의를 받는다”며 “주변 원장님들로부터는 여러 군데에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사례를 자주 듣는다”고 말했다. C원장은 “이러다 노쇼 백신의 노쇼(노쇼 백신을 예약해놓고 안 나타나는 경우)가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노쇼 백신에 대한 문의가 쇄도하고 있지만 정작 '노쇼'가 일어나는 경우는 생각보다 많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B원장은 “하루에 많아야 4건, 평균 1~2건 정도 노쇼 백신이 발생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없는 셈이다. 

보건당국은 본격적인 접종이 시작되는 오는 27일에 맞춰 앞으로 노쇼 백신을 휴대폰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그 전까지 현장에서 겪고 있는 혼란에 대해선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본지는 지난 17일 질병관리청 정례 브리핑에서 ‘노쇼 백신 관련 문의 전화가 1차 의료기관에 쇄도하는데, 접종 예약 어플리케이션이 출시하는 27일 전까지 이러한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안내나 홍보 등 계획이 있는지’를 질의했다. 

이에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위탁의료기관에 부담이 많이 가는 부분이어서 저희도 신속하게 개선해야 된다고 생각한다”며 “그 이전까지는 좀 더 백신을 기다리시는 분들께는 의료기관의 부담을 줄여줄 수 있게끔 협조해주시기를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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