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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소청과··· 지난해 103곳 문 열때 154곳 문 닫았다
벼랑 끝 소청과··· 지난해 103곳 문 열때 154곳 문 닫았다
  • 박승민 기자
  • 승인 2021.05.15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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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청과·가정의학과 등 일부 의원 개업보다 폐업이 많아
임현택 회장 "8~9월 대부분 소청과 폐업 수순 밟을 것"
<사진=뉴스1>

코로나19가 장기화로 지난해 의원급 의료기관의 폐업률이 크게 증가한 가운데, 특히 일부 전공의 경우 새로 개업한 의원 수보다 폐업한 수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의원급 의료기관 전공별 개·폐업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총 1773 개 의원이 새로 개업하고 1149개 의원은 폐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영상의학과, 가정의학과의 경우 폐업한 의원 수가 개원한 의원 수보다 더 많았다.

특히, 소아청소년과의 경우 지난해 103개 의원이 개원했지만 154개 의원이 문을 닫아 가장 높은 폐업률을 나타냈다. 올해 들어서도 지난 3월까지 32곳의 소아청소년과 의원이 개업한 데 비해 41곳은 문을 닫았다.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새로 개업한 의원에 비해 폐업한 의원이 많은 전공은 소아청소년과와 가정의학과뿐이다.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은 소청과가 특히 타격을 입은 이유로 원가보다 낮은 건강보험 수가와 저출산에 대한 정부의 지원대책 부족을 꼽았다.

임 회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진료비 감소분을 보면 소아과는 마이너스 55%가 나왔다. 지금 병원을 열어놓고 있는 것 자체가 신기한 것”이라며 “지금 병원을 열어 놓은 곳들도 버틸 만해서가 아니라 계약기간이 남는 등 어쩔 수 없는 사정으로 인해 열어놓고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임 회장은 “코로나 전에도 22개 임상과 중에 소아청소년과가 압도적 꼴찌였다. 코로나 이후로 이비인후과의 진료비감소분이 마이너스 22%라고 하는데 지금 소청과는 이보다 2배”라며 “8~9월 중에 아마 대부분의 소아청소년과가 폐업 수순을 밟으면서 소아청소년과 자체가 자연 '폐과'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 회장은 이같은 소청과 병원 경영의 어려움에는 정부의 책임이 크다고 강조했다. 소청과가 몇 년 전부터 근거 자료를 바탕으로 정부에 저출산 대책을 세우고 정책 가산을 줄 것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임 회장은 “소청과는 비급여도 없어 정부가 '사장'이다. 사장이 돈을 안주면 직원이 어떻게 직장을 다니겠냐”며 결국 난치병 등을 앓는 아이들을 치료할 곳이 사라지면 “정부와 정치권이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의료계에서도 소청과처럼 경영난이 심각한 전공에 대해선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한다. 

개원가를 대표해 의협 수가협상단장을 맡은 김동석 대한개원의협의회 회장은 14일 건강보험공단과의 첫 번째 수가협상에서 “소아청소년과, 이비인후과 등 일부 전공에 대해 정부의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며 “특히 소청과의 경우 수입이 55% 감소했는데, 이는 생존의 문제”라고 공단측에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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