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전공의 여러분의 ‘보디가드’가 되어드리겠습니다"
[기고] "전공의 여러분의 ‘보디가드’가 되어드리겠습니다"
  • 정원상 한림대 동탄성심병원 입원전담의(전 대전협 복지이사)
  • 승인 2021.05.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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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협에서 전국 '민원' 해결, 내과 전문의되고도 민원해결 자처
전공의법 시행후에도 인권 사각지대 상존···"대전협에 연락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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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전공의법’의 정식명칭은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으로, 지난 2015년 3월 김용익 의원이 발의했습니다. 같은 해 12월 2일 국회에서 가결, 1년 뒤인 2016년 12월부터 발효되었고, 1년 간의 시범기간을 거쳐 지난 2017년 12월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되었습니다. 

2017년 당시 저는 인턴을 하면서 대한전공의협의회 복지국에 처음 들어와 전국 전공의 선생님들의 민원을 해결하는 일을 맡았습니다. 아직 전공의법이 정식으로 시행되기 전인 시범기간이어서 전국적으로 많은 민원이 들어왔습니다.

당시만 해도 주당 80시간 근무가 제대로 지켜지는 곳이 드물었고, 전공의법이 정식으로 시행되기 전까지 연속 100일 당직을 고수하자고 얘기하는 의국도 있었습니다. 당직표를 짜는 문제부터 온콜 당직까지 무수한 이벤트들이 있었고, 그런 민원 하나하나를 해결하는 데서 전 큰 보람을 얻었습니다. 당시의 좋은 기억 때문인지 내과 전문의가 된 지금도 ‘민원 봉사가 나의 천직이다’라고 생각하며 전공의 민원 업무를 돕고 있습니다.

전공의법이 본격 시행된 지 만 3년이 지난 지금, 이제는 현장에서 어느 정도 정착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선 여전히 민원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 중 3건의 민원 사례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2021년이 되었는데도 여전히 전공의 선생님들의 인권이 보호받지 못하는 병원이 있다는 것을 알리고, 재발을 막기 위해서입니다.

부산에 위치한 A병원과 B병원의 정형외과 의국, 경기도 소재 C병원의 정형외과 의국, 모두 정형외과 의국이라는 공통점을 갖습니다.

A병원 정형외과 의국은 1년차에게 1000만원에 가까운 입국비를 받고 있는가 하면, 1주일에 6~8시간 정도의 ‘오프(off)’만 주면서 연속 당직을 시켰습니다. 하루 80개의 드레싱을 시켜놓고 시간별로 몇 개나 해결했는지 감시하고, 모두 해결하지 못하면 상급 연차가 인격모독을 퍼부었다고 합니다. 견디다 못한 한 전공의가 며칠간 무단결근을 하고 돌아왔더니 벌칙으로 더 많은 업무를 주면서 ‘네가 나가야 가을턴을 미리 뽑아서 일을 시킬 수 있으니 차라리 빨리 나가라’는 말도 했다고 합니다. 결국 해당 전공의는 대전협에 도움을 구했습니다.

이에 대전협은 수련환경평가위원회(이하 수평위)에 단체민원(익명으로 대전협이 대신 수평위에 접수해 주는 것)을 제기했습니다. 하지만 이를 알게 된 해당 병원 정형외과 의국에서는 ‘이 바닥 좁다. 너 평생 어디 가서도 다시 정형외과 전공의 못한다, 얼마 전 도망갔던 것으로 징계위를 열겠다’며 도리어 해당 전공의를 더욱 압박하였습니다. 급기야 해당 전공의는 극도의 불안과 우울 증세에 시달리며 정신과 진료까지 받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저희 쪽에서도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해당 전공의와 대전협 자문변호사님 간의 직접 면담을 주선했고, ‘수평위 조사가 끝난 뒤엔 반드시 이동수련을 받을 수 있도록 돕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용기를 얻은 해당 전공의는 다시 의국에 복귀하기로 했습니다. 연속 당직과 드레싱 몰빵 같은 부당한 지시 문제도 해결될 것으로 보였습니다.

하지만 병원에 복귀하기로 한 다음날, 이 전공의는 돌연 사표를 제출했습니다. 그 병원에서 수련교육부장을 겸임하고 있던 정형외과 과장과 재면담한 직후였습니다. 면담에서 어떤 얘기가 오갔는지는 함구한 채, 해당 전공의는 정형외과 전문의가 되고자 했던 꿈을 버리고 다른 길을 찾겠다고 했습니다. 수평위에 제출할 최종 증거자료들도 제출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여기까지 도와줘서 정말 고맙다’는 말을 남긴 채 떠났습니다. ‘내년엔 정형외과가 아닌 저와 같은 내과를 지원하는 것을 고려하겠다’고 한 것이 마지막 멘트였습니다.

저는 사표를 내고 나갈 수밖에 없었던, 그런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던 해당 전공의의 마음을 이해합니다. 고향에 위치한 병원이었고, 지역에서 안 좋게 소문이 나면 정말 아무데도 발붙일 수 없는 상황에 몰릴 수도 있다는 공포를 느꼈을 것 같습니다. 자신이 매우 약하고 작게 느껴졌을 것입니다. 공감합니다.

결국 그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해당 전공의의 사표를 받아냈고, 9월부터 일할 가을턴 전공의를 미리 뽑아 우선 일반의로 일을 시킬 것입니다. 1000만원의 입국비도 다시 받겠지요. 그들에겐 이미 끝난 일입니다. 강자가 약자를 짓밟는 것이 당연하다는 듯, 그 병원은 약육강식의 논리를 스스로 증명하며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굴러갈 것입니다. 해당 전공의가 증거자료 제출을 포기하며 수평위 접수도 취소해달라고 했기 때문에 공식적인 기구를 통해 시시비비를 가려볼 기회조차 사라져 버렸습니다. 하지만 저는 대전협 복지국 소속 선생님들과 해당 병원을 상대로 어떻게 정의를 구현할 것인지, 제3의 피해자가 나오는 것을 어떻게 예방할 것인지 계속 논의해나가고 있습니다.

그 전공의는 정형외과에 지원하기 위해 열심히 인턴 생활을 했습니다. 전공의 시험성적도 46점이나 받았고, 내신 성적도 훌륭합니다. 부디 그가 인생을 살면서 누구나 겪기 마련인 큰 시련 앞에서 길을 헤매고 괴로워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역시 부산에 위치한 B병원 정형외과 의국에서는 상위 연차들에 의한 집단 괴롭힘과 욕설에 시달린 전공의가 민원을 제기했습니다. 경기도 소재 C병원 정형외과 의국에서는 교수가 전공의를 발로 차고 주먹으로 어깨를 치는 등의 폭행을 가해 대전협에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이 민원들 역시 수평위에 접수해 처리 중입니다. 이들이 끝까지 용기를 잃지 않고 싸울 수 있도록 옆에서 도울 것입니다.

저는 영화도 ‘블루엔딩’인 영화는 보지 않습니다. 오직 ‘해피엔딩’인 영화만 찾아서 봅니다. 전국의 모든 전공의가 해피엔딩을 맞이할 수 있도록, 그들 곁에서 조용히 돕는 일을 쉬지 않고 계속하고자 합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불철주야 당직 근무 중일 전국의 전공의 선생님들께 말씀드립니다. 수련환경에서 어떤 어려움이 생긴다면 곧바로 대전협에 연락을 주십시오. 여러분의 든든한 보디가드가 되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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