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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손보험청구 간소화는 과연 소비자를 위한 제도인가
실손보험청구 간소화는 과연 소비자를 위한 제도인가
  • 박승민 기자
  • 승인 2021.05.11 00:1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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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김병욱 의원 등 여야 의원 4명 주최로 입법공청회 개최
소비자가 누려야 할 권리 vs 보험료 인상·개인정보 유출 우려
실손의료보험 청구 전산화 입법 공청회 <사진=김병욱 의원 유튜브 캡쳐>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놓고 의료계와 보험업계가 또다시 격돌했다.

앞서 그 어느 때보다 통과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됐던 지난 20대 국회에서도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위한 보험업법 개정안은 결국 국회 임기종료와 함께 폐기됐다. 하지만 이번 국회 들어 벌써 4명의 의원들이 관련 법안을 발의한 데 이어, 이 달 들어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까지 가세했다. 법안을 발의한 의원들의 소속도 여와 야를 가리지 않는다.   

10일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법’을 발의한 더불어민주당 김병욱·전재수 의원, 국민의힘 성일종·윤창현 의원 등 4명의 여야 의원들이 전문가 입장을 듣기 위해 '실손의료보험 청구 전산화 입법 공청회'를 개최했다.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 아니냐'는 평가도 있지만 이날 공청회에선 고객의 실손보험 청구를 의료기관이 대행해주는 것이 마치 시대의 흐름인 양 주장하는 보험업계측의 대세론에 맞서 의료계가 관련법 개정이 '진정 소비자를 위한 것인가'하는 근본적인 물음을 제기하며 팽팽히 맞섰다. 

◆실손보험금 미청구 사유, 약 91%가 '소액이어서' 

이날 공청회에서 발표자로 나선 나종연 서울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비자 관점에서 본 실손의료보험 청구 전산화’ 라는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나 교수는 복잡합 청구 절차의 문제점을 중점적으로 지적했다.

나 교수는 이날 지난 2018년 실시된 보험소비자 설문조사 결과와 같은 해 이뤄진 금융위원회와 보건복지부 주관 한국갤럽 설문조사 결과를 언급했다. 그러면서 “청구 전산화를 통해 손쉽게 청구할 수 있는 방법이 보편화되고 확산되어서 소비자의 시간, 노력 비용을 줄여줄 필요가 있음이 실증적으로 확인됐다”며 “소비자는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를 포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18년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실손의료보험 가입자 가운데 실손의료보험을 청구했다는 응답자는 통원 32.1%, 입원 57.2%에 불과했다.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은 가장 큰 이유로는 ‘금액이 소액이어서’ 라는 응답이 90.6%로 가장 많았다. 

금융위와 복지부 주관 설문에서도 미청구 경험률이 47.5%에 달했다. 그 이유에 대해선 역시 '금액이 너무 적어서'가 73.3%로 가장 많았고, '병원을 방문하는 것이 귀찮고 시간이 없어서'(44.0%), '증빙서류를 보내는 것이 귀찮아서'(30.7%) 순으로 나타났다.

나 교수는 이 외에도 디지털 트렌스포메이션의 가속화, 탄소 중립을 위한 종이없는 서비스 확대 등을 이유로 들며 실손보험 청구화 전산화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의료계측 발표자로 나온 서인석 대한병원협회 보험이사는 주제발표에서 의료기관이 실손보험 서류 전송의 '주체'가 되는 것의 부당성을 주장했다.

서 이사는 “이미 의료계는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청구 간소화를 위해 의료기관이 환자에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며 “이번 개정안은 보험계약자로서 보험사가 해야 하는 청구자료 수집, 심사, 지급 의무와 계약자의 불편에 따른 청구절차의 개선 의무를 의료기관에 전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의료계측에서는 무엇보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이 과연 소비자를 위한 것인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서 이사는 “실손보험을 전산화하면 환자들이 소액까지 청구하게 되면서 보험사의 '낙전' 수입이 감소하고, 이는 손해율 증가와 보험료 인상으로 연계될 것”이라며 “또한 소액 청구 등에 대한 진료내역이 축적되면 (향후 고객이) 보험을 갱신하거나 타보험사로 이동할 경우 고객의 권리가 침해될 수 있다”고 말했다.

◆패널토론서도 '찬반' 팽팽히 맞서

주제 발표 이후 이뤄진 패널토론에서도 찬성과 반대 입장이 팽팽하게 대립했다.

윤영미 녹색소비자연대 대표는 이날 토론에서 “녹색소비자연대 등 3개 소비자단체가 진행한 실손의료보험 보험금 청구 관련 인식 조사에서 보험금 청구시 전산 청구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78.6%에 달했다”며 “또한 본인 동의시 진료받은 병원에서 보험사로 증빙서류를 전송하는 방식에 대해 85.8%가 동의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윤 대표는 “대다수 실손의료보험 가입자들이 보험금 청구와 관련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드러난 만큼, 더 이상의 논란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또 박기준 손해보험협회 장기보험부장은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우려와 관련해 “보안 노하우가 갖춰진 정부 공공기관인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전송 업무를) 담당하면 정보보안이 강화될 것”이라 말했다. 

이에 맞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에 반대 입장을 피력한 김준현 건강점책참여연구소 대표는 “보험금 지급 청구 전송에 필요한 별도의 전산시스템 구축없이 의료기관과 공조직의 전산망을 활용하게 되면 '보험사'가 관련 비용 절감 등의 이득을 취할 수 있고, 민감한 환자 정보는 전산망을 통해 손쉽게 실손보험사로 제공돼 집적될 여지가 있다”며 “과연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가 전적으로 보험가입자의 이득을 전제로 한 제도개선 방향이라 볼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현재 실손보험 가입자들이 보험금 청구를 포기하는 가장 큰 이유가 ‘금액이 소액이기 때문’이란 점을 지적했다. 그는 “보험금 청구 간소화와 보험료 미청구와는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음에도 보험금 청구 포기를 방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이유는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또 이준석 변호사(법무법인 지우)는 “서류가 번거로워서 (소액 보험금 청구를) 안 하기도 하지만 향후 보험계약 갱신시 보험료 할증을 우려해 안하는 경우도 굉장히 많을 것”이라며 “소비자 편익 증진을 이야기하는 것은 보험회사가 본인들의 입장을 정당화 하기 위한 논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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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성 2023-02-03 14:13:12
지금도 실비 청구하면 진료 기록은 병원가서 다 때서 줘야하는데 그것을 내가 하지않고 보험사가 병원에 요청시 내가 청구한 진료 내용만 제출하게 하면됨
여러가지 질환으로 진료중이라면 청구한것외
진료기록은 제출도 열람도 보지도 못하게 안전장치를 두면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