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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이상(異常)답변 내놓고 '어물쩍' 넘어가는 질병청
[기자수첩] 이상(異常)답변 내놓고 '어물쩍' 넘어가는 질병청
  • 김광주 기자
  • 승인 2021.05.07 10: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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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의사 사망건 기자 질의에 엉뚱한 사례 설명
공식해명은 않고 개별 질의에만 답변 오류 인정

최근 울산에서 아스트라제네카(AZ)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사망한 의사 이복근씨(60)의 사망 소식은 우선접종 대상으로 선정돼 솔선수범 백신 접종에 나선 의료인의 사망이라는 점에서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했다. 언론 입장에서도 해당 사망 사건에 대한 관심이 클 수밖에 없었고, 6일 질병관리청 브리핑에서는 이씨의 사망원인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이날 답변에 나선 질병청의 이상반응조사지원팀장은 “1차 부검결과가 나왔다”고 밝히고, 사망자가 평소 고혈압약을 복용하고 있었고 지난 2015년도에는 뇌경색으로 인해 좌측 편마비가 온 적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는 경남 함안에서 백신 접종을 받고 사망한 50대 한의사의 사례였다. 질문한 기자는 분명히 ‘울산에서 백신 접종 후 사망한 의료진 사례’를 물었고, 심지어 이를 재차 확인하는 추가 질문도 있었지만 해당 팀장은 계속해서 한의사 사망 사례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다. 

답변 자체엔 접종시점 정도를 제외하면 이를 울산의 의사 이씨가 아니라고 의심할 만한 내용이 없었기 때문에 다수의 기자들은 이를 이씨의 사례로 받아들였다. 일부는 이같이 잘못된 정보를 바탕으로 기사를 내보내기도 했다. 본의 아니게 오보가 되어버린 셈이다. 물론 백신 이상반응과 관련해 하루에도 엄청난 정보가 쏟아져 나오다 보니 담당자조차 순간적으로 내용을 헷갈리는 실수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공식적인 '정정'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 

뒤늦게라도 실수를 인지했다면 스스로 이를 바로잡는 것이 '순리(順理)'다. 하지만 질병청의 대응은 순리를 따르는 대신, 눈을 감아버리는 쪽을 택한 듯하다. 

사실 확인을 위해 질병청에 문의하자 질병청 관계자는 '한의사 사망 사례를 설명한 것이 맞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내왔다. 그러면서 울산에서 접종 후 사망한 의사의 사례는 조사 후 정리해서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이미 다른 기자들로부터 관련 문의가 있었는지 준비된 답변이었다. 공식적으로 잘못된 정보를 바로잡는 대신, 발언 내용이 잘못됐다고 생각한 일부 기자들의 문의에만 그때그때 해명한 것이다. 

이번 울산 의사 사망은 백신 접종 필수 인력으로서 솔선수범해 백신 접종에 나섰던 의료인이 불의의 사고를 겪게 된 안타까운 사고다. 보건당국이 당장 정확한 사인을 밝혀낼 수는 없더라도 최소한 정확한 정보는 전달하는 것이 고인과 유족에 대한 예의다. 실수는 용서할 수 있지만 실수가 드러날까 어물쩍 넘어가려는 행태는 결코 용납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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