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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4개단체 "공과(功過) 평가없이 '비급여'에 비난 화살 돌리나"
의료 4개단체 "공과(功過) 평가없이 '비급여'에 비난 화살 돌리나"
  • 홍미현 기자
  • 승인 2021.05.04 13: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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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비급여 신고의무화 강행에 재고 촉구 기자회견 개최
"고질적 저수가 놔둔채 급히 추진하면 '의료붕괴' 야기할 것"
법 개정시 국민불안·행정부담 논의 없이 졸속 추진도 지적
(좌측부터) 홍주의 대한한의사협회장, 정영호 대한병원협회장,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장, 이상훈 대한치과의사협회장이 비급여 진료비용 신고 의무화 정책추진 재고 촉구 기자회견을 통해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의료 4개 단체가 정부의 '비급여 진료비용 신고 의무화'에 반대하며 정책 추진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대한의사협회와 대한병원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한의사협회는 4일 서울 용산구 전자랜드에서 '비급여 진료비용 신고 의무화 정책 추진 재고 촉구를 위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이 밝혔다.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장은 "정부 방침대로 비급여 진료비 공개 정책이 추진되면 일선 진료 현장의 혼란이 야기된다. 특히 1~2명의 직원을 둔 의원급의 경우 행정부담이 가중될 것이 자명하다"며 "이 제도는 관련 단체와 충분히 논의 후 합리적인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작년말 관련법 개정에 따라 올해부터 모든 의료기관은 비급여 진료비용 항목과 금액, 진료내역 등을 의무적으로 보고하고 정부는 이를 공개하도록 했다. 특히 작년까지 병원급에 한정됐던 공개 대상이 올해부터 의원급을 포함한 6만5464곳으로 확대됐고, 공개 대상 항목도 지난해 564개에서 올해 616개로 늘어났다. 자료를 제출하지 않거나 거짓으로 보고한 의료기관은 최대 2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게 된다. 

정부는 국민들의 의료비 부담을 낮추기 위해선 현재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를 모두 급여화해야 하는 것처럼 주장하지만, 의료계는 '공과(功過)'가 모두 있는 비급여 진료를 이분법적으로 재단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한다.   

이날 의료 4개 단체들은 “비급여 진료비에 대해 일정한 공과가 있음에도 제대로 된 평가도 없이 도덕적 비난의 화살을 돌리는 것은 부당하다”며 “특히 비급여에 의존하지 않고는 의료기관 운영이 불가능한 고질적인 저수가 구조는 그대로 둔 채, 성급하게 비급여 진료비용 신고 의무화만을 추진하면 이는 ‘의료 붕괴’라는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비급여 진료비는 자유시장경제 체계 하에서 의료비 급증을 억제하는 기제로도 일부 작용하고 있다”면서 “관련 법령 개정 과정에서 국민이 가지게 될 불안과 의료기관의 과도한 행정부담 등 심각한 문제점에 대해 제대로 된 논의조차 없이 졸속으로 추진됐다”고 말했다. 

의료 단체들은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 추진에 우려를 보이면서 합리적으로 제도가 시행될 수 있도록 함께 논의해 나가야 한다고 정부에 제안했다. 

정영호 대한병원협회장은 "비급여가 가지고 있는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이 있는데, 우리는 비급여의 어두운 면을 지키겠다는 것이 아니라 '밝은 면도 사라지지 않을까' 걱정하는 것"이라며 "비급여에 기대서 운영하는 의료기관이 적지 않은데, 이에 대한 보완책 없이 일괄적으로 비급여 비용을 공개하게 되면 비급여가 가진 여러 효과 중 부정적인 효과만 나타나 의료의 질을 저하시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주의 대한한의사협회장은 "비급여 비용 공개는 이미 '환자의 알 권리' 차원에서 원가 고지를 통해 투명하게 공지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환자가 진료 전에 내용을 인지하고 진료에 임한다"며 "하지만 이를 넘어 모든 비급여 행위를 보고하라는 것은 행정편의적 발상으로, 의료인을 단순히 '데이터 수집하는 행정요원'으로 전락시키는 것으로밖에 생각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상훈 대한치과의사협회장은 "(의료서비스의) 가격을 정해 의료를 상품화게 되면 과잉진료와 부실진료의 폐해를 불러올 수 있어 (비급여 비용 공개는) 국민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며 "심평원에서 비급여를 가격 순으로 게시하면 '의료 쇼핑'이 일어나고 결국 '의료 영리화'로 가는 전초전이 될 수 있다"면서 "의료인의 편의만을 위해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의료는 절대 상품화가 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필수 의협 회장은 "정부와 4개 단체 간에 비급여 진료비 공개 회의가 진행되고 있는데, 정부와 의료계 간의 의견 차이가 많을 뿐만 아니라 정부안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4개 단체가 실무협의체를 구성했고 어디까지 받아들일지는 향후 논의해 진행할 것이다. 4개 단체는 합리적인 방안이 도출될 수 있도록 한목소리로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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