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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회용 주사기 재사용해 집단감염, 해당 의료진에 집행유예 확정
일회용 주사기 재사용해 집단감염, 해당 의료진에 집행유예 확정
  • 홍미현 기자
  • 승인 2021.04.29 12: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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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원환자 77명 C형간염 감염,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기소
2심서 합의 등으로 감형··· 대법 “법리 오해 없다" 원심 확정

일회용 주사기 등을 재사용해 병원에 내원한 환자 수십명을 C형 간염에 걸리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의사들에게 금고형의 집행유예가 확정됐다.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업무상과실치상 혐의 등으로 기소된 C의원(과거 JS의원) 의사 A씨와 B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A씨에게 금고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 B씨에게 금고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9일 밝혔다.

앞서 지난 2016년 질병관리본부(현 질병관리청)는 서울시·동작구보건소 등과 함께 2011~2012년 C의원 전체 내원자 1만445명 중 7303명에 대해 C형 간염 검사를 비롯한 역학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내원자 중 항체 양성자(과거 C형 간염에 걸렸거나 현재 걸렸음을 알 수 있는 지표)는 335명으로, 항체 양성률은 4.6%로 나타났다. 이는 일반 인구집단의 항체 양성률인 0.6%보다 약 7배 높은 수치였다. 

당시 질병관리본부는 환자의 혈액을 채취해 원심분리한 뒤 다시 주사하는 PRP자가혈시술, 하이알린 주사, 신경차단술 주사 등이 C형 간염과 통계적으로 연관성이 있다고 발표했다.

경찰 조사 결과에서는 C의원이 동일한 생리식염수 수액백에 미리 주사액을 만들어 놓고 여러 환자들에게 반복해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일회용 주사기를 여러 번 사용한 정황도 드러났다. 결국 A씨와 B씨는 내원자 77명에게 C형 간염을 걸리게 한 혐의(업무상과실치상)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 과정에서 A씨 등은 “업무상 과실이 있다고 하더라도 피해자들이 감염된 C형 간염은 생리식염수를 사용해 주사액을 만드는 신경차단술 등과 연관성이 없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그러나 1심은 C형 간염에 감염된 내원자의 염기서열을 분석한 결과 99.9% 일치하는 점이나 C형 간염 바이러스의 주요 감염원이 혈액이나 기구인 점, 병원 관계자 등이 오염된 주사액을 다른 환자들에게 다시 사용했다고 진술한 점 등을 근거로 A씨 등의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의료인의 직업윤리와 전문성을 신뢰한 환자들의 신뢰를 배반한 채 업무상 주의의무를 소홀히 했을 뿐 아니라 실제로 다수의 피해자들이 C형 간염에 감염되는 중대한 결과가 발생했다”며 “피고인들의 범행으로 C형 간염에 감염된 피해자들이 상당 기간에 걸쳐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겪어온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고인들은 범행을 부인하며 ‘피해자들의 집단 감염은 자신들의 진료행위와 무관하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피해 회복을 위한 어떤 노력도 하지 않았다”고 밝히고, A씨에게는 금고 2년 6개월의 실형을, B씨에게는 금고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했다. B씨의 경우 근무 기간이 3개월 정도에 불과할 뿐만 아니라 A씨의 시술을 보조하는 등 범행 정도가 가벼운 점을 참작했다. 

2심은 역시 A씨와 B씨의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A씨가 항소심 과정에서 77명의 피해자 중 39명과 합의했고, 이들이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한 점, 피해자들에게 치료비와 위자료 명목으로 각 200만~300만원을 공탁해 피해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한 점 등을 감안해 A씨에 대한 형량을 금고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으로 감형했다.

대법원은 “관련 법리와 증거에 비춰보면 업무상과실치상죄에서의 상당인과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필요한 판단을 누락한 잘못이 없다”며 A씨 등의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을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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