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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릭·개량신약 난립방지법 심의 앞둔 제약업계··· '폭풍전야'
제네릭·개량신약 난립방지법 심의 앞둔 제약업계··· '폭풍전야'
  • 배준열 기자
  • 승인 2021.04.28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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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복지위 법안소위 상정, 제네릭 규제엔 대체로 수긍
개량신약 규제엔 대형사(찬성) vs 중소사(반대) 입장 갈려

그동안 중소제약사의 반대 등으로 인해 논의가 진척되지 못했던 제네릭 의약품과 개량신약과 관련한 소위 '1+3 제한법'이 마침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소위의 심사를 받게 됐다. 해당 법안이 통과될 경우 그동안 제네릭에 치중해 온 국내 제약산업 전반을 흔들 수 있는 사안인 만큼, 제약업계에서는 국회 통과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제네릭·개량신약 난립방지 목적, 서영석·서정숙 대표발의 

앞서 지난해 9월 더불어민주당 서영석 의원은 이미 생물학적 동등성을 입증한 품목과 동일한 제조방법으로 위탁제조하고, 그 품목의 생동성 시험자료를 이용해 허가 신청이 가능한 품목을 3개 이내로 제한하도록 규정하는 ‘약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소위 제네릭 공동생동 ‘1+3 제한법안’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의약품을 제조·판매·수입하는 경우 품목별로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의 허가를 받거나 신고만 하면 된다. 직접 만들거나 품질관리를 하지 않아도 되고 제네릭 개발에 필요한 생동과 개발 후 생산을 다른 제약사(수탁사)에 맡길 수도 있으며 수탁 건수에도 제한이 없다. 이러한 ‘묻지마 허가’로 인해 한 성분당 제네릭 수가 최대 138개가 되고, 한 성분당 평균 제네릭 수도 80개에 달하는 상황이다. 심지어 국내 허가 위탁제조 제네릭 중 절반가량은 생산 실적도 없을 정도이다.

이렇게 동일 성분의 약으로 국내 제약사 간 경쟁이 과열되면서 불법 리베이트와 의약품 품질 저하를 불러오고, 나아가 국내 제약 기업의 연구개발 역량까지 저하시킨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에 서 의원은 “위탁제조에 따른 유통 문란과 제품 개발 능력 약화 문제를 해소하고 제약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것”이라고 법률개정 추진 이유를 설명했다.

제네릭 공동생동 ‘1+3 제한법안’이 발의된 지 두 달 후엔 국민의힘 서정숙 의원이 제네릭뿐만 아니라 자료제출의약품(개량신약)의 임상시험자료 사용 횟수 역시 3회로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약사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른 바 임상자료 공동사용 ‘1+3 제한법안’이다. 

개량신약은 이미 허가된 의약품에 효능·효과, 용법·용량 등을 개량한 의약품으로, 신약 개발보다 간소화된 허가절차를 적용받는다. 막대한 개발비용이 드는 신약에 비해 R&D(연구개발) 비용이나 개발기간이 짧기 때문에 해외 ‘빅파마’들처럼 신약을 당장 개발할 여력이 부족한 국내에선 대형제약사를 중심으로 이와 같은 개량신약 개발이 활발히 이뤄져 왔다. 정부도 제네릭과 신약개발의 중간단계로 인식되는 개량신약을 육성·지원하기 위해 제네릭과 차등을 둔 약가정책을 펼쳐왔다. 

하지만 이 역시 제약산업 발전보다는 무분별한 업체의 난립을 유도한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서정숙 의원은 법안을 발의하게 된 데 대해 “제약산업 육성 목표인 ‘신약 개발 역량’을 보유한 우수한 제약사보다는 허여(許與)받은 임상자료로 복제약 제조·판매에 치중하는, 개발 능력이 없는 제약사가 난립하는 등 국내 바이오제약산업의 불균형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두 법안은 결국 28일 국회 보건복지위 법안심사소위에 상정돼 병합심사를 받게 됐다. 

◆개량신약 규제엔 '유보'적이던 식약처, 입장 선회했나 

애초 식약처는 서영석 의원이 대표발의한 제네릭 제한법에 대해서는 찬성 입장을 밝혀 왔다. 심각한 제네릭 난립 문제를 해소하고 국내 제약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입법취지에 공감의 뜻을 나타낸 것이다. 

이에 반해 식약처는 서정숙 의원의 개량신약 임상자료 제한법 도입에는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제네릭과 달리 임상시험에 막대한 비용이 소요될 수 있는데, 임상자료 공동 사용 품목 수를 4개로 제한해 버리면 의약품 개발 의지를 저하시킬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같은 식약처의 입장에도 최근 변화 분위기가 감지됐다. 지난 26일에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 전체회의에서 김강립 식약처장이 “공동 생동·임상 제도의 애초 목적은 불필요한 임상·개발 비용을 줄이기 위한 목적이었지만 부작용이 크지 않나 하는 반성을 하고 있다”며 “제품의 난립을 막을 수 있는 제도적 개선에 대해 깊이 공감하고 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 같은 김 처장의 발언은 최근 중소제약사인 바이넥스와 비보존에 이어 매출 1조원이 넘는 대형제약사 종근당까지 의약품 불법제조 사태가 잇따라 터지면서 국내 제약 산업 전반의 신뢰가 저하될 위기에 처한 현 상황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식약처는 서정숙 의원이 발의한 법안에 대한 제약 관련 협회·단체의 의견을 공문을 통해 요청해 지난 23일 회신 받은 데 이어 ‘동의 의견’을 국회에 제출했다. 즉, 개량신약 임상자료 규제에 대해 기존의 ‘유보’ 입장에서 결국 ‘찬성’ 입장으로 선회한 것이다.

◆제약업계 내부도 규모에 따라 '동상이몽'

두 법안에 대한 제약업계의 반응은 회사 규모에 따라 크게 갈리는 분위기다. 

우선 대형 제약사가 주축인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최근 두 가지 ‘1+3 제한’ 법안에 대해 찬성하기로 한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고 입법을 적극 지원키로 결의했다. 특히 ‘1+3 제한’의 법 개정 전에라도 자율적으로 ‘1+3’의 원칙을 솔선해 준수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에 반해 중소규모 제약사들을 주회원으로 둔 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와 한국제약협동조합은 서정숙 의원이 발의한 법안에 대한 입장을 묻는 식약처의 공문에 반대 의견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제약협동조합에 따르면 임상3상이 필요한 개량신약은 최소 70억~150억 원 정도의 연구개발 비용이 필요하고, 임상자료 허가 횟수를 3회로 제한할 경우 각 업체가 부담해야 할 비용은 품목당 18억~40억 원 정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 규모 제약사가 감당하기엔 부담스러운 수준인 것이다. 

제네릭의 경우엔 수 년 전부터 문제가 제기되어 온 만큼, 업계에서도 어느 정도 통과를 예상하고 있었지만 이를 개량신약으로까지 확대하는 데 대해선 당황한 모습이 역력하다. 

한 중소 제약사 관계자는 “국내 대형제약사들도 처음엔 외국약의 제네릭 생산·영업에서 시작해 이제야 개량신약을 조금씩 개발하는 단계”라며 “이런 상황에서 개량신약을 무턱대고 규제하게 되면 중소제약사가 '제네릭-개량신약-신약개발'로 넘어가는 '징검다리' 자체를 없애버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렇게 되면 규모가 작은 제약·바이오업체나 스타트업은 기껏 어렵게 신기술을 개발해도 큰 제약사에 팔아서 생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한 업계의 선순환 기능을 무력화해 제약산업 발전을 가로막을 법안이 통과되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한 대형제약사 관계자는 “최근 바이넥스와 비보존제약에 이어 종근당까지 불법 제조 사태에 연루돼 제약업계 전반의 신뢰가 저하될 위기에 처했다”며 “국내 제약 기업 전반의 연구개발 역량까지 저하시키는 문제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는 만큼, 한번은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이처럼 업계 내부의 입장이 엇갈리는 가운데 식약처 내부에서도 개량신약 임상규제법안에 대해서는 국내 제약업계에 미칠 영향이 워낙 크기 때문에 반대의 목소리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제약업계 일각에서는 현재로선 개량신약과 관련한 1+3 법안의 통과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만약 법안이 통과가 되더라도 현재 허가절차가 진행 중인 제품들도 있는 만큼, 적지 않은 유예기간이 필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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