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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암인데 신장이식 수술후 사망··· 法 "신장 떼어준 아내에게 배상하라"
폐암인데 신장이식 수술후 사망··· 法 "신장 떼어준 아내에게 배상하라"
  • 홍미현 기자
  • 승인 2021.04.27 15: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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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전 폐결절 확인됐지만 기생충 감염 판단해 수술 진행
2심 "추가진단 노력 안한 건 잘못" 책임비율 30→70% 높여

신장이식 수술을 앞둔 환자의 폐암을 사전에 진단하지 못한 채 수술을 진행한 의료진에 대해 법원이 항소심에서 손해배상책임을 대폭 늘렸다. 의료진이 검사·진단 과정에서 주의를 제대로 기울여 폐암을 발견했다면 불필요한 신장이식 수술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서울고법 민사17부(재판장 이형근 고법판사)는 신장이식수술 이후 폐암으로 사망한 A씨(사망 당시 48세)에게 자신의 신장 한쪽을 떼어준 부인 B씨 등이 C병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일부승소로 판결했다고 27일 밝혔다. 

말기 신부전 환자로 지난 2016년 7월부터 C병원에서 혈액투석을 받았던 A씨는 부인 B씨로부터 신장을 이식받기로 했다. C병원 장기이식센터에 입원한 A씨는 수술 전 검사에서 백혈구의 일종인 호산구 수치가 지속적으로 증가한다는 소견이 나왔고, 흉부 CT 검사 결과 좌측 폐 아랫부분에서 2㎝ 크기의 '폐결절'이 발견됐다. 

이런 상황에서 C병원은 그해 12월 A씨에 대한 신장이식수술을 그대로 진행하기로 하고 A씨에게 면역억제제를 투여하고 11차례 혈장 교환술을 시행하는 등 수술 준비에 들어갔다. 하지만 수술 전 흉부CT 검사 결과 A씨의 폐결절은 4㎝로 커졌다. 하지만 협진을 의뢰받은 호흡기 내과 의료진은 '종양 가능성보다는 기생충 감염에 의한 병변일 가능성이 크다'는 소견을 내놨다. 

결국 의료진은 구충제를 투여하면서 A씨의 경과를 관찰했고, 검사 결과 호산구 수치 등이 줄어든 것이 확인되자 예정대로 A씨에 대한 신장이식 수술을 진행했다. 

하지만 수술 이후 A씨는 기침과 통증을 호소하며 C병원을 다시 찾았고, 이번엔 검사 결과 폐암으로 확인됐다. 항암치료를 받았지만 A씨는 호전되지 않았고, 결국 지난 2017년 9월 사망했다. 

아내인 B씨측은 "의료진의 과실로 A씨가 조기에 폐암 치료를 받지 못했고, 불필요한 신장이식수술로 폐암이 악화돼 생명이 단축됐을 뿐만 아니라 B씨는 불필요한 신장공여로 한쪽 신장을 잃는 장애를 입었다"며 C병원을 상대로 B씨에게 3억2414만원, 자녀 2명에게 각각 4000만원의 손해를 배상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C병원측은 "의료진이 A씨의 폐결절을 기생충 감염으로 인한 염증성 병변으로 진단한 것은 임상의학적으로 적절했다"며 맞섰다. 

1심은 "암 발생은 신장이식 수술의 절대 금기사항이므로 의료진이 폐암을 진단했다면 A씨와 B씨가 신장이식수술을 받을 여지가 없었다"며 B씨의 손을 들어줬다. 

1심 재판부는 진료기록 감정 등을 토대로 "A씨에게 나타난 폐결절이 기생충 감염을 의심할 수 있는 증상이었다고 하더라도 곧바로 기생충 감염에 의한 염증성 병변이라고 단정할 수 없고, A씨가 수술 전 의료진에게 등 왼쪽에 통증이 있다고 호소하는 등 폐암 증상을 전혀 보이지 않았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특히 "신장이식수술은 응급을 요하는 수술이 아닌데도 폐암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은 상태에서 성급하게 폐암을 악화할 수 있는 면역억제제를 투여해 결절이 커졌다"며 폐결절에 대한 검사를 소홀히 한 병원측의 잘못을 인정했다. 

다만 재판부는 "A씨의 증상이나 검사 결과가 기생충 감염 역시 의심할 수 있는 상황이었고, 신장이식수술을 받지 않은 채 폐암 치료를 받았더라도 5년 생존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되지 않는다"며 병원측 손해배상 책임은 30%로 제한했다. 그 결과 1심은 아내 B씨에게는 8787만원을, 자녀 2명에게는 위자료 1300만원을 각각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1심 판결에 대해 B씨측은 '병원 책임이 너무 적다'며, 병원측은 '과실을 인정할 수 없다'며 각각 항소했다. 

2심은 진료기록 등에 대한 추가 감정을 한 뒤 B씨에 대한 손해배상 액수를 크게 늘렸다. 

2심 재판부는 진료기록 추가 감정 등을 통해 "CT 검사 결과 폐결절의 크기 증가 등은 폐암 가능성이 있는 소견들이어서 추가적인 진단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었다"며 "기생충 감염을 의심했다 하더라도 기본 분석검사 정도는 당연히 실시했어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A씨가 말기 신부전 상태였더라도 투석치료가 전혀 불가능한 상황은 아니었고, 폐암이 위험성이 더 큰 질환이므로 폐암을 배제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폐결절에 대한 검사를 하지 않은 것은 부적절하다. 또 B씨의 경우 병원 의료진의 검사 및 진단상 과실이 없었더라면 A씨에게 신장 공여를 할 필요가 없었다"며 B씨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70%로 높였다. 

그 결과 B씨에 대한 손해배상 액수는 1억4919만원으로, 1심보다 약 6000만원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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