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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선 기대 못미친 ‘렉키로나’, 해외에선 힘쓸까
국내에선 기대 못미친 ‘렉키로나’, 해외에선 힘쓸까
  • 배준열 기자
  • 승인 2021.04.22 14:25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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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경증환자 치료제, 국내 사용실적 예상치의 25% 미만
일부 국가와 공급계약···고가, 제한적인 치료효과 등은 약점

최근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활발해지면서 상대적으로 코로나 치료제의 필요성은 줄어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제약업계는 해외 진출을 앞두고 있는 셀트리온의 국산 항체치료제 렉키로나가 해외 시장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 EMA 사용권고 획득, 북유럽 4국과는 공급계약 체결

셀트리온은 지난 3월 렉키로나에 대해 유럽의약품청(EMA)의 사용 권고를 획득한 데 이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과 제품 공급 관련 논의를 진행 중이다.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등 북유럽 4개국과는 공급계약을 맺고 현재 물량, 가격 등 세부사항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국내 특허청으로부터 영문 상표권 등록결정서를 받는 등 해외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앞서 램시마 등 주력 바이오시밀러 품목들이 유럽 및 미국에서 높은 성과를 올리며 지난 2019년 매출 1조 원을 돌파한 셀트리온은 이러한 고속 성장세를 이어가 올해에는 전체 매출액이 2조 원을 돌파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렉키로나주’의 선전 여부에 따라서 3조 원 이상의 매출실적을 달성할 수도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올해부터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미국이나 유럽에서 확산세가 잦아들고 앞으로 백신 접종률이 더 높아지면 치료제에 대한 수요는 점점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또 항체치료제가 백신과 비교해 가격이 매우 고가라는 점도 향후 수요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다. 

◆ 백신에 비해 고가, 국내 사용실적 예상 밑돌아

현재 렉키로나의 국내 공급가는 약 60만 원 정도이다. 셀트리온은 국내에서는 사실상 원가로 공급하고 있지만 해외에서는 제값을 받을 예정이다. 현재 일라이릴리와 리제네론 등 해외 제약회사의 항체치료제 가격은 150만~250만 원 사이에 형성돼 있다는 점에서 렉키로나주의 공급가도 이와 비슷한 수준이거나 다소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반해 백신의 경우 상대적으로 고가로 알려진 화이자의 백신도 1회 접종 비용이 2만 원대에 불과하다. 백신 접종을 완료하면 중증화로의 진행을 대부분 예방할 수 있으며 감염병에 대한 면역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치료 효과의 한계가 명확한 치료제보다는 백신이 코로나19 종식으로 가는 진정한 ‘게임 체인저’가 될 것으로 보고, 치료제보다 백신 접종률을 높여야 한다고 말한다.

렉키로나는 당장 국내 임상 현장에서도 큰 환영을 받지는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렉키로나주를 투여한 환자 수가 정부의 예상치를 훨씬 밑돌고 있기 때문이다. 

무소속 전봉민 의원(보건복지위원회)이 최근 질병관리청으로부터 제출받은 ‘렉키로나 투약환자 현황’에 따르면 앞서 질병관리청은 1분기(90일)에 9000여 명의 ‘경증환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렉키로나 구입 예산으로 예비비 약 42억 원을 신청했지만 실제 투여환자 수는 예상치의 4분의 1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 적용조건 엄격해 투여대상 찾기 어려워

국내에서 렉키로나주의 사용량이 기대에 못 미치는 이유에 대해 정재훈 가천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우선 “일단 목표 사용 환자 수를 너무 높게 잡았고 치료제 적용 조건도 엄격해서 투여할 환자를 찾기가 쉽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식약처는 렉키로나 투여대상을 중등증과 고령이거나 기저질환이 있는 고위험군 경증 환자로 제한했다. 국내 코로나19 환자 대부분을 차지하는, 고위험군이 아닌 일반 경증환자에 대한 효능은 인정하지 않아 이들에 대한 사용은 허가하지 않았다. 이렇게 사용조건이 까다롭다보니 일부 의료진은 현장에서 렉키로나를 투약하기가 어렵다고 아쉬움을 나타내고 있다.

다만, 정부는 의료진의 임상적 판단에 따라 꼭 필요할 경우에는 렉키로나를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임상시험에서 경증에서 중증으로의 진행을 약간 낮춰주는 정도의 효과만 보여서 의료진 입장에서도 굳이 사용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코로나19 경증 환자의 대부분을 수용하는 생활치료센터의 경우 의료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렉키로나를 사용할 수 없다. 

정재훈 교수는 “치료제는 어디까지나 백신의 보조적인 역할밖에 되지 않는다”며 “유럽은 백신접종이 시작돼 유행규모가 줄어들고 우리나라도 백신 접종 후 경증이 중증으로 진행되는 비율이 줄고 있는 상황에서 경증에서 중증으로 악화되는 것을 약간 낮춰주는 효과가 있을 뿐인 치료제의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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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기자응원 2021-04-24 21:52:08
중증으로 가는 것을 약간 낮춰주는 효과는 큰 거 아닌가? 100명 중에 단 1명이라도 렉키로나주 맞고 목숨을 구하면 그게 별 거 아닌건가? 그렇다고 부작용이 있는 것도 아니고 왜 기피하는 지 도통 이해를 못 하겠다.

찌라시 2021-04-22 14:38:48
죽자ㅡ. 의사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