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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궁적출 불가피했더라도 설명의무 어겼다면 위자료 지급해야
자궁적출 불가피했더라도 설명의무 어겼다면 위자료 지급해야
  • 홍미현 기자
  • 승인 2021.04.20 14: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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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궁적출 환자 수술 시행조건 놓고 환자-의사 의견 엇갈려
7천만원 배상요구에 法, 설명 소홀 인정 '1000만원 배상' 판결

난소종양 조직 검사 결과 악성이 아닌 '양성'인데도 난소를 제거하고 자궁까지 적출한 의사와 병원에 대해 환자에게 정신적 손해를 배상하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의사가 환자에게 ‘종양의 악성 여부에 관계없이 난소를 제거하고 자궁을 적출하겠다’는 설명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서울중앙지법 민사단독39부(재판장 정우정 부장판사)는 환자 A씨가 의사 B씨와 B씨가 소속된 C병원을 운영하는 D의료재단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B씨와 D재단은 각각 A씨에게 위자료 10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로 판결했다고 20일 밝혔다.

A씨는 지난 2018년 1월 C병원에서 복부-골반 CT검사 결과 오른쪽 난소에서 종양이 발견됐다. 한 달여 뒤 A씨는 B씨로부터 양측 부속기(난소와 난관) 절제술과 전자궁적출술, 충수돌기 절제술을 받았다. 하지만 수술 도중에 시행된 조직검사 결과 A씨의 난소종양은 악성이 아닌 양성 섬유종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A씨는 “수술에 앞서 B씨가 ‘종양이 악성으로 판명되는 경우에만 왼쪽 난소 및 자궁적출술을 시행하겠다’고 설명해놓고 양성인데도 왼쪽 난소를 제거하고 자궁까지 적출했다”며 B씨와 D재단에 각각 위자료 7000만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냈다.

이에 대해 B씨와 D재단은 “A씨에게 ‘종양의 악성 여부와 상관없이 왼쪽 난소 절제 및 자궁적출술이 시행될 것’이라 설명했다”고 반박했다. 

법원은 “수술 시 자궁을 적출한 자체에 과실이 없더라도 B씨와 B씨의 사용자인 D재단이 각자 '설명의무 위반'으로 A씨가 입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며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정 부장판사는 “의사가 수술 등 신체에 대한 침습적 의료행위를 하는 경우 중요한 사항을 사전에 설명해 환자가 수술에 응할지 여부를 스스로 결정할 기회를 갖도록 할 의무가 있고, 이 같은 설명을 하지 않은 채 승낙없이 침습한 경우에는 의사에게 치료상 과실이 없더라도 환자의 승낙권을 침해하는 위법한 행위가 된다”며 “‘설명의무를 다했다’는 증명 책임은 의사 측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A씨가 수술 직후 자녀 등에게 ‘혹이 양성으로 판정돼 난소, 나팔관, 맹장수술을 했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내면서 ‘자궁을 적출했다’는 언급은 없었을 뿐만 아니라, 퇴원 시 병원 측으로부터 주의사항에 대한 설명을 듣는 과정에서도 ‘자궁적출술을 받은 바 없다’면서 담당 의사와의 면담을 요청했다”며 “A씨가 수술 전 자궁절제술이 시행될 것이라고 명확히 설명을 듣고도 이 같이 행동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특히 “일반적으로 산부인과 수술의 경우 한쪽 난소만 제거하는지, 양쪽 난소를 제거하는지, 자궁까지 적출하는지는 환자 입장에서 매우 중요한 문제여서 A씨와 가족들이 B씨의 설명을 잘못 이해했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B씨가 ‘오른쪽 난소 종양의 악성 여부에 관계없이 무조건 왼쪽 난소까지 절제하고 자궁을 적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다만 정 부장판사는 A씨의 나이 등을 감안해 위자료 금액을 1000만원으로 한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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