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0 17:41 (토)
“정기검사 안한 장비로 건강검진, 실수라면 전액환수는 위법”
“정기검사 안한 장비로 건강검진, 실수라면 전액환수는 위법”
  • 홍미현 기자
  • 승인 2021.04.14 14: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속임수 등으로 보험급여 수령시 전액도 환수 가능하나
法 "속임수로 아닌 행정상 실수"로 판단, 환수처분 취소

정기검사를 받지 않은 장비로 건강검진을 했다는 이유로 건보공단이 지급한 건강검진 비용을 전부 환수하는 것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재판장 홍순욱 부장판사)는 서울 중구에서 병원을 운영하는 의사 A씨가 “건강검진비용 환수처분 등을 취소해달라”며 건보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전부승소로 판결했다고 14일 밝혔다. 

건보공단은 지난 2019년 8월 A씨 병원의 검진인력·시설 및 장비기준 충족 여부와 검진 시행의 적정성, 비용청구 사실 여부 등을 확인하기 위해 현지 확인을 실시했다. 공단은 ‘정기검사를 받지 않은 부적합한 장비로 검진을 하거나 상근하지 않는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판독을 실시하고 Full PACS 비용을 청구했다’며 A씨의 병원에 지급한 건강검진비용 1억2110만원과 위탁검진비용 716만원을 모두 환수하는 처분을 내렸다. 씨는 이에 A씨가 불복해 소송을 냈다. 

국민건강보험법 제57조 1항은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급여를 받은 사람이나 요양기관에 대해 공단이 보험급여 비용의 '전부'나 '일부'를 징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A씨는 “특수의료장비 품질관리 검사는 정상적으로 받았을 뿐만 아니라 비상근 전문의가 최초 판독하기는 했지만 이어서 상근 전문의가 재판독을 실시했다”며 “설령 처분 사유가 모두 인정되더라도 건강검진비용과 위탁검진비용을 전부 환수하는 것은 재량권 범위를 넘는 처분으로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공단의 처분 '사유'는 정당하다고 봤다. 다만 처분 내용이 재량권을 지나치게 벗어나 위법하다고 보고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A씨가 안전관리규칙에 따른 정기검사를 받지 않은 장치를 사용해 검진비용을 보험급여비용으로 청구한 것에 대해 “‘속임수’를 사용한 것으로까지는 보기는 어렵고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건강검진비용을 지급받은 경우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A씨가 정기검사를 누락했음을 알게 된 직후 곧바로 정기검사를 실시해 적합판정을 받았고, 결과적으로 인체의 위해 등은 발생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특수의료장비 품질관리검사를 정기적으로 받아 모두 적합판정을 받았다”며 “정기검사 누락은 병원 '행정상 실수'로 인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비상근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판독을 실시한 후 Full PACS 비용을 청구했다’는 처분 사유에 대해서도 “촬영·검사 결과를 비상근 전문의가 판독했으나 이후 상근하는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재판독을 실시했다”는 A씨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특히 재판부는 “국민건강보험법 제57조 1항은 요양기관이 '부당한' 방법으로 급여비용을 청구하는 것을 방지해 바람직한 급여체계 유지를 통한 건강보험·의료급여 재정의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지만, 요양기관으로서는 부당이득 징수로 인해 이미 실시한 요양급여에 대해 그 비용을 상환받지 못하는 결과가 되므로 침익적 성격이 크다”며 “A씨가 입게 되는 불이익이 공단의 처분을 통해 달성하려는 공익보다 커 공단의 처분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해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