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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회 유한의학상] 전극도자 절제술의 치매예방 가능성 밝혀내
[54회 유한의학상] 전극도자 절제술의 치매예방 가능성 밝혀내
  • 홍미현 기자
  • 승인 2021.04.13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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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 정보영 연세의대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
심방세동 환자 83만명 연구, 절제술이 약물보다 치매위험도 27%↓
절제술 이후 동리듬 유지돼야 효과···항응고요법 이외 치료방법 제시

“심방세동은 치매 위험도를 높입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치매 고위험군에 속하는 심방세동 환자에서 적절한 항응고요법 외에는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될만한 치료가 없는 실정입니다. 이런 제한적인 상황에서 전극도자 절제술이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발표했고, 그 결과 최고 권위의 유한의학상 수상으로 결실을 맺어 매우 기쁩니다.”

제54회 유한의학상 대상 수상의 영예를 안은 연세의대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정보영 교수는 이 같은 수상 소감을 밝혔다. 정 교수의 대표 논문명은 ‘Less dementia after catheter ablation for atrial fibrillation’이다.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는 ‘심방세동’은 가장 흔한 부정맥으로, 가슴이 답답하거나 어지럽고, 숨이 차는 증상을 보인다. 심방세동은 뇌졸중 발생 위험을 5배 높일 뿐만 아니라, 전체 뇌졸중 가운데 20%는 심방세동이 원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심방세동은 치매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교수는 “심방세동이 뇌에 미치는 영향 중 하나로 치매를 발생시킨다는 보고가 있지만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며 “특히 뇌경색이 없는 상태에서 심방세동과 치매와의 연관성 연구는 거의 이뤄지지 않은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정 교수팀이 2019년 유럽심장학회지에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국내에서 심방세동을 갖고 있지 않은 사람에 비해 심방세동 환자에서의 치매에 걸릴 위험은 1.5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위험성은 추적 기간 동안 뇌경색이 발생한 환자를 제외하고도 유의미하게 나타났다. 뇌경색과는 별도로 심방세동이 치매 발생의 위험성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확인된 것이다. 치매의 형태별로는 혈관성 치매의 경우 2배, 알츠하이머 치매는 약 1.3배 발생 위험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심방세동 환자는 치매에 걸릴 위험이 높지만 이에 대한 적절한 치료법은 현재로서는 항응고요법 정도다. 정 교수팀의 연구에 따르면 심방세동 환자 중 항응고제를 복용한 환자에게서 그렇지 않은 환자에 비해 모든 치매 발생 위험도가 약 40%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알츠하이머 치매의 경우 약 50%, 혈관성 치매는 20% 정도 낮아졌다. 

심방세동에 대한 치료 방법 중 ‘전극도자 절제술’은 불규칙한 맥박을 정상으로 돌려 놓는 근본적인 치료법이다. 심방세동 환자의 증상을 호전시켜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전극도자 절제술이 '인지기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학계에서도 다소 이견이 있다. 전극도자 절제술이 미세한 허혈성 뇌병변 발생과 연관이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하지만 세브란스병원 연구팀은 심방세동 치료를 받은 환자 400여 명을 분석한 결과 전극도자 절제술을 받은 환자군에서 어휘력이나 단기 기억력, 시공간 인지력, 주의력 등 인지기능의 향상을 보였다는 결과를 얻었다. 

이와 관련해 정보영 교수는 “성공적인 전극도자 절제술로 환자가 심방세동에 노출되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면 치매의 위험 또한 감소시킬 수 있다는 가설을 세운 뒤, 이를 밝혀내고자 했다”며 “심방세동 환자에게 전극도자 절제술을 시행해 심방세동에 노출되는 시간을 줄여 치매의 위험도를 낮출 수 있음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심방세동에서 치매 발생을 감소시킬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연구 결과를 큰 규모의 환자군에서 확인한 연구로 의미가 크다”며 “노인환자에게 빈번한 심방세동 및 치매에 대한 예방·치료 계획을 수립하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심방세동이 치매 발생의 위험인자인 만큼, 적절한 고혈압 관리 등 심방세동을 예방하기 위한 노력과 함께 조기 진단을 통해 적절한 관리가 중요하다”면서 “심방세동 환자의 경우 뇌경색 뿐만 아니라 치매 예방을 위해 항응고치료 및 도관절제술을 고려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수상 논문 개요 및 의의] 

이번 연구는 국민건강보험공단 데이터베이스 상에서 2005~2015년 심방세동으로 진단받은 성인 83만4735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최종적으로는 전극도자 절제술을 시행 받은 9119명과 절제술 없이 리듬 또는 심박수 조절을 위한 약물 치료를 받은 1만7978명에서의 치매 위험도를 비교했다. 

최장 12년, 중간값 4.3년의 관찰기간 동안, 약물치료 군에서의 치매 누적 발생률은 9.1%인데 반해 전극도자 절제술 군에서의 누적 발생률은 6.1%이었다. 전극도자 절제술이 약물치료에 비해 27%의 치매 위험도 감소 효과를 보였다. 절대 위험도를 고려하면 34명의 심방세동 환자를 대상으로 전극도자 절제술 시행할 때마다 1명의 치매 예방을 가져올 수 있는 셈이다.

또한 전극도자 절제술을 받은 환자 중에서도 절제술 시행 후 심방세동이 재발하는 절제술 실패군은 약물치료 군과 비교 시 치매 예방 효과를 보이지 못했다. 재발 없이 동리듬(심장이 규칙적으로 뛰는 상태)이 잘 유지된 절제술 성공군에서 예방 효과가 두드러졌다. 이는 심방세동 환자에서 최대한 동리듬을 유지시키는 것이 치매를 예방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것을 시사한다. 따라서 약물치료 환자 중에서도 동리듬이 유지될 경우 치매를 줄이는 효과가 있을지도 앞으로 밝혀져야 할 부분이다.

긴 관찰기간이 필요한 치매라는 질환의 특성상, 지금까지 심방세동 환자를 대상으로 한 무작위 임상시험 연구의 결과물은 많지 않다. 이 같은 제한적인 상황에서 전극도자 절제술이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한 것은 실제 임상적인 의의 뿐만 아니라 앞으로의 연구 방향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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