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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은 보조수단? 코로나 시대 '대세'가 된 '온라인' 학술대회
온라인은 보조수단? 코로나 시대 '대세'가 된 '온라인' 학술대회
  • 홍미현 기자
  • 승인 2021.04.13 11: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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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집 기획 Ⅱ] 코로나가 바꿔놓은 진료실 안팎 풍경' ③
대한당뇨병학회 시작으로 대유행···의협, 온라인 연수교육 평점 인정
코로나 장기화로 지속 전망, 편의성-전달력 등 두고 '호불호'는 엇갈려

# 학술대회가 열리는 일요일 아침이지만 의사 A씨는 이전과는 달리 느긋하다. 예전엔 서울 도심 호텔에서 열리는 학술대회에 참가하려면 아침 일찍부터 복장을 갖춰입고 서둘러야 했지만 이제는 편안한 차림에 커피 한 잔을 들고 자신의 서재로 느긋하게 이동한다. A씨는 컴퓨터 앞에 앉아 전공과 관련한 의료지식과 정보를 얻고, 짬짬이 개인적인 일을 처리하기도 한다. 코로나19가 바꿔놓은 그의 주말 풍경이다. 

코로나19 감염 방지를 위해 사회 전체적으로 확산된 소위 ‘언택트(Untact) 문화’가 어느덧 의료계에도 대세로 자리잡았다. 대표적으로 그동안 호텔이나 컨벤션센터 등 대규모 장소에서 '대면' 방식으로 열리던 의료계 학술대회와 연수교육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대부분 온라인으로 열리고 있다. 코로나 사태 초기엔 행사를 잠시 연기하는 식으로 대응했지만, 코로나와의 동거가 일상이 되면서 마냥 일정을 미뤄둘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특히 의사들이 필수평점 이수를 위해 반드시 들어야 하는 연수교육의 경우 이를 미뤄둘 경우 자칫 의사면허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우리나라 의사들은 의료법에 따라 처음 의사 면허를 받은 이후 1년에 8시간(8평점) 이상 연수교육을 이수한 뒤, 3년마다 보건복지부에 면허신고를 해야 의료행위를 계속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의사협회는 지난해 코로나로 인해 연수교육이 잇따라 취소되자 온라인 연수교육에 대해서도 한시적으로 평점을 인정해주기로 했다. 

학회들의 경우 지난해 대한당뇨병학회가 국내 최초로 ‘온라인 학술대회’를 개최한데 이어 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학회, 대한감염학회, 대한산부인과초음파학회가 개원의를 위한 연수강좌를 진행하는 등 다수의 학회들이 온라인 방식으로 학술대회를 열고 있다.

서울시의사회도 지난해 8월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온·오프라인 병행 방식으로 개최하려던 제18차 학술대회를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조치에 따라 온라인으로만 진행했다. 

감염병 확산이 수그러들지 않는 현재 상황에서 온라인 방식의 학술대회나 연수강좌 세미나 등은 더욱 활발해 질 것으로 예상된다. 온라인 학술대회는 감염병 확산에 대한 불안과 걱정을 덜 수 있는 것은 물론, 많은 회원들이 참가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대한의사협회도 연수교육 이수와 관련해 회원들의 어려움을 최소화하기 위해 사이버연수교육 연간 이수평점 한시적 상향기한을 오는 12월 31일까지 연장하기로 결정한 상태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집합교육이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어느덧 온라인 방식의 학술대회가 대세로 자리잡았지만 이를 두고 의료계 내에서도 '호불호'가 갈리고 있다. 온라인은 비용과 시간을 절약하고 많은 회원들이 학술대회에 참여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외과 등의 경우 '술기를 배울 수 없다'는 단점도 있기 때문이다. 

A씨는 “과거에는 주말에 열리는 학술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준비하는 시간도 오래 걸리고, 보통 2곳 이상의 학술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하루 종일 돌아다니다보면 기진맥진해 평일에 진료를 보는 것보다 힘든 적도 많았다”며 “온라인 방식은 기존에는 장소 이동에 쓰이던 시간까지 알뜰하게 학습에만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좋다”고 말했다. 

또 “혹시나 코로나19에 감염될까 하는 우려와 걱정도 덜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듣고 싶은 강의를 골라듣고, 나머지 시간은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여유도 생겨 온라인 학술대회가 여러모로 편리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내과 전문의 B씨는 “온라인 방식의 학술대회는 주위가 산만해 집중력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자료 화면도 잘 보이지 않아 강의 내용이 잘 전달되지 않는 측면도 있다”며 “코로나19로 인해 피치 못하게 학술대회를 온라인으로 보고 있지만 여러모로 불편하다”고 지적했다. 

정형외과 전문의 C씨의 경우 "학술대회는 최신 의학지식을 쌓기도 하지만 술기를 배우는 장이기도 하다"며 "온라인 방식으로는 술기를 배우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최신 의료기기 장비도 시연해 보지 못해 아쉽다"고 했다.

의료계에서는 일단 온라인 학술대회가 감염병 상황에 따른 ‘한시적인 흐름’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온라인 방식이 높은 접근성으로 많은 회원들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반면, 직접 얼굴을 보고 서로 교류하는 대면 방식의 장점은 따라올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도 일부 학회들은 마스크와 투명 가림막 설치, 자리 간격 조정 등 방역 수칙을 지키며 오프라인 학술대회를 열고 있다. 

또다른 의사 D씨는 온라인 방식의 학술대회에 대해 "서로 바쁘거나 지역이 달라 만날 수 없던 회원들과 교류할 수 없다는 점이 아쉽다"며 "감염병만 아니면 온라인 학술대회 보다는 대면 방식으로 진행하는 것이 훨씬 편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는 "온라인이 비용을 절약하는 측면이나 접근성 면에서는 장점이 있지만, 오프라인 행사를 완벽하게 대처하지 못하는 측면도 있다"며 "코로나 사태가 종식되면 예전처럼 온라인보다는 오프라인 행사가 더욱 활성화되거나 온·오프라인을 병행하는 방식이 많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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