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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성은 'Up', 거리는 'Close'··· 대중(大衆)에 다가서는 의사들
전문성은 'Up', 거리는 'Close'··· 대중(大衆)에 다가서는 의사들
  • 김광주 기자
  • 승인 2021.04.12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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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집 기획 Ⅰ] '대중(大衆)에 다가서는 의사들' ①
전문분야 경험 토대로 한 저술활동 등으로 대중과의 거리 좁혀
웹소설·웹툰 진출도···법조계도 전 대법관이 유튜브 개설해 화제
지난 1월 대한개원의협의회에서 '인플루언서가 되자'를 주제로 강의한 서민 단국의대 교수 <사진=유튜브 의사 김동석TV캡쳐>

“조인성이 공공의대 설립 반대를 외쳤으면 어떻게 됐을까?”   

지난 1월 개원의협의회 세미나에서 강연한 서민 교수(단국의대 기생충과)는 이와 같은 예시를 들면서 의사 '인플루언서'의 필요성에 대해 설명했다. 서 교수는 “우리에겐 당연한 공공의대 반대 같은 것도 우리가 (주장)하니까 의사들의 이익을 위한 것 같이 비쳐진다”며 “만약에 조인성같은 사람이 이 말을 했으면 훨씬 달라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강연의 요지는 ‘같은 내용이라도 말하는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파급력이 달라진다’는 것이었다. 의료계 대표 인플루언서인 서민 교수 자신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그는 저술, 칼럼 기고 등 글쓰는 활동으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고, 이후 방송 출연 등을 통해 인지도를 확대한 뒤 지금은 그가 자신의 SNS에 남기는 각종 발언을 언론이 앞다퉈 보도하고 있다. 

서 교수는 저술 활동을 시작한 이유에 대해 “의사가 인플루언서가 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며 “책을 쓰면 기사화될 수 있고 방송 출연의 기회가 올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의사들 중에도 이미 대중에게 친숙한 인플루언서들이 있다. 의사 커플인 홍혜걸 의학전문기자-여에스더 부부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들은 의사로서의 정체성을 앞세우기보다는 예능 프로그램 등을 통해 대중성을 확보한 뒤 의사로서의 전문성이 덩달아 관심을 받게 된 경우라 할 수 있다. 의사라 하더라도 이들의 루트를 따라 인플루언서가 되기는 쉽지 않다는 얘기다. 

이에 반해 꼭 인플루언서를 목표로 하는 것은 아니지만 최근 책이나 유튜브 등을 통해 자신의 전문 분야를 알리는 노력을 하는 의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과거에 비해 개인이 직접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채널이나 방법이 다양해지고 쉬워지면서 예전 같으면 마음 속에 담아두거나 술자리에서 안줏거리로 삼았을 법한 얘기들을 밖으로 풀어놓는 것이다. 

이같은 시도는 결과적으로 의사들의 전문성을 살리면서 대중과의 거리는 좁혀주는 역할을 해주고 있다. 

JTBC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한 남궁인 교수 사진=비정상회담125회 캡쳐
JTBC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한 남궁인 교수 <사진=비정상회담125회 캡쳐>

남궁인 이대부속목동병원 임상조교수는 응급의학 전문의로서 겪은 자전적인 에세이를 통해 대중에 이름을 알리면서 이제는 방송에도 종종 출연하고 있다. 현재까지 7권의 책을 써내고 자신의 블로그나 SNS에도 의료현장에서 겪은 일들을 소개하고 각종 사회 이슈에도 목소리를 내는 등 대중과 활발히 소통하는 대표적인 젊은 의사 인플루언서라 할 수 있다.

또다른 응급의학과 전문의인 곽경훈씨의 경우 응급실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에세이집 '의사가 뭐라고', '응급의학과 곽경훈입니다'를 펴낸 데 이어 최근엔 인문학서인 '침 튀기는 인문학'을 발간하며 자신의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SNS에 올리던 글이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면서 주변의 권유로 책을 발간하게 된 사례도 있다. ‘하지마라 외과의사’를 쓴 엄윤씨는 외과 개원의의 애환을 직설적인 화법으로 풀어내 화제가 됐고, 산부인과 전문의로서 고위험 산모들을 살려낸 경험 등을 담아낸 오수영 성균관의대 삼성서울병원 교수의 ‘태어나줘서 고마워’는 난임 독자들을 중심으로 좋은 반응을 얻었다. 

최근엔 유튜브로 활동 무대를 넓힌 의사들도 많다. 3명의 전문의(내과·정신건강의학과·이비인후과)가 의기투합해 만든 '닥터 프렌즈'는 구독자 약 66만명, 누적 조횟수가 1억회를 돌파할 정도로 의료계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들에게까지 친숙해진 대표적인 사례다. 

특히 닥터 프렌즈 멤버이기도 한 이낙준 전문의(이비인후과)는 외과의사를 주인공으로 한 웹소설을 연재해 큰 인기를 끌면서, 해당 작품은 웹툰으로도 만들어진 데 이어 조만간 드라마로도 제작될 예정이다. 

정식 웹툰 작가로 활동하는 사례도 있다. 다음 웹툰에 '내과, 박원장'을 연재하는 장봉수(필명) 원장은 18년차 현직의사로서 자신과 주변의 경험을 토대로 개원의가 겪는 고충을 유머러스하면서도 리얼하게 그려내 의사 독자는 물론, 일반 독자들에게도 큰 공감을 이끌어내고 있다.  

유튜브 채널을 통해 대중과 소통을 이어가고 있는 박일환 전 대법관 사진=차산선생법률상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대중과 소통을 이어가고 있는 박일환 전 대법관 <사진=차산선생법률상식>

이처럼 전문가들이 자신의 전문성을 살리면서 대중과 소통하려는 시도는 의료계 밖에서도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법조계의 경우 근엄함의 상징인 대법관 출신이 유튜브를 개설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박일환 전 대법관은 지난 2018년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법률상식을 대중에 알리고 있고, 이를 통해 방송에도 출연했다. 이에 네티즌들은 댓글을 통해 “참신하다” “전직 대법관의 재능기부를?” 등과 같은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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