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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백신 확보에 ‘빨간불’··· 중국산 백신 도입 주장까지 ‘솔솔’
국내 백신 확보에 ‘빨간불’··· 중국산 백신 도입 주장까지 ‘솔솔’
  • 배준열 기자
  • 승인 2021.04.02 10: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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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범정부 TF 구성해 대응···해외선 수출 제한하고 자국민 물량 확보
접종간격 연장도 검토···전문가들 “근본 대책 아냐, 물량확보 노력해야”
(사진=뉴스1)
(사진=뉴스1)

국내 코로나19 백신 수급에 빨간불이 켜지면서 일각에서는 국내에서 생산되는 백신의 수출을 제한하거나 러시아나 중국의 백신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방역당국은 백신 접종 간격을 연장하는 방안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나타났지만 전문가들은 이는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는 없다고 말한다.

◆ 범부처 TF까지 구성해 백신확보 나선 정부  

보건복지부는 1일 ‘범정부 백신 도입 테스크포스(TF)’ 첫 번째 회의를 개최했다. 세계 각국이 자국 내 백신 물량을 우선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경쟁을 치열하게 벌이며 국내 수급 상황도 불안정해지자 우리나라도 질병관리청, 식품의약품안전처, 산업통상자원부, 외교부 등 5개 부처 및 청이 참여한 TF를 구성해 대응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실제로 전 세계적으로 자국민을 위한 백신 챙기기, ‘백신 국수주의’가 확산하면서 국내 백신 수급은 매우 불안정한 상황이다. 우리 정부는 1일부터 1150만 명을 대상으로 하는 2분기 접종 계획을 밝혔지만 지금까지 확정된 공급 물량으론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정부 계획상 2분기 백신 접종 인원은 1112만5000여 명이지만 현재까지 확정된 물량은 559만1000명분에 그치고 있다. 이러다 앞서 정부가 백신 접종 초기에 제시한 ‘11월 집단 면역’도 불가능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한 상황이다.

앞서 우리 정부는 노바백스나 모더나, 얀센의 백신을 2분기에 도입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노바백스나 모더나의 경우 현재까지도 도입 물량이나 도입 시기조차 구체적으로 밝히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얀센의 경우 지난 달 15일 정부가 2분기 예방접종 계획을 발표할 당시 805만 명분을 공급하겠다고 했다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는데, 정작 얀센 측은 여기서 더 줄어든 50만 명분을 공급하겠다고 우리 정부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 인도 등 백신 수출 제재, 우리는 “검토 안해”

기존에 확보한 백신을 제때 들여오기도 힘든 상황에서 나라별로 자국민을 위한 백신 챙기기는 더욱 강화되고 있다. 현재 전 세계 코로나19 백신의 27%를 생산하고 있는 미국은 자국민에게만 백신을 공급할 뿐 수출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 유럽의 경우도 유럽 내 생산 백신을 역외로 수출할 때 회원국의 승인을 받는 절차를 마련했다. 

전 세계 코로나19 백신 물량의 60%를 위탁 생산하며 ‘백신 공장’으로 불리는 인도는 아예 자국 내 생산 백신 수출에 직접적인 제재를 가하기 시작했다. 최근 인도 정부가 “국내 수요가 우선”이라며 자국에서 생산하는 아스트라제네카(이하 AZ) 백신 수출을 일시적으로 중단하겠다고 ‘폭탄선언’을 한 것이다. 인도에서 일일 5만 명이 넘는 신규 확진자가 속출하고 이중 변이 사례까지 나오자 내린 조치다.

인도에서 생산된 AZ 백신은 코백스 퍼실리티를 통해 전 세계에 배분되는데, 인도의 백신 수출 중단 조치는 국내에 공급되는 AZ 백신 물량에도 영향을 미쳐 지난 3월에 34만5000명분이 공급된 물량이 4월에는 21만6000명분으로 감소할 예정이다. 그나마 국내에 공급이 잘되던 AZ 백신마저 공급이 불안정한 상황에 놓인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우리도 인도처럼 국내에서 생산되는 백신에 대해 수출 제한 조치를 내려야 하는 게 아니냐는 주장까지 나온다. 현재 SK바이오사이언스는 경북 안동 공장에서 AZ 백신을 위탁 생산하고 있고 노바백스와도 위탁 생산 계약을 체결했지만 원료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방역당국은 수출 제한 조치는 검토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정유진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 백신도입팁장은 지난 달 30일 정례브리핑에서 “백신 수출 제한 조치는 우리나라가 국제 사회에서 받을 수 있는 영향이나, 수출 제한 이후 다른 백신이 우리나라에 공급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현재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 중국·러시아산 백신 수입 주장도

일각에선 러시아의 백신 스푸트니크V나 중국의 사노피 백신을 국내에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이용호 의원(무소속)은 1일 “전 세계의 ‘백신 자국주의’로 국내 백신 수급에도 빨간 불이 켜졌지만 방역당국은 러시아와 중국의 백신 도입은 전혀 검토하지 않고 있어 백신 수급을 위한 골든타임을 놓치는 우를 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현재 러시아의 스푸트니크V 백신의 경우 현재 50여 개국에서 승인을 받은 상황이고, 우리와 마찬가지로 백신 수급 부족 사태를 겪고 있는 독일과 프랑스 등은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국내의 한 바이오 업체에서도 스푸트니크V 백신을 위탁 생산하고 있기 때문에 국내에서 승인만 이루어진다면 공급은 어렵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의원은 “지난달 30일 주한 러시아 대사관은 한국이 러시아 백신 스푸트니크V 승인을 검토하고 있다고 발표했지만, 이에 우리 식약처와 질병관리청은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고 중국산 시노팜 백신 역시 ‘고려하지 않는다’고 밝혔다”며 “기존에 도입하기로 계약한 백신 외에는 아예 검토조차 안하나. 집단 면역을 위해 안전성과 효능에 문제만 없다면 중국산이든 러시아산이든 검토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백신 흑묘백묘론’을 주장했다.

◆ 방역당국, 접종간격 늘리는 방안 검토

백신 수급 상황이 악화되자 우리 방역당국은 급기야 AZ 백신의 1, 2차 접종 간격을 지금의 10주에서 12주로 늘리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백신 물량이 부족한 마당에 접종 간격이 12주에 가까울수록 예방효과가 더 뛰어나다는 옥스퍼드대의 연구결과도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접종 간격 연장은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12주 간격으로 접종일을 정할 경우 더 이상 연기가 불가능해지는 문제도 있다. 현재까지 백신 접종 간격이 12주에 가까울수록 백신 예방 효과가 뛰어나다는 연구결과는 있지만 12주 이후의 효과는 연구결과가 없어 알 수 없고 식약처의 허가사항도 아니다.

이와 관련해 정재훈 가천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1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AZ백신 접종 간격을 늘려도 2회 접종의 부스팅 효과는 동일하지만 1회 접종의 효과는 점차 감소할 수 있어서 2회 접종으로 완전한 보호를 받지 못하는 기간은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의학적인 목적이 아닌 백신 수급 문제 때문에 1, 2회 접종 간격을 늘리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기존 방침대로 10주 간격으로 접종을 하고 정부는 계속해서 물량 확보 노력을 기울이는 게 지금으로선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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