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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차 현직의사가 그리는 웹툰··· 독자曰 "리얼리티 그 자체"
18년차 현직의사가 그리는 웹툰··· 독자曰 "리얼리티 그 자체"
  • 홍미현 기자
  • 승인 2021.04.13 14: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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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집 기획 Ⅰ] '대중(大衆)에 다가서는 의사들' ⑥
[인터뷰] 웹툰 '내과 박원장' 그리는 장봉수(필명) 원장
욕구불만 해소하려 의사커뮤니티에 연재, 일반 독자로 팬층 확대
처음엔 재미만 추구하다 이제는 '의사에 대한 편견 깨보자' 생각

# 어릴적 TV에 나오는 의사들의 모습은 너무나도 멋있었다. 죽어가는 사람들을 멋지게 살려냈고 블링블링 럭셔리했다. ‘의사가 되어 찬란한 인생을 사는 거야!!’…(중략) 의대부터 펠로우 과정을 거쳐 그렇게 ‘박원장 내과의원’의 원장이 됐다. 하지만 부와 명예는 어디가고 빚만 3억원에 매달 적자가 1000만원이다. (병원 창문 앞) 저기 보이는 것이 ‘마포대교’인가. 

- 웹툰 '내과 박원장' 중에서 

어릴 적 의학드라마를 본 뒤 '의사가 돼 찬란한 인생을 살겠다'는 신념 하나로 학창시절 내내 공부에만 전념, 결국 3수 끝에 의대에 들어간 주인공. 인턴부터 펠로우까지 잔혹한 수련의 생활을 견뎌내고 대학병원을 나와 빚까지 내 개원했지만 눈앞엔 또다른 잔혹한 현실이 펼쳐진다. 

최근 의료계 안팎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웹툰 '내과 박원장'의 줄거리다. 다수의 독자들 반응은 '리얼리티 그 자체다'라는 것이다. 실제로 이 웹툰에는 기존에 의사들을 주인공으로 삼은 웹툰이나 드라마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삶의 애환이 담겨 있다. 

개원만 하면 부와 명예를 얻을 줄 알았던 주인공은 병원이 매일 적자에 허덕이자 경영 악화를 해소하기 위해 개원에 성공한 선후배들을 만나 조언을 듣는다. 하지만 전공에 상관없이 미용시술 등 비보험 진료를 할 수밖에 없는 것이 의료계 현실. 이같은 무한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한 이들은 결국 폐업의 길로 접어든다. 

일반인들이 잘 알지 못했던 의사들의 남다른 고충도 고스란히 담아냈다. 

진료 중 쓰러진 환자에게 '에피네프린(epinephrine)' 주사와 기관내삽관술, 심폐소생술 등을 처치해 생명을 구했지만, '의원급은 설비와 인력이 미비해 수가를 인정해줄 수 없다'며 심평원은 진료비를 삭감한다. 동시에 환자로부터는 긴급 처치 과정에서 발생한 치아파절과 늑골골절을 이유로 '상해죄'로 고소를 당하는 사례도 등장한다.

이처럼 생생한 리얼리티를 살려낼 수 있었던 것은 18년차 현직의사인 작가가 실제로 있었던 일을 기반으로 직접 기획하고 그리기 때문이다. 한창 인기몰이를 하던 지난 2월, 작가는 독자들의 애간장을 태우려는 듯 잠시 연재를 중단했다. 

본인이 드러나기를 원하지 않아 필명 '장봉수'를 사용하는 작가와의 인터뷰를 통해 현직 의사가 웹툰을 그리게 된 사연 등에 대해 물어봤다. 

Q. 가명을 쓰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

“조그만 동네의원 개원의였고 지금은 봉직 중인 평범한 40대 의사이자 가장이다. 처음엔 본명이 너무 평범해서 기억에 남는 이름을 만들고 싶었던 것인데, 처음 작품 활동을 했던 게 바둑 만화여서 좋아하는 서봉수 기사의 이름과 본명의 장씨 성을 합쳐서 만들게 되었다.”

Q. 그림솜씨가 좋은데 혹시 원래 꿈이 만화가였나

“아주 어릴 적부터 만화를 보는 것과 그리는 것을 무척 좋아했다. 고교 시절 부모님이 정해주신 길(의사)과 내가 재미있어하는 일(만화가) 중에 무엇을 할지 고민했는데 부모님의 기대도 컸고 만화가는 의사가 된 후에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의대에 왔다.”

Q. ‘내과, 박원장’을 그리게 된 계기가 있나

“개원 전에 바둑사이트에서 바둑 만화를 연재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개원을 하면서 (연재를) 그만뒀다. 만화를 못 그리고 개원 생활을 오래 하다 보니 욕구불만 같은 게 쌓였다. 정식으로 연재할 시간은 없고, 뭐라도 하고 싶어서 '의사 커뮤니티 게시판에라도 소소한 만화를 올려보자' 해서 기획한 게 내과 박원장이다.” 

Q. 본인을 소재로 한 작품인가

“제 경험이 많이 녹아있는 것은 맞지만 다른 의사분들의 경험담도 많이 섞여 있다. 특히 박원장이란 캐릭터는 창조된 캐릭터여서 만화 속 박원장과 저는 다른 부분이 많다.” 

Q. 작품의 소재는 어떻게 정하나. 또 작업은 주로 언제 하나

“어릴 때부터 작품 소재가 될 만한 것들을 메모해 놓는 습관이 있다. 내과 박원장의 소재는 의사 생활을 하면서 모아놓았던 것들을 가공해서 만들었다. 병원에서 일이 없을 때도 조금 그리지만 퇴근 후 집에서 주로 그린다. 남는 시간에 그리다 보니 제작기간이 들쭉날쭉한데, 짧으면 (한 편에) 1~2주 길면 5~6주까지도 걸린다.”

Q. ‘내과, 박원장’을 통해 특별히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나

“'무슨 메시지를 전달하겠다'라는 목적의식을 갖고 만든 만화는 아니다. 만화에 대한 욕구 해소와 동료 의사들의 소소한 즐길 거리 정도로만 생각하고 만든 만화다. (처음엔) '이런 내용을 그리면 의사들이 재미있어 하겠다'라는 생각으로 만들었는데, 의도치 않게 대중들에게 공개되고 독자들이 늘어나면서 요즘은 '의사라는 직업을 너무 욕되게 하진 말자' '대중들이 갖고 있는 의사에 대한 편견을 좀 깨 보자'라는 몇가지 생각들이 조금씩 들어가고 있다.”

Q. 생각해 놓은 결말이 있나
“40화 내외로 콘티가 짜여있고, 마지막은 박원장의 노년과 사망까지로 기획했다. (결말은) 바뀔 수 있다.”

Q 독자들 반응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

“대부분 재미있다는 반응을 보여줘서 계속 그릴 수 있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여전히 동료 의사들에게는 소소하나마 즐길 거리가 되고 있는 듯하고 의사가 아닌 독자들에게는 의사에 대한 안 좋은 편견을 조금이나마 깨는 역할을 하고 있는 듯하다. 그 또한 보람이 되고 있다.”

Q. 후속작품에 대한 계획이 있나

“어릴 때부터 평생을 만화 만드는 생각을 해왔기 때문에 생각해 놓은 소재는 많다. 다만 막상 열심히 만화를 만들어보니 이제 '열정도 체력도 많이 부족하구나'라고 느껴 과연 얼마나 할 수 있을지는 회의가 들기도 한다. 특정한 목표를 세우지 않고 그저 마음 가는 대로, 손이 가는 대로 할 수 있는 만큼만 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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