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3 18:07 (화)
'코로나 블루' 특수에도 정신과 의원들이 '울상'인 이유는
'코로나 블루' 특수에도 정신과 의원들이 '울상'인 이유는
  • 박승민 기자
  • 승인 2021.04.13 1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창간특집 기획 Ⅱ] 코로나가 바꿔놓은 진료실 안팎 풍경' ②
작년 3분기 정신과 환자수 전년보다 11%↑, 정신과·피부과 외엔 모두 감소
'일회성' 환자 늘어 피로감 상승, 증상 악화로 재입원환자 느는 등 사태 심각

# 20대 여성 A씨는 재택근무 하는 남편 챙기랴, 원격 수업하는 아이 돌보랴 집에만 있는 시간이 부쩍 늘어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다. 최근엔 위층 소음으로 인해 잠까지 못 이루는 날이 많아지면서 울화가 쌓여 결국 정신과병원을 내원했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야외활동이나 제한 등으로 인해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어나고있다. 소위 '코로나 블루'로 불리는 우울 증상을 호소하는 이들이다. 이 때문에 상당수 의료기관이 코로나 사태 이후 지속적으로 환자 감소를 겪고 있는 데 비해 유독 정신과를 찾는 환자들은 크게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지난해 10월에 발표한 ‘코로나19로 인한 국민의 의료이용 행태 변화’에 따르면, 작년 3~7월 사이 우울증 등의 기분 장애로 같은 기간 병원을 찾은 환자는 71만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도 같은 기간의 66만명보다 7.1% 증가한 수치다. 또한 ‘신경증성 스트레스 연관 및 신체형 장애’ 환자는 68만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3.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지난 3월에 발표한 ‘2020년 3분기 진료비 주요통계’에서도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은 환자는 1년 전보다 11% 증가했고, 관련 요양급여비용도 전년 동기보다 18.8%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반해 정신건강의학과와 피부과를 제외한 모든 병원의 환자 내원율은 감소했다. 

이처럼 코로나로 인해 경영상 큰 타격을 입은 타 전공과 달리 정신과를 찾는 환자는 오히려 늘어났지만, 정신과 전문의들은 나름의 고충을 토로한다. 

특히 '의원급' 정신의료기관을 찾는 환자들 중에는 본격적인 치료나 도움을 구하기 보다는 단순한 호기심에서 병원을 방문하거나 '일회성' 상담만 진행하고 가는 환자인 경우가 많아 의료기관 입장에서도 달갑지만은 않다는 입장이다. 

최준호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총무이사는 “많은 환자들이 상담을 진행한 뒤 ‘혼자 이겨내 보겠습니다’ ‘대학병원으로 가보겠습니다’라고 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일회성 상담 환자 중 일부는 상담료에 대해 ‘진료도 안했는데 왜 상담료를 요구하느냐’고 되묻기도 한다”고 말했다. 

특히 정신의학 전문의와의 상담은 그 자체로 환자의 상태를 체크하고 환자와의 라포를 형성해 향후 환자를 어떤 식으로 치료해야 할지 가늠하는 과정인데, 일부 환자들은 이를 단순히 성형외과에서 견적을 내는 정도로 생각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최 이사는 “의사들이 보통 상담을 진행하고 환자의 이야기를 면밀히 들어주다보면 기본적으로 20~30분의 시간이 소요되는 등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로 한다”며 “처방과 검사를 하지 않는다고 해서 진료가 아닌 것은 아니다. 일회성으로 끝나는 상담을 통해 개원의들의 피로도가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기존에 상담과 치료를 통해 상태가 호전되던 환자 중 일부가 최근 코로나의 영향으로 상태가 더욱 악화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 점도 정신과 전문의들이 우려하는 부분이다. 

# 그동안 조울증 약을 복용하며 조울증을 잘 이겨내고 있던 B씨는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게 됐다. 최근엔 이로 인한 스트레스로 음주벽이 도지고 조울증이 악화되면서 다시 병원에 입원하게 됐다. 

# C씨는 조현병으로 인해 한때 병원에 입원하기도 했지만 약물 치료 등을 통해 상태가 안정되면서 퇴원 후 치기공사 일을 하며 지냈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 사태 장기화로 증상이 심해지면서 최근 다시 병원에 입원했다.

이처럼 코로나 사태가 치료를 통해 가까스로 진정되어가고 있는 일부 정신과 질환 환자들의 증상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된 것이다. 

최 이사는 “소위 말해서 정신과 환자들은 사회 중심부가 아니라 주변부에서 적응하고 계신 분들인데 그 분들이 코로나19로 인한 사회 활동 제약, 경제적인 상황의 악화 등의 문제가 이어지면서 질환이 악화되는 경우가 꽤 있다”며 “증세가 호전된 모습을 보이다가 다시 악화되는 기존 환자분들에 대한 치료에 대한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지금처럼 다수의 국민이 우울감을 느끼는 현 상황은 심각한 문제라는 지적이다. 김상욱 샘신경정신과의원 원장은 “정신적으로 매우 나빠지고 스트레스가 증가하는 현상은 정신과가 환자가 덜 줄었다라는 견해보다는 전체 국민들이 노이로제 불안과 걱정 염려가 정도 이상으로 심화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